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론과 무신론.



유신론과 무신론의 차이는, 신의 존재성에 대한 물음에, 가치론적으로 접근하느냐, 혹은 존재론적으로 접근하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유신론자는 비록 자신들이 신神이라는 초월적 실체가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것이 존재한다고 믿음으로써 자신이 더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좋은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신론자들의 공격에 유신론자들은 그저 웃으며 네 말도 옳지만 나는 그럼에도 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고.

무신론자들의 공격에 유신론자들이 똑같이 존재론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목적론적 증명도 그런 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어떤 초월적인 실체가 존재하는가? 과연 '비존재' 가 존재하는 것이 가능한가? 같은 질문보다는 과연 내가 신이 존재한다고 믿음으로써 더 행복해지고 나의 삶에 충실할 수 있는가? 라고 물어보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예컨대 블레이즈 파스칼이 신이 존재한다는 가정이 주는 작은 기쁨이,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정이 주는 더 큰 공포를 압도하기 때문에 신에 대한 우리의 신앙은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다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리라.

그러나 무신론자들의 말을 무조건 무시할 수는 없다. 기독교의 도덕은 노예의 도덕이다. 라고 말한 니체의 말 역시 귀담아둘 필요는 있다. 즉 신이 존재한다고 자신에게 더 신경을 쓰는 것보다 신에게 더 신경을 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한다. 신이 존재한다고 가정함으로써 스스로를 노예로 만들지는 말자. 다만 겸손함을 갖자는 것이다.

나는 신이 존재한다고는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양 입장을 바라보기는 한다. 그리고 정할 것이다. 내가 과연 신을 믿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하는지 혹은 신은 없으니 그냥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야 하는지를. 하지만 난 어느 쪽을 선택하든 나에게 충실할 것이다. 그것이, 무신론이든 유신론이든, 신이 없으니 나에게 충실하자는 주장이든, 신은 있으니 좀 더 나에게 신경쓰며 살자는 주장이든, 나는 오로지, 나에게만 충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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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빈翰彬 | 2009/01/08 14:32 |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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