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길현 사태에 대한 촌평.


이젠 너무 뒷이야기가 되어버린 듯한 윤길현 사태이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해 보고 싶은 이야기였기에 적는다.

(그때는 시간도 없었고, 충분한 자료도 없어서 뭐라고 하기 무서웠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기엔, SK의 윤길현 사태를 한 마디로 말해보자면,


SK가 싸움할 때를 놓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 SK와 기아의 3연전 동안 SK는 사사구를 9개, 기아는 2개를 맞았다. 물론 그 외에도 위협구는 셀 수 없다. 박재홍이 위협구를 피하다가 자빠지기도 하고, 김재현이 화난 표정으로 투수 쪽을 바라보며 몇 발자국 걷기도 하고 그랬으니까 말이다.

(위협구 동영상도 찾다보면 나올 것이다. 물론 묻혀 버렸지만.)


나는 지금 SK가 그런 사태를 벌였던 것이 정당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렇다고 기아를 옹호하려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나는 지금 그 때의 양팀 분위기가 상당히 좋지 않았었고, 언제라도 싸움이 일어났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경기였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기아의 응원단장 사태도 겹쳐 있었다는 것을 굳이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너무 황당한 사건이라서.)


이번 윤길현 사태에서 가장 큰 힘은 물론 여론의 힘이었다. 결국 양팀이 분쟁을 벌인다면, 여론이 어느 쪽을 바라보는가에 따라 누가 뭇매를 맞는지가 결정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SK는 참으로 좋지 않은 식으로 싸움을 시작했다. 사사구를 맞추고도 타자에게 강짜를 부리는 모습이나 그것이 특히 선배에게 대드는 후배의 모습이었다는 것은 보편적인 한국인의 정서상으로 볼 때 용납되기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삼진을 잡은 후 그 동작을 낄낄대며 비웃은 것은 우리 모두의 화를 북돋기 충분했다.


여론은 단숨에 SK에게 불리한 쪽으로 휘몰아쳤고, 윤길현은 묵사발이 되었다. 일단 싸움을 시작한 것이 그런 타이밍이었으니 당연
히 SK는 전투를 잘못 시작한 것에 대해 후폭풍을 맞을 수밖엔 없었고, 결국 패배했다는 이야기다.

내가 SK였다면…………



일단 김재현 같은 과거 LG의 올드비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 같은 선수가 맞았을 때, 그가 화를 내며 벤치클리어링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론은 왜 그가 이런 식으로 싸움을 벌였는지에 대해 추적을 시도할 것이고 그렇다면 SK는 여론에서 상당히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클라우제비츠나, 혹은 손자(孫子)나, 전쟁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세 가지를 이야기한다.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때에, 내가 원하는 곳에서, 상대보다 많은 병력을 동원하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시간(時間)이 상대보다 많은 병력(여론)을 움직이는 힘으로 작용하였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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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빈翰彬 | 2008/07/08 21:04 | 야구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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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크라켄 at 2008/07/09 00:39
솔직히 윤길현이 잘못은 했지만 아직도 욕질과 비방을 쳐붓는
놈들에겐 미안하지도 않습니다 애가 해골이 됐더만....
Commented by labylinth at 2008/07/10 00:46
네..저도 안타까웠던 부분입니다.
이번주 문학 주말 3연전이 또 걱정입니다.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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