한빈翰彬's 얼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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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유감 생각 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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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대로 블로그를 시작한 지는 5년 정도 되었다. 그 사이에 이글루스는 활발한 의견 교환장으로서의 힘을 잃었다. 인터넷을 시작한 것은 중학생 때였으니 인터넷 커뮤니티의 쇠락을 본 것도 한두 번은 아니다. 새로운 커뮤니티들이 놀랍지는 않다. 결국 사람들은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본능이 안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만큼 알고 있으니 내 얘기를 들어라.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과연 그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나는 늘 의심에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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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블로그에서는 찾아온 누군가가 나에게, 무엇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의견을 물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깊게 생각해보진 않았으나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이렇게 생각합니다, 라고 답한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물어본 사람에게 무례할지는 모르겠으나,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생각은 단지 생각일 뿐이다. 그것이 진정으로서 힘을 갖기 위해서는 진실이어야 한다. 진실되기 위해서는 깊게 생각해야 한다. 즉, 어떤 생각이 힘을 갖기 위해서는 깊게 생각해야 한다. 

 그러므로 내 단편적인 생각은 힘이 없다. 진실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누군가는 내가, 남들에겐 없는 통찰과 직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항상 통찰과 직관은 관찰을 통해서, 무엇보다도 깊은 생각을 통해서만 나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같은 활자에도 불구하고 그런 단편적인 질문에 답하는 내 목소리는 항상 초라하다. 하지만 내가 비로소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을 때는, 깊게 생각하고 집요하게 다듬으며 그 생각을 가장 간단한 단어로 말할 수 있을 때 뿐이다.  

 하지만 진실을 위해선 자원이 필요하다. 시간, 에너지, 돈. 우리는 항상 진실을 만들기 위해 자원을 소모한다. 우리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진실의 양은 한계가 있다. 물론 시간, 에너지, 돈을 진실을 만들기 위해 만들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 자원을 복싱에 많이 투자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 나에겐 더 많은 것들이 선택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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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진실이냐 아니냐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느낀다. 많은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자신의 자원을 투자하기보다는, 그저 자원을 투자했다고 여겨지는 누군가의 말을 읊는 데 열중한다. 본질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갖지 않을 것이라면 왜 그들이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최근 그것을 가장 많이 느꼈을 때는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은 메이웨더-파퀴아오 전이었다. 공중파 중계의 힘이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이 매치에 대해 흥미를 가졌었다. 그로 인해 인터넷 커뮤니티 역시 메이웨더-파퀴아오 전을 가지고 많이 갑론을박을 하였는데, 탁견은 고사하고 애초에 남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찾지 못했다. 그 수많은 사람들 중 양쪽 경기를 합쳐 5전 이상 주의깊게 본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그것은 국내의 복싱인들 설문조사에서도 느꼈던 것이다. 그 때 아마 유명우씨와 김광선씨 등 몇몇 사람들의 발언들을 직접 인용하고 국내외 복싱인 100명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던 것 같은데, 그들 중 남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볼 적이 없다. 애초에 그들이 생각을 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그것에 대해 정말로 알기보다는 안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다는 데 행동이 기인한다고 나는 추측한다. 

 그래서 나는 말을 안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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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내가 예전에 본 진실된 포스트 하나를 소개한다. 

http://nbamania.com/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119288&sca=&sfl=wr_subject&stx=%ED%8F%AC%ED%8F%AC%EB%B9%84%EC%B9%98&sop=and&scrap_m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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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은 진실이 아니라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 더 흥미있다. 의견도 좋지만 어떤 반 영구적인 것을 만들어서 더 많은 사람에게 기여하고 싶다. 일하고 싶다. 소설도 쓰고 싶고, 프로그램도 만들고 싶다. 

 다수의 참여를 허용한다면, 페이스북처럼은 안 되고 싶다. 이제 인터넷 유머자료든 카드뉴스든 진실 같지도 않고 흥미 본위의 가십에 질렸다. 페이스북에서 다른 사람들이 눌러놓은 좋아요 따위에 환장한 인터넷 자료들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차라리 디시인사이드가 나아 보일 정도다. 거긴 최소한 찌라시들이 돌지는 않으니까. 나는 모든 스스로 생각하는 자료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무리 허섭해도 다양한 의견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휘발성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지만 의견교환이 빨라지면서 의견이 획일화되는 데 나는 유감이다. 한 번 봤던 이야기는 두 번 보면 질리니까. 
   




덧글

  • 복실이 2015/07/27 09:42 # 삭제 답글

    크게 공감이 되는 애기입니다.저역시 그런거 같구요 많은 정보를 쉽게 얻게 되면서 제가 고민해서 뭔가를 생각하기 보다는
    다른 분들의 의견을 편하게 여과없이 받아들이며 그것을 내 생각인것처럼 과시하게 되는거 같습니다.조금 다른 애기이지만
    제가 좋아하는 축구게임이 있는데 예전에는 전술이니 감춰진 유망주니 찾는데 재미였는데 요즘은 인터넷에 잠깐만 검색해도
    다 나오더군요 그러면서 더 흥미를 잃게 되는 부분도 있더군요.
    하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빈님에 소설이 기대가 됩니다 ㅎㅎ 더운날씨가 사람 지치게 하네요 건강하세요..^^
  • 2015/07/27 19:3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디젤 2015/07/29 13:33 # 삭제 답글

    훌륭한 글이십니다 잠시나마 깊은 생각을하게 되네요
  • 마르킹짱 2015/08/07 16:20 # 삭제 답글

    간만입니다. 한 때 한빈님의 '생각'을 잃고 저의 '생각'을 표현하며 다시금 한빈님의 '생각'을 묻고 이를 확인하는 것이 제게 참 큰 기쁨이었죠. 어떤 일이든 하시는 일 잘 되시기를 바라며, 묵언 수행이 오래 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 ㅁㅇ 2015/08/18 16:34 # 삭제 답글

    한빈님이 침묵하시는 동안 파퀴의 신상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습니다.
    사실상 파퀴는 더이상 회복이 불가능해 보이는 하락세로 들어선것으로 보입니다.
    어깨부상 타령 하면서 모든 복싱관계인과 거의 의절하다시피 행동하더니
    뜬금없이 '신이 치유해주셨다' 면서 어께부상 완치를 선언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깨알 주님드립ㅋㅋㅋㅋㅋ

    파퀴도 파퀴지만, 메웨역시 이젠 어디서 누구와 뭘 하든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는 상황이고
    때문에 관련 뉴스 역시 예전만한 비중을 차지하진 못하는걸로 보입니다.
    흥행카드 한번 더 쥐어볼려고 다음경기는 무료ppv 하겠다느니 뭐니 해도 별 반응 없자 다시 취소했고
    파퀴야 뭐 칸하고 싸운다는 소식이 있던데, 그러든지 말든지고.

    이제 복싱쪽은 알바레즈 하나 믿고 가야할것 같습니다.
    알바레즈랑 코토전이 올해안에 열릴예정이라는데 그거 관련해서 글 꼭 써주시리라 믿습니다.
  • 복실이 2015/11/22 22:21 # 삭제 답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카넬로 코토전 어떻게 보셨나 궁금하네요
    저는 카넬로가 수비도 좋아지고 빨라지고 부드러워진 느낌이 들던데요
    게획하신 일 다 잘되실길 빕니다 건강하세요..^^
  • 북극곰 2016/01/17 14:27 # 삭제 답글

    한빈님 혹시 블로그 접으셨나요? 근황이 궁금해서 질문 드립니다
  • 한빈 2016/02/04 20:03 # 삭제

    이런 말 하면 웃기지만, 블로그 비밀번호를 획득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네요.
  • ㅇㅇ 2016/02/03 18:24 # 삭제 답글

    한빈님이 눈여겨보신 차세대 복싱슈퍼스타 카넬로는

    겁쟁이의 길을 걷게되었습니다... 복싱계의 앞날이 어둡네요.

    Ufc는 지금 코너 맥그리거라는 젊은피가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말이죠;;
  • 한빈 2016/02/04 20:02 # 삭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넬로-칸은 정말 서커스매치 중의 서커스매치더군요.
  • 버디리치 2016/02/15 07:08 # 삭제 답글

    한빈님 요즘 인상깊게 보신 경기나 선수 있으신가요? 한빈님의 치밀하게 짜임새있고 유려한 글 보는 재미가 삶의 낙중 하나였는데 많이 바쁘신가봅니다.. ㅜ.ㅜ
  • 김삿갓 2016/02/16 00:37 # 삭제 답글

    sf지만 인간수준의 사고능력을 가지고 엄청나게 빠른 정보처리기능을 탑재한 기계가 존재한다면..농구 축구 야구 이런 스포츠의 미래예측이 80프로정도는 맞출수 있을까요? 저는 no라고 보는데 한빈님 생각은 어떠신지 ㅋㅋ
  • 한빈翰彬 2017/09/03 00:55 #

    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파퀴팬 2016/06/18 17:48 # 삭제 답글

    이제 아예 이곳에 글은 안 쓰시나요? 코발레프 워드 어떻게 예상하시나 듣고 싶은데........ 저는 개인적으론 코발레프가 이길 것 같습니다.
  • 슈퍼맨 2016/07/22 01:24 # 삭제 답글

    팩, 메이웨더라는 거성이 은퇴했지만 여전히 복싱계는 돌아가고 흥미로운 매치업이 만들어지네요(팩은 복귀한다는 얘기가 있더라만은..)

    블로그에 글은 쓰시지 않지만 여전히 복싱에 애정을 가지고 있으시리라 생각 합니다.

    포스톨 vs 크로포드 , 코발레프 vs 워드 경기를 즐겁게 기다리면서 안부 하나 남기고 갑니다 ㅎㅎ
  • ㅇㅇ 2016/11/23 14:17 # 삭제 답글

    한빈님 혹시 지금도 들르신다면 이번 워드 코발 경기를 어떻게 보셨는지가 궁금합니다 편파냐 아니냐 말고. 14년 즈음에 말씁하셨던 '워드가 코발레프를 이기기 어려운 이유'가 지금도 충분히 유효했던 걸까요
  • ㅇㅇ 2017/01/02 15:40 # 삭제 답글

    한빈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ㅎㅎㅎ
    복싱 글 잘 보고 갑니다~
  • ㅇㅇ 2017/03/19 16:35 # 삭제 답글

    골로프킨이 제이콥스를 판정으로 이겼습니다. 경기를 봤으되 진정으로 이해는 하지 못했습니다. 한빈님 견해가 궁금할 따름입니다.
  • 머니 2017/05/23 18:20 # 삭제 답글

    여러 복싱커뮤니티의 글을 읽어봤지만 한빈님만큼 메이웨더에대해 잘 아시는분이 없으신것같아요
    아쉽게도 활동중이시지 않은것같은데... 혹시라도 이글을 보게된다면 꼭 답변바래요
    메이웨더의 리치가 183cm이고 암랭스가 26인치로 프로필상에 기재되어있는데 이게 정말일까요?
    weigh in 에서 눈싸움하는 장면들을 보면 코토나 마르케즈같은선수들과 팔이 비슷한 수준이고
    올림픽출전당시 프로필엔 신장 169, 리치 175cm 으로 기재되있더라구요
    boxrec에도 물어봤더니 의견이 갈리더군요
    답변부탁해요!
  • ace 2017/08/14 01:14 # 삭제 답글

    한빈님 메이웨더 맥그리거 경기 예상은 어떻게 하시나요? 역시 메이웨더 승리로 보시나요?
  • 지나가다 2017/08/21 02:37 # 삭제 답글

    혹시 4대기구 통합 챔프에 등극한 현시점의 크로포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한빈翰彬 2017/09/03 00:55 #

    예전에 평가한 적 있습니다. 복서 별점 평가 참고하시길
  • gon 2017/09/08 09:29 # 삭제 답글

    한빈님 리곤도랑 로마첸코랑 130lb에서 붙는다고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더불어 글을 쓰실의향이 있으신가요??
  • 한빈翰彬 2017/09/10 05:45 #

    저는 골로프킨-카넬로 글을 쓸 생각입니다.
    로마첸코-리곤도를 보면 단편적으로 로마첸코한테 유리할 것 같은 이유가 같은 사우스포기 때문에 리곤도가 유지하는 일정한 리듬이 지속되기 어렵고 로마첸코 사이즈가 더 크기 때문에 잡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뭐 단편적인 생각이니 크게 무게 두진 마십시오. 제가 사우스포가 아니다보니 사우스포 끼리의 대결에선 포착하지 못하는 점이 많습니다.
  • aㄴd 2017/09/08 19:47 # 삭제 답글

    크로포드 vs 에롤 붙으면 누가 이길까요? 크로포드가 다 이길 것 같은데
  • 한빈翰彬 2017/09/10 05:46 #

    최근 웰터급을 추적하지 않은 지 좀 되어서 스펜스 주니어 경기는 보질 못했습니다.
  • 2017/09/09 16:53 # 삭제 답글

    헐 로그인댓글도 있다니 그것만으로 감격입니다 ㅠㅠ
  • 한빈翰彬 2017/09/10 05:46 #

    아무래도 골로프킨-알바레즈라는 경기를 앞두고 글을 쓰려다 보니 다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 gon 2017/09/10 13:00 # 삭제 답글

    엉엉엉~~~ 돌아오시는군요
  • 지나가다 2017/09/10 14:24 # 삭제 답글

    한빈님 혹시 최근에 주목하고있는 복서가 있나요?
  • 한빈翰彬 2017/09/11 04:31 #

    지나가다 보았는데, Josh Taylor가 기본기 탄탄한 사우스포 복서인 것 같았습니다.
  • ㅇㅇ 2017/09/11 04:06 # 삭제 답글

    한빈좌 ㅎㄷㄷ 돌아오셨군요
  • ㅇㅇ 2017/09/11 04:06 # 삭제 답글

    한빈좌 ㅎㄷㄷ 돌아오셨군요
  • ㅇㅇ 2017/09/11 04:07 # 삭제 답글

    한빈좌 돌아오셨군요 ㅠ 기다렸습니다
  • ㅇㅇ 2017/09/13 14:15 # 삭제 답글

    크리스 유뱅크 주니어,제임스 디게일,바도우 잭,힐베르토 라미레즈 같은 선수들이 포진되어 있는 현 슈퍼미들급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게나디 골로프킨이 슈퍼 미들급으로 월장해도 통할까요?? 또 궁금한건 현재 헤비급에서 제일 핫한 앤서니 조슈아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괜찮으시다면 의견을 묻고 싶네요
  • 6 2018/08/28 08:48 # 삭제 답글

    참 회의감이 드시죠? 이렇게 얘기했는데도 아직까지도 물어보고 답을 듣기만을 기대하는 사람들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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