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6월 29일
나는 문학 교과서에서 시가 들어가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시인이 시를 쓴다는 것은, 그가 어떠한 현상이나 사물을 인식한 것을 활자로서 옮기려 시도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옮김의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왜곡이 일어나게 된다. 왜냐하면 그의 인식 그 자체는 언어에 의해 매개된 것이 아니며, 언어 이전에 존재하는 어떤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어떤 것' 이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어떠한 말도 필연적으로 왜곡을 거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인식이 언어라는 수단을 통해서 매개될 경우, 그 과정은 이차적으로 불완전하게 왜곡된다. 따라서 어떤 이가 그 시인의 인식을 언어로서 옮겨 놓은 시를 보고, 그 시인의 인식을 정확하게 느끼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첫째, 일차적으로 그 시가 시인의 인식을 완전히 옮겨 놓지 못했기 대문이고, 둘째로 그가 그 시를 보며 느끼는 인식 또한 불완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언제나 우리가 그 시를 읽고 느낀 감상을 불완전한 추측을 통해 나타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추측이 수단으로서 이용되는 것이 다양한 비평 방법이 된다. 시인의 기존 작품 세계를 통해 새로운 시를 이해하려는표현론적 비평, 당시 사회를 통해 이해하려는 반영론적 비평, 혹은 모든 것을 배제한 채, 시 그 자체에만 국한시켜 시어 사이의 구조적 연계에 주목하는 신비평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이러한 비평 방법은 각자의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어느 비평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조차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우리의 인식은 불완전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가 그 시를 보며 느끼는 인식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에도 이 인식이 불완전하다는 것이 드러난다. 버지니아 울프의 다음과 같은 언급은 한 가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해마다 그것을 읽으면서 햄릿에 대한 자신의 인상을 적어 놓는 것은 사실상 우리의 자서전을 기록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인생에 대해서 더 많이 알면 알수록 우리가 아는 것에 대한 셰익스피어의 코멘트도 더 잘 알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시를 스스로 설명하려는 시인은 없다. 그것은 시인 자신도 인식을 언어로 옮기는 데 발생하는 필연적 왜곡을 스스로가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며, 설명하는 순간 그 설명은 자신이 인식해 낸 그 시보다 하급으로 떨어지게 될 것임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시에 관한 설명은 평론가의 것이며, 작가의 인식보다는 평론가의 비평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시험에 속박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시에 대한 자신의 이해보다, 시를 이해한 평론가의 비평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하게 된다. 그들은 함부로 시를 이해하려고 시도하지 않는다. '감히' 시를 자신의 인식틀로서 이해했다가 만일 그 이해가 평론가의, 교과서의 비평과 다르게 되면 나오는 것은 틀린 시험지뿐이다. 때문에 그들은 비평가들이 설명하는 시의 구조적인 연계나, 시어의 의미를 외우는 데 주목하지, 결코 스스로가 그 시를 해석하려 하지 않는다. 시인을 제외한 모두는 그 시에 대해 이차적 왜곡을 거친다. 그러나 학생은 시의 이해를 오직 평론가에 의지해 이해해 나가기 때문에 그는 삼차적 왜곡을 거친다. 더 끔찍한 일은 이제 학생에게 시를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는 꺾여저 버린다는 사실이다. 그는 자신의 자서전을 작성할 기회 자체를 박탈당해 버리고 있다.
시는 모두에게 각자의 이해를 선물하는 것으로서 존재하고, 또한 존재해야만 한다. 우리는 시인의 인식에 대하여, 자신의 인식으로서 찬성과 거부의 목소리를 낼 뿐이어야 한다. 어찌 '감히' 우리가 평론가의 비평에 찬성과 거부의 목소리를 내야 한단 말인가?
# by | 2008/06/29 12:45 | 글 | 트랙백 | 핑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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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학생들의 자유로운 해석을 존중할 줄 모르고 '시험에 나오니까 교과서나 외우라'는 식으로 가르치시는 몇몇 선생님들분도 여전히 계시죠. 사실 이 글은 완전히 그런 역할을 부정하려는 시도에서 쓴 글이 아닙니다. 시는 모두에게 해석할 기회가 존재하므로, 그들의 해석이 아무리 조악하고 허섭한 것이라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쓴 글입니다.
이런 시는 해석을 참고서처럼 밑줄 그으면서 '~는 ~를 의미하는거야.' 이런 식으로
접근할 수 없고 문제도 애매하게 나와서 점점 곤란해지는게 학생의 현실이죠.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