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月 23日



 비[雨]가 온다. 밤의 어둠을 뚫고서, 거세게 내린다.

 방안에 앉아 자세를 바로하고 눈을 감으면, 어두운 사방에서 자글거리는 빗소리가 꽈악 하고 차오른다.
 그 소리가 점점 커져 내 고막을 가득 채워간다. 비와, 빗방울과, 빗소리와, 비내음과, 물내음과, 물소리와, 물방울과, 물이 내 정신을 채색하고 내 맘속에 충만하다. 빗소리가 자욱하니, 무언가 표면에서 번뜩이는 별빛을 터트리며 소리의 빼곡함과 별볓의 명멸을 함께 전한다. 어느 순간부터 비내음이 사라진다. 빗소리가 사라진다. 빗방울이, 비가 사라진다. 어느 순간부터, '비'는 사라지고 오로지 그 움직임만이 존재한다. 비는 더이상 없다. 어둠은 더이상 없다. 나는 내 정신을 물의 색처럼 엷디엷은 파아란 물빛과 존재조차 의심스러운 미향(微香)의 물내음으로 채색한다. 그 투명함 속에 내가 있다. 들려오는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p.s. 오타는 시적허용이라 생각하고 봐주십쇼.

by 한빈翰彬 | 2008/03/23 23:50 | 일기장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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