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빈翰彬's 얼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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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Will Rise Again 복싱 拳鬪



-매니 파퀴아오-티모시 브래들리 II 에 부쳐,




1. After 2012 


 지난 2년 가량의 시간은 매니 파퀴아오에게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이었음이 분명하다. 2012년 6월 9일, 매니 파퀴아오는 티모시 브래들리를 맞아 우세한 경기를 펼쳤음에도 후반 라운드를 헛되이 보내어 디시전을 받지 못하였다. 프레스는 입을 모아 매니 파퀴아오가 승리했다고 외쳤지만 판정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파퀴아오는 그 결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복싱계의 두 메가스타 중의 하나였고 이런 큰 경기에서는 판정이 어떻게 나왔느냐와는 상관없이 실제 경기가 더 많은 것을 말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패배로 인해 파퀴아오는 후안 마뉴엘 마르케즈를 떠안게 되었고, 결국 그들은 또 다시 만났다.  

 2012년 12월 8일, 매니 파퀴아오는 후안 마뉴엘 마르케즈를 네 번째로 맞아 6라운드 막바지에 넉아웃 당했다. 

 나는 파퀴아오가 브래들리 전에서부터 그의 몰락의 전조가 보인다고 생각했고, 그 우려의 결과는 그 날이 되서야 현실이 되었다. 파퀴아오가 올해의 넉아웃에 만장일치로 꼽히게 될 그 펀치의 희생자가 되자, 파퀴아오는 편파의 희생자에서 1년 동안 벌인 두 빅매치에서 모두 패한 복서로 변했다. 모두가 팩이 이제 내리막이며, 그는 더 이상 재기할 수 없다고, 메이웨더-파퀴아오 라이벌리는 결국 메이웨더의 승리로 끝났다고 말했다. 팩은 잠시 링을 떠나 있겠다고 했다.  

 그 사이 파퀴아오는 국내에서의 탈세 문제, 투계장 문제 등의 이슈가 터지며 링 밖에서 물어뜯겼다. 누군가가 불과 1년 전까지, 8체급 챔피언이며 피플스 챔피언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사람과 지금 그가 같은 사람이라고 말할 때, 어떤 이가 쉽게 납득하겠는가. 파퀴아오의 몰락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가 약 1년여의 시간을 보낸 후 링에 돌아온다고 할 때, 복싱계의 반응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초라했다. 모든 포커스는 메이웨더-알바레즈에 쏠려 있었으며, 그 앞에서 파퀴아오-리오스는 브래들리-마르케즈보다 못한 대접을 받았다. 파퀴아오는 다시 일어서길 원했고, 몰락의 시작, 브래들리와 다시 한 번 붙기를 원했다. 

 한편 판정의 수혜자가 된 브래들리의 운명 또한 그리 좋지가 못했다. 파퀴아오와의 경기 이후, 복싱계 전체에서 그에게 모든 비난이 쏟아졌고 브래들리는 묵묵히 감내해야만 했다. 자신의 위상을 다시 찾기 위해 좋은 도전자를 찾았지만 그의 상대는 파퀴아오를 이긴 선수가 잡은 매치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콘텐더 프로보드니코프였다. 그마저도 프로보드니코프를 맞아 모든 임팩트 있는 장면을 빼앗겼고 씬 스틸러 앞에 브래들리는 그저 above-average 챔피언, 판정으로만 경기를 가져가는 운 좋은 녀석 쯤으로 치부되었다. 

 그저 그런 상대와 붙어 올해의 경기를 연출하자 브래들리가 잡은 상대는 파퀴아오를 넉아웃으로 잠재운 후안 마뉴엘 마르케즈였다. 주니어웰터급에서 올라온 둘은 웰터급 타이틀을 두고 격돌했고 이는 누구에게도 진지하게 간주되지 않았음이 분명했다. 늙은 마르케즈가 브래들리를 맞아 타이밍을 읽어내자 브래들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통제하는 것이 전부였고, 그마저도 간신히 스플릿 디시전으로 또다시 판정의 수혜를 입었다. 브래들리가 마르케즈를 잡아내자 매거진에서는 파운드 포 파운드 순위 3위에 그를 랭크시켰지만 불과 3년 전, P4P 순위 세번째였던 서지오 마르티네즈가 폴 윌리엄스를 넉아웃 시켰을 때의 충격에 비교하면 그의 3위란 왠지 모르게 불안해 보이는 감이 있다. 

 몇 차례 좋은 경기를 펼쳤음에도 브래들리는 자신을 둘러싼 오명을 벗어내지 못했고, 다시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선 보다 확실한 증명이 필요했다. 그의 오명을 확대시킨 파퀴아오는 그래서 그에게 다시 한 번 매력적인 상대로 보였고, 복서로서의 영광과 커리어의 증명을 위해서 브래들리는 팩과의 리매치를 원했다. 둘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고 둘은 또다시 만났다. 

2014년 4월 12일(한국시간으로는 4월 13일), 파퀴아오-브래들리 2차전이 벌어진다. 둘 모두에게 커리어 전체를 통해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경기이고 이를 위해 두 복서는 국가와 가족에 상관없이 자신 모두를 거리낌없이 헌신할 것이다. 팩은 몰락으로 빠진 자신의 커리어를 구원하고 다시 한 번 올라서기 위해, 브래들리는 이기긴 하지만 진지하게 간주되지 않는 스스로를 위해, 이 경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 것이고 그 결과에 우리는 다시 한 번 운명이 뒤바뀌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누구를 고를 것인가? 



2. What is happening in Pacquiao-Bradley I





 얼마 전, 마르케즈는 팩-브래들리 2차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차전은 팩이가 이겼다는 게 분명해. 그런데 우린 지금 2차전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거잖아. 팩이는 브래들리를 한 차례 상대해 봤지. 브래들리도 팩을 상대해 봤다고. 그건 완전히 다른 거야. 

 마르케즈가 옳다. 둘은 이미 한 차례 붙어 보았고, 1차전은 2차전에 임하는 둘을 완전히 변화시켜 놓을 게다. 2차전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우리는 1차전을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팩-브래들리 1차전에서, 매니 파퀴아오는 복서로 임했다. 예전 메이웨더에 대해 언급하면서, 모슬리 전까지의 메이웨더와 오르티즈 전부터의 메이웨더는 다른 복서를 보는 것 같다고 한 바 있다. 파퀴아오도 마찬가지이다. 마가리토 전까지의 파퀴아오와, 모슬리 전 부터의 파퀴아오는 다른 복서 같다. 마가리토와 같이 발이 딱딱하게 굳은 펀쳐를 상대로 파퀴아오는 두 발을 붙이고 연타와 각도를 통해 상대의 가드를 파괴한다. 연타 이후 스텝 아웃 하면서 자신의 피해를 줄이고, 빠르게 움직이면서 상대를 계속해서 괴롭힌다. 이 때의 파퀴아오를 특징짓는 펀치라면 어퍼인지 훅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콤비네이션이다. 

 반면, 모슬리 전부터의 파퀴아오는 상대와 더 넓은 거리를 유지하면서 잽을 줄이고 페인트를 통해 상대의 펀치를 끌어낸 후(draw counter), 그 때를 노려 스텝으로 가로지른다. 이 때 주로 언급되야 할 점은 포지션이며 스텝 인(step in)이다. 이 때에 파퀴아오에게 중요한 펀치는 레프트 스트레이트가 된다. 브래들리 전의 파퀴아오가 바로 이런 선수였고, 마르케즈 3차전, 4차전 모두 파퀴아오는 복서였다. (그리고 마르케즈는 4차전에서 파퀴아오의 스텝 인 타이밍을 잡아내고 만다)

 그렇다면 브래들리는 어떤 스타일인가 하면, 그 역시 복서이다. 브래들리는 왼손을 내리고 오른손으로 가드를 하며, 그의 주된 방어 시스템은 위빙과 바빙, 롤링, 헤드 무브먼트이다. 프로보드니코프 전, 마르케즈 전에서 브래들리는 링을 넓게 쓰며 거리를 길게 유지하려 들다가 빠르게 스텝 인하여 잽, 더블 잽 등을 통해 링 제너럴십을 획득하려 했다. 

 핵심은 브래들리가 상체가 하체를 이끄는 유형의 선수라는 것이다. 하체로 받쳐 놓고 치는 선수들이 있는 반면 팔을 먼저 휘적거리고 하체는 그에 따르는 선수들이 있다. 전자에 게나디 골로프킨이 속한다면 후자에는 키스 서먼이 속할 것이다. 플러리를 던지는 유형이어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델 라 호야가 하체를 받쳐놓고 연타를 치는 유형이라면, 브래들리는 상체가 하체를 이끈다. 이 방면의 가장 대표적인 선수는 멜드릭 테일러가 있을 텐데, 브래들리에게 발은 상대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빠르게 빠지는 기능 그 이상을 하지 못한다. 그의 펀치가 물주먹인 것도 이에 기인한다. 


멜드릭 테일러와 훌리오 세자르 차베스


 브래들리에게 공격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선제공격으로, 잽을 기점으로 시작하여 잽잽스트레이트, 잽 바디잽 등의 콤비네이션을 쏟아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카운터로, 상대가 자신의 미들레인지 안으로 들어왔을 때 허리를 빠르게 회전시키며 펀치를 말 그대로 휘두른다. 그래서 브래들리의 카운터는 보고 치는 것이라기보다는 몸 주변에 못 오게 하는 것에 가깝다. 프로보드니코프 전을 보라. 4라운드에 브래들리는 다리와 손이 따로 놀면서 손만 분주하게 낼 뿐이다. 마치 발광하듯이 휘두르는데 오소독스 상대에게 이는 상당히 까다롭다. 

 마르케즈가 브래들리에게 어려움을 느낀 대표적인 선수라고 할 수 있겠는데, 마르케즈는 거리를 두고 상대가 들어올 때 카운터 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하지만 브래들리는 마르케즈의 거리보다 넓은 거리에 머물러 섰다가, 잽을 통해 링 주도권을 강요했다. 하지만 브래들리 펀치가 예측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는데, 마르케즈가 브래들리의 스텝 인 타이밍을 잡는 데는 채 2라운드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스텝 인 타이밍에 펀치를 내면 빠르게 스텝 백하여 마르케즈의 거리 바깥으로 나가거나, 혹은 발광하듯이 펀치를 휘둘러 대어 마르케즈에게 펀치 교환에서의 이득을 취하지 못하도록 했다. 

 브래들리는 오소독스에게 대처하기 까다롭지만,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유형의 선수도 아니다. 브래들리-마르케즈만 봐도 마르케즈가 브래들리에게 허용한 펀치의 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브래들리의 선제공격 타이밍은 파악하기 쉬우며, 마르케즈는 파퀴아오 전에 비하면 훨씬 방어를 더 잘 해냈다. 하지만 마르케즈가 진정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자신의 펀치를 갖다 맞추는 일이었다. 

 하지만 파퀴아오-브래들리 1차전에서 브래들리의 장점은 사라졌다. 첫째로 브래들리가 유지하는 잽잽 따위의 앞손은 사우스포인 파퀴아오 앞에서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으며 파퀴아오가 자신의 앞발을 브래들리의 앞발 바깥으로 둘 때마다 가드조차 두드리지 못하며, 사라졌다. 파퀴아오는 잽을 적극적으로 던지지도 않았는데, 그의 라이트훅 카운터가 브래들리가 잽을 내도록 유도한 다음 브래들리를 맞출 것이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의 장점, 브래들리의 상대가 들어올 때 휘두르는 카운터는 역시 팩에게 위협이 되지 못했다. 복서 파퀴아오는 공격과 공격 사이에서 스텝 인과 스텝 백을 배합하는 데 천부적이었기 때문이다. 팩은 때리고 빠지며 브래들리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브래들리의 공격은 파퀴아오에게 별 다른 위협이 되지 못했고, 이것이 파퀴아오-브래들리의 경기를 파퀴아오 쪽으로 쏠리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이었다. 

 반면 파퀴아오는 브래들리에게 레프트 스트레이트를 전달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타이밍 측면에서 파퀴아오가 브래들리를 잡아 나갔고, 브래들리가 반응하지 못하는 엇박자에서 팩의 레프트 스트레이트는 브래들리의 턱을 사냥했다. 브래들리는 팩의 스트레이트를 맞아 우반면으로 더킹을 하며 라이트 바디-레프트 바디로 이어지는 카운터를 준비해 왔는데 그 펀치는 바깥쪽으로 돌아 나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으며 팩은 브래들리의 움직이는 머리를 맞추는 데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브래들리의 우반면 더킹과 팩의 레프트 스트레이트


 8라운드까지 파퀴아오가 경기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고, 경기는 그것으로 결정난 것만 같았다. 하지만 파퀴아오의 액티비티는 점점 떨어져 갔다. 9라운드부터, 힘을 낸 브래들리가 후반 세 라운드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고 디시전의 수혜자가 되었다. 

 1차전에서 파퀴아오가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자신의 콤비네이션 연계 속도였다. 4라운드, 결정적으로 브래들리가 자신의 발목을 접지르며 위기에 빠졌을 때 파퀴아오의 플러리 속도는 너무 무력해서 브래들리의 헤드 무브먼트를 따라가지 못했다. 둘째는 체력으로, 후반 라운드에 대미지를 입지도 않았지만 공격을 시도한 것도 없어 저지들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입고 말았다. 중반 라운드도 크게 다르지 않아, 앞의 2분을 쉬고 마지막 1분에 모든 공격을 시도하곤 했다. 

 브래들리는 반면 자신의 공격과 방어 시스템 모두에서 문제를 노출했다. 브래들리의 공격은 파퀴아오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주지 못했으며 그것은 선제타나 카운터 모두에서 마찬가지였다. 둘째로 그의 오른쪽 기울임은 파퀴아오의 레프트에 큰 효과가 없었다. 파퀴아오의 driving leg는 원할 때 공간을 가로질렀다. 1차전에 부심들에게 디시전을 받았지만, 모든 프레스의 눈에 브래들리가 그날 해낸 것은 하나도 없었다. 

 양측 모두 1차전의 교훈을 발판삼아 자신을 준비해 올 게다. 그렇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3. What styles are in during Pacquiao-Rios



 브래들리 전 이후, 복서 스타일의 매니 파퀴아오는 후안 마뉴엘 마르케즈를 만나 커다란 패배를 입었다. 그리고 1년여만에 돌아온 경기에서 파퀴아오는 흡사 예전을 연상케 하는 스타일이 되었다. 리오스 전에서의 파퀴아오는 마가리토 전의 파퀴아오와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 없다. 들어오는 메히칸 볼륨펀쳐를 상대로 파퀴아오는 사이드 투 사이드로, 자신은 때리고 상대는 때리지 못하는 각도로 계속해서 이동했고 콤비네이션과 연타로 리오스의 안면을 녹여냈다. 파퀴아오의 스타일 회귀는 과연 브래들리 2차전을 맞아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 

 여전히, 나는 파퀴아오가 복서 스타일로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브래들리가 원하는 것은 펀쳐 스타일일 게다. 펀쳐 스타일의 파퀴아오, 즉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스텝 인해서 콤비네이션을 퍼붓는 파퀴아오라면 브래들리는 자신도 펀치를 갖다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제 매니 파퀴아오에겐 킬러 인스팅트가 사라졌어요, 하며 도발하는 브래들리는 내게 제발 좀 들어와 달라는 신호로 읽힌다. 팩도 그것을 모를 리 없다. 

 브래들리가 마르케즈가 했던 것처럼 파퀴아오의 스텝 인에 정확히 타이밍을 맞추어 라이트 핸드를 걸 수 있으리라고 보지 않는다. 브래들리의 카운터란 거의 반사적인 행동에 가깝고 타겟을 조준한 다음 맞추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마르케즈 전에서 브래들리는 몸을 왼쪽으로 기울이며 레프트 어퍼를 성공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사우스포를 상대로 필요한 카운터는 동타이밍에 거는 라이트 핸드이다. 브래들리가 이런 쪽에서 능력을 보여준 적은 없다. 

 파퀴아오는 저번 경기보다 더 많은 펀치를 던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리오스 전에서만큼 펀치를 던지기 위해서는 상대 공간에 들어가 있어야 하고, 브래들리처럼 자기 공간에서 펀치를 휘두르는 복서에게 굳이 머물러서 피해를 입으려 하지는 않으리라 본다. 팩은 리오스 전보다는 펀치를 조금 던지겠지만, 브래들리 1차전보다는 펀치를 더 던져 변명의 여지 없는 깔끔한 링 장악을 하리라 본다. 

 파퀴아오에게 불안한 점이 있다면 그것은 마르케즈 전과 같은 라이트 핸드보다는 자신의 레프트 스트레이트를 가져다 맞출 수 있느냐의 여부이다. 파퀴아오가 트라이앵글 가드를 높게 세우고 있을 때, 가딩에서 나가는 스트레이트는 브래들리 역시 피할 수 있었다. 파퀴아오가 스트레이트를 갖다 맞출 때 그의 왼손은 가드에서 거리가 멀다. 그가 레프트 스트레이트를 적중하려들 때 거의 모든 빈틈은 열리고 방어 시스템은 사라지지만 그때야말로 팩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레프트 스트레이트를 지닌 선수가 된다. 그 시점 하나를 노리고 브래들리가 경기를 돌입할 수 있나. 








 스타일은 경기를 만든다. 복서-복서 대결에서 파퀴아오가 브래들리에게 밀릴 구석은 적다. 링 액티비티라는 변수도 1차전과 함께 사라졌다. 남은 유일한 변수는 파퀴아오가 리오스 전과 같이 펀쳐 스타일로 경기에 임해 경기가 대책없는 all action fight로 흘러간다는 것인데 그렇게 된다면 경기의 향방은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난 그렇게 흘러가더라도 파퀴아오가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파퀴아오는 더 강한 펀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 결론은 다음과 같다. 117-111 파퀴아오. 초반 라운드에서 브래들리가 분전하겠지만 파퀴아오가 점차 교환비를 깨트릴 것이고 이후엔 편안하게 박스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브래들리가 분주하게 던지는 공격을 파퀴아오가 어떻게 받아넘기느냐가 관건인데, 리오스 전에서 파퀴아오의 스텝을 본 적이 없어 그 부분은 미지수로 남겨두고 싶다. 하지만 브래들리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 마르케즈와 네 번 맞서싸운 파퀴아오가 어려움을 겪으리라 보지 않는다. 




4. We will rise again



 파퀴아오 팬으로서, 이번 경기를 바라보는 내 심정은 예전과 달리 편안하다. 브래들리 전 직전에는 파퀴아오를 둘러싼 경기장의 기류가 어수선했었고, 마르케즈 전 직전에는 팩이 예정된 패배를 강요당하는 것 같아 가슴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파퀴아오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커리어를 반등시킬 기회를 잡았고, 그 기회 앞에서 모처럼 집중하고 있다. 

 이번 경기에서 패배한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파퀴아오의 팬이고 지지자이다. 하지만 단지 지지자여서가 아니라, 나는 파퀴아오가 아직 더 좋은 경기를 잡을 힘이 남아 있다고 믿는 사람이기도 하다. 과거 2005년까지 파퀴아오는 단지 거친 브로울러 취급을 받았다. 해설진들은 그가 정확도가 없고, 밸런스가 떨어진다고 혹평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그의 연승 행진이 계속되자 해설진들은 홀린 듯이 파퀴아오에게 칭찬을 해대기 시작했다. 브래들리 전에서는 후반 3라운드를 내주었음에도 헤롤드 레더만은 119-109를 적어 냈다. 그의 테크닉은 out of range를 넘어서 out of angle을 활용하는 경지에 이르렀고, 지금은 기예르모 리곤도를 제외하고는 누구보다도 포지션을 내주지 않는 사우스포이다. 

 버나드 홉킨스는 예전, 파퀴아오는 진짜배기 아프로 아메리칸 복서를 만나 봐야 한다며 악담을 늘어놓은 적이 있다. 물론 그 발언은 골든 보이의 직장 동료 모슬리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지만 정작 모슬리는 파퀴아오와 만나 기체처럼 산화했고 그 발언을 새삼 되새기게 만든 건 흘러 흘러 파퀴아오와 만나게 된 브래들리였다. 브래들리가 1차전에서 파퀴아오에게 패했다 해도 그의 이후 커리어가 지금과 크게 다를 것은 없었을 게다. 

 파퀴아오-브래들리는 악연으로 만났다. 내일 그 둘의 악연이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되길 바란다. 





 Date: Saturday, April 12, 2014
 
 Time: HBO PPV starts at 9 p.m. ET; main event around 11 p.m. ET

 Venue: MGM Grand in Las Vegas, Nevada

 Odds: Pacquiao (-200), Bradley(+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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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한빈짱 2014/04/12 17:55 # 삭제 답글

    와 드디어 글이!
  • 한빈翰彬 2014/04/12 21:50 #

    최근 좀 뜸하였습니다.
  • 강대위 2014/04/12 18:02 # 삭제 답글

    경기 촌전이라 요 며칠간 들락거렸는데 드디어 올려주셨네요. 잘 읽고 갑니다.
  • 한빈翰彬 2014/04/12 21:50 #

    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랄섹스 2014/04/12 19:41 # 삭제 답글

    한빈씨 ~ Fuck맨 black둘리 경기 끝 나면 리뷰 올리 주시는 거죠 ?
  • 한빈翰彬 2014/04/12 21:50 #

    아마 그러겠죠? ……
  • Bhop 2014/04/12 21:03 # 삭제 답글

    팩이 최근 인터뷰에서 호야, 해튼, 모랄레스, 바레라를 꺾던 시절로 되돌아갈 거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계속 언급하더군요. 현재 팩이 생각하는 자신의 상황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는 알 것 같았습니다.
  • 한빈翰彬 2014/04/12 21:52 #

    저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그가 예전처럼 거침없던 시절의 팩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가 다시 그런 정복자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디아즈-델 라 호야-해튼-코토… 저는 이 시절만큼 복싱을 종교적 의미로 받아들인 적이 없었으니까요.
  • hh 2014/04/13 15:55 # 삭제

    지금도 여전하지만 뭔가 정해진 수순처럼 흘러가던 그 시절이 그립네요
  • 가생이 2014/04/12 21:14 # 삭제 답글

    일단 이 경기 이기고 나서 마르케즈랑 5차전만 안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ㅜㅜ
  • 한빈翰彬 2014/04/12 21:53 #

    만일 한다면 그 둘은 가히 현대판 레이 로빈슨-라 모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겝니다. 저는 그가 골든 보이의 여러 선수들과 붙기를 바랍니다. 물론 그 전에 브래들리를이겨야만 하겠지만요.
  • 2014/04/13 08:18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한빈翰彬 2014/04/13 14:53 #

    저는 페이스북 계정이 없답니다. 댓글 달아주시면 성심성의껏 답변 달아드릴게요.
  • 강지영 2014/04/13 08:31 # 삭제 답글

    글올려주신다고해서 거의 2달을 감질나게 기다렸네요. 중립적인시각에서 글을 쓰셔서 그동안몰랐는데 팩맨의 팬이셧네요.
    24/7보니까 프레디로치가 팩퀴한테 스피드 메이크 킬러 라고 말하는것같던데 다시 예전모습으로 돌아갔으면 좋겟네요. 모슬리전부터였나 경기 후반에 쉬는 모습이 많이보였는데 다시 폭발적인 펀치를 보여줬슴좋겟어요
  • 한빈翰彬 2014/04/13 14:57 #

    지금 보았군요. 저는 예전에

    http://aquavitae.egloos.com/3329370

    말한 대로 홉킨스와 알리, 팩을 좋아합니다. 물론 그 선호도가 예상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만 저도 경기를 보며 응원하는 선수는 있지요. 물론 때로는 제가 응원하는 선수가 지리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요. 팩이 오늘 좋은 경기를 보여 줬죠. 스피드는 눈에 박힐 정도는 아니었지만 방송이 툭툭 끊겨서 저도 제가 제대로 본 것은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
  • 아앜 2014/04/13 14:16 # 삭제 답글

    캬.....

    이번에도 경기보고 적으신줄.......

    말씀하신 흐름그대로 스코어까지
  • 한빈翰彬 2014/04/13 14:58 #

    그렇게 됬군요. 3라운드에 브래들리가 인사이드 파이트를 시도하는데 그걸 받아 줘서 양쪽 다 발이 빠르게 굳어버렸죠. 그래도 팩이 6라운드를 시작으로 잘 박스해낸 것 같습니다. 자세한 것은 단평에 하죠.
  • 하숙이 2014/04/13 14:26 # 삭제 답글

    역시나 한빈님~
    결과는 팩맨 완승인데 오히려 1차전때보다 무뎌지고 고전했다는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요?
    이제 팩맨의 다음 상대는 어떻게 될까요.
    1. 마르킹 : 최근 패배로 명분 부족
    2. 메이웨더 : 마이다나를 원사이드하게 잡는다면 가장 가능성 높을까요?
    3. 알바레즈 : 최근 재기전에서 인상깊은 모습을 보이며 멋진 승리를 거둔바 있죠
  • Bhop 2014/04/13 14:54 # 삭제

    마르케스-알바라도 승자와 다음 경기를 치르는 것이 거의 확정적이죠.
  • 한빈翰彬 2014/04/13 14:59 #

    마르케즈 5차전이겠지요. 하지만 전 이 경기가 보고 싶지는 않답니다.
  • hh 2014/04/13 15:56 # 삭제

    저한테도 팩맨과 마르케즈 모두 1패 추가가 보고 싶지 않은 선수들입니다
  • Bhop 2014/04/13 14:57 # 삭제 답글

    http://i.imgur.com/YumIj0g.jpg

    http://i.imgur.com/qke2X4o.jpg

    이제 팩의 커리어에 남은 두 숙제는 과연...
  • 한빈翰彬 2014/04/13 14:59 #

    두 번째 사진은 처음 보는데 웃기네요 하하
  • 흑둘리 2014/04/13 15:07 # 삭제 답글

    항상 글 잘보고 감사드립니다

    좋은 파이트 보여준 두 선수한테 감사하고 경기 전후로 필독 하는 한빈님 글 덕에 경기에서 더 많은걸 볼 수 있네요

    예의 1차전처럼 오늘도 인터뷰에 부상 얘기가 거론됬지만 저는 왠지 브래들리가 밉지는 않네요..
  • 한빈翰彬 2014/04/13 17:01 #

    네 저도 그가 그렇게 밉지는 않습니다. 성실하잖아요.
  • 아다모마루 2014/04/15 23:01 # 삭제 답글

    한빈님 블로그에 첫글남기네요! 경기를이제 볼까하는데 한빈님의 단평은 경기를보고나서 봐야될거같습니다^^ 항상좋은글감사합니다
  • 한빈翰彬 2014/04/17 02:07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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