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빈翰彬's 얼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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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반성합니다. 야구 野球




사실 시즌 시작되기 전에 가볍게 8구단 프리뷰를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런저런 일이 겹치면서 SK만 글을 쓰게 되었다. 

그때는 아쉬웠는데 지금 생각하면 다행이 아닌가 싶다. 

나는 4강권에 SK, 두산, KIA, 삼성을 놓았다. 올 시즌은 8개 구단 전력이 모두 다 엇비슷해서 팀컬러에서 승부가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산이야 투-타의 조화가 가장 잘 이루어지는 팀이기에 4강을 갈 것이라고 확실시했고, SK는 이기는 법을 알고 있는 팀이었다. 삼성은? 클린업은 미지수였지만 용병만 터져 준다면 두터운 불펜의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팀이었다.

미안하지만 한화와 히어로즈를 제외하면 남는 팀은 LG, 롯데, KIA가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다투는 양상이다. 나는 여기에서 내심 KIA가 4강에 진출할 것이라고 봤다. 이범호의 가세로 인한 클린업 트리오의 무게가 더해졌고, 선발진이 강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롯데는 언제나 타격이 강했지만 그 만큼 점수를 쉽게 주는 팀이었다. 

모든 분석을 쓰레기통으로 버린 다 해도, LG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엘-롯-기의 전력은 사실 비슷비슷하다. 만약에 이 비슷비슷한 전력에서 한 팀만이 나갈 수 있다면 일단 LG는 아니었다. 적어도 사람들은 롯데가 어떤 팀인지, KIA가 어떤 팀인지 바로 알아챘다. KIA는 두터운 투수력을, 롯데는 강력한 타선을 가지고 있는 팀이었다. LG는? 미안하지만 LG는 양쪽 다 어중간했다. 

팀컬러가 없다는 것은 후반 막판 4강 싸움에서 승부를 걸 만한 힘이 없다는 것이고, 믿을 만한 구석이 없는 것이다. 위기에 빠졌을 때 KIA는 에이스 투수들을 한 경기에 몰아넣어서 건질 경기를 가져가면 된다. 롯데는 준수한 선발이 나왔을 때 컨디션 좋은 타자들이 해 줄 것이다. LG는 승부를 걸 만한 것이 없었다. 기껏해야 봉중근 경기였을까. 

사실 LG가 팀컬러가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LG는 팀컬러가 있었다. 그것도 안 좋은 쪽으로 말이다. 그건 '끈기없음.' 이라는 팀컬러다. LG팬들은 내가 무얼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내가 시즌 전에 LG를 좋은 전력에도 불구하고 4강권 밖에 놓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나는 LG가 근본적인 체질개선 없이는 여전하다고 봤다.

또한 LG가 좌완에게 특별히 약하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로 생각되었다. 작년 시즌 류현진은 대놓고 LG전에 표적등판했고, 철저히 승수를 챙겨갔다. 온갖 에이스들은 LG를 자신들의 제물로 삼았다. 무엇보다 그게 먹힌다는 사실이 LG를 더욱 미치게 만들었다. 만약 그 경기들에서 절반만 승수를 챙겼다면 LG는 4강에 진출했을 것이다. 좌완에게 약하다는 것이 계속해서 LG를 상대로 먹혔고, 그게 정석이 되면서 LG는 계속해서 무너지고 무너졌다. 

어쨌든 지금 말한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반성합니다, 라고. 133경기 페넌트레이스에서 한 경기를 놓치는 것은 전혀 흠이 아니다. 다만 어떻게 놓치는지에 따라서 그게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지, 아니면 한 경기 수준이 아닌 열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는지가 결정난다. 

시즌 초반 LG Twins가 지금 보여주는 모습은 작년 모습에 대한 완벽한 안티테제다. 무엇보다 내가 앞에서 말했던 두 가지 문제가 월등하게 나아진 모습이었다. 비록 지긴 했지만 김광현을 상대로 쫓아갔고(이번 시리즈에서 SK와 LG의 힘겨루기는 팽팽했다), 천적 류현진을 박살냈다. 기본기가 무너진 모습도 가끔씩 보여주지만 예전처럼 변죽만 울리다 마는 그런 모습은 절대로 아니었다. 근성있게 끝까지 달라붙고, 불펜이 두터워졌고, 여전히 타격진은 화려하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이 역전을 해내기 시작했고, 좌완의 공을 끝까지 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LG는 정말로 달라졌다.

심지어 지는 경기마저도 LG는 강했다. 다시 말한다. LG Twins를 무시해서 미안하다고, 반성한다고. 
 
이제 진지하게 LG Twins를 4강 순위에서 고려하기 시작할 때가 왔다.  





덧글

  • EE 2011/04/09 11:35 # 삭제 답글

    아직은 엘레발인가 싶음. 다만 1.5군급들이 잘해주는건 기대해볼만함
  • 한빈翰彬 2011/04/09 12:50 #

    동의하지만, 두터워진 건 확실합니다.
  • IJM 2011/04/09 12:39 # 답글

    엘지가 롯데 못치 않게 봄에 치고 올라오는 경향이 재작년부터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페타지니가 있던 09년은 심지어 2위까지 올라갔었고 작년에도 3위까지 올라갔었죠. 일단 두고 보는게 맞는 듯 합니다.
    확실히 전력 자체는 작년보다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요.
  • 한빈翰彬 2011/04/09 12:51 #

    09년 상승세 때는 김정민이 마스크를 썼었죠. 그때와 지금 모두를 본 사람으로서 눈빛이 그때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생각합니다.
  • 라쿤J 2011/04/09 14:59 # 답글

    전 롯데와 기아가 이상합니다. 둘의 영혼이 바뀐거 같아요-_-;
  • 한빈翰彬 2011/04/09 20:40 #

    시크릿가든!
  • Stracci 2011/04/09 20:12 # 답글

    봄쥐가 될지 가을쥐가 될지 두고봐야 알겠죠ㅋ
  • 한빈翰彬 2011/04/09 20:43 #

    전 가을야구 갈 것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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