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유감 생각 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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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대로 블로그를 시작한 지는 5년 정도 되었다. 그 사이에 이글루스는 활발한 의견 교환장으로서의 힘을 잃었다. 인터넷을 시작한 것은 중학생 때였으니 인터넷 커뮤니티의 쇠락을 본 것도 한두 번은 아니다. 새로운 커뮤니티들이 놀랍지는 않다. 결국 사람들은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본능이 안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만큼 알고 있으니 내 얘기를 들어라.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과연 그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나는 늘 의심에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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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블로그에서는 찾아온 누군가가 나에게, 무엇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의견을 물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깊게 생각해보진 않았으나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이렇게 생각합니다, 라고 답한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물어본 사람에게 무례할지는 모르겠으나,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생각은 단지 생각일 뿐이다. 그것이 진정으로서 힘을 갖기 위해서는 진실이어야 한다. 진실되기 위해서는 깊게 생각해야 한다. 즉, 어떤 생각이 힘을 갖기 위해서는 깊게 생각해야 한다. 

 그러므로 내 단편적인 생각은 힘이 없다. 진실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누군가는 내가, 남들에겐 없는 통찰과 직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항상 통찰과 직관은 관찰을 통해서, 무엇보다도 깊은 생각을 통해서만 나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같은 활자에도 불구하고 그런 단편적인 질문에 답하는 내 목소리는 항상 초라하다. 하지만 내가 비로소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을 때는, 깊게 생각하고 집요하게 다듬으며 그 생각을 가장 간단한 단어로 말할 수 있을 때 뿐이다.  

 하지만 진실을 위해선 자원이 필요하다. 시간, 에너지, 돈. 우리는 항상 진실을 만들기 위해 자원을 소모한다. 우리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진실의 양은 한계가 있다. 물론 시간, 에너지, 돈을 진실을 만들기 위해 만들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 자원을 복싱에 많이 투자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 나에겐 더 많은 것들이 선택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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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진실이냐 아니냐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느낀다. 많은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자신의 자원을 투자하기보다는, 그저 자원을 투자했다고 여겨지는 누군가의 말을 읊는 데 열중한다. 본질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갖지 않을 것이라면 왜 그들이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최근 그것을 가장 많이 느꼈을 때는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은 메이웨더-파퀴아오 전이었다. 공중파 중계의 힘이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이 매치에 대해 흥미를 가졌었다. 그로 인해 인터넷 커뮤니티 역시 메이웨더-파퀴아오 전을 가지고 많이 갑론을박을 하였는데, 탁견은 고사하고 애초에 남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찾지 못했다. 그 수많은 사람들 중 양쪽 경기를 합쳐 5전 이상 주의깊게 본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그것은 국내의 복싱인들 설문조사에서도 느꼈던 것이다. 그 때 아마 유명우씨와 김광선씨 등 몇몇 사람들의 발언들을 직접 인용하고 국내외 복싱인 100명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던 것 같은데, 그들 중 남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볼 적이 없다. 애초에 그들이 생각을 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그것에 대해 정말로 알기보다는 안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다는 데 행동이 기인한다고 나는 추측한다. 

 그래서 나는 말을 안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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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내가 예전에 본 진실된 포스트 하나를 소개한다. 

http://nbamania.com/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119288&sca=&sfl=wr_subject&stx=%ED%8F%AC%ED%8F%AC%EB%B9%84%EC%B9%98&sop=and&scrap_m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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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은 진실이 아니라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 더 흥미있다. 의견도 좋지만 어떤 반 영구적인 것을 만들어서 더 많은 사람에게 기여하고 싶다. 일하고 싶다. 소설도 쓰고 싶고, 프로그램도 만들고 싶다. 

 다수의 참여를 허용한다면, 페이스북처럼은 안 되고 싶다. 이제 인터넷 유머자료든 카드뉴스든 진실 같지도 않고 흥미 본위의 가십에 질렸다. 페이스북에서 다른 사람들이 눌러놓은 좋아요 따위에 환장한 인터넷 자료들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차라리 디시인사이드가 나아 보일 정도다. 거긴 최소한 찌라시들이 돌지는 않으니까. 나는 모든 스스로 생각하는 자료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무리 허섭해도 다양한 의견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휘발성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지만 의견교환이 빨라지면서 의견이 획일화되는 데 나는 유감이다. 한 번 봤던 이야기는 두 번 보면 질리니까. 
   




오늘의 글귀(Harper Lee) 글귀 引用



 아빠는 배심원들에게 변론을 반쯤 마친 상태였다. 서류가 책상 위에 있는 것으로 보아 의자 옆에 있던 서류 가방에서 서류를 꺼낸 것이 분명했다. 톰 로빈슨은 그 서류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어떤 확실한 증거도 없이 이 피고는 사형죄로 기소되어 있으며, 지금 목숨이 걸린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나는 오빠를 한 대 쳤다. 
 
 "시작한 지 얼마나 된 거야?"
 
 "방금 증거를 검토하셨어. 스카웃, 우리가 이길 거야. 도저히 질 수가 없어. 아빠가 시작하신 지 5분쯤 됐어. 아빠는 아주 쉽고도 명료하게 하셨어 -내가 너에게 설명할 때처럼 말씀이지. 너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었을 거야." 

 오빠가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길머 검사가-?"

 "쉿. 별로 새로운 것도 없었고, 그냥 똑같은 거지 뭐. 자, 조용히 해봐."

 우리는 다시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아빠가 편지를 받아쓰게 하실 때처럼 초연한 태도로 쉽게 말씀하고 계셨다. 배심원들 앞을 천천히 왔다갔다하셨고, 배심원들은 아빠의 말에 주의를 기울였다. 배심원들은 고개를 쳐든 채 아빠의 말을 이해한다는 듯이 아빠의 동작을 따라 시선을 움직였다. 그것은 어쩌면 아빠는 천둥 소리처럼 큰 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일 거다. 

 아빠는 잠시 말을 멈춘 뒤 평소에는 하지 않는 행동을 하셨다. 시계 줄 달린 시계를 풀어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서 "재판관께서 허락하신다면-" 하고 말씀하셨다. 

 테일러 판사님이 고개를 끄덕거리자 아빠는 공적인 자리에서나 사적인 자리에서나 내가 일찍이 본 적이 없는 행동을 하셨다. 조끼 단추와 옷깃의 단추를 풀고, 넥타이를 느슨하게 하고, 웃옷을 벗으셨다. 잠자리에 들며 옷을 벗을 때까지는 한 번도 아빠는 실오라기 하나 옷을 흐트러트린 적이 없으셨다. 오빠랑 나에게 그것은 알몸으로 우리 앞에 서 계신 것과 같았다. 우리는 놀라서 서로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아빠가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시 배심원을 향해 서자 금으로 만든 칼라 단추와 펜과 연필 끝이 햇살에 반짝였다. 

 "신사 여러분."

 아빠가 말씀하셨다. 오빠와 나는 다시 서로를 바라다보았다. 아빠는 "스카웃." 하고 말씀하시는 듯했다. 목소리에는 딱딱함과 초연함이 사라져 있었다. 배심원들에게 마치 그들이 우체국 모퉁이에서 만난 사람들인 것처럼 말씀하셨다. 

 "배심원 여러분.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만, 남아 있는 시간을 이용하여 이 사건은 그렇게 어려운 사건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복잡한 사실들을 상세하게 검토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배심원 여러분께서는 피고의 죄에 대해 추호의 의심도 없이 확신을 가질 것을 요구합니다. 이 사건은 법정에까지 와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마치 흑백처럼 아주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검사 측에서는 톰 로빈슨이 기소되어 있는 범죄가 일어났다는 점에 아무런 의학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그 대신 두 증인의 증언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증언의 증거는 반대 신문을 통해 진지하게 논의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피고는 죄가 없지만 이 법정에 있는 누군가는 죄가 있습니다. 

 저는 검사 측의 중요한 증인에 대해 진심으로 동정을 느끼는 바입니다. 하지만 저는 한 사람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그녀의 행동에까지 그 동정을 보낼 수는 없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죄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으로 그렇게 했던 겁니다. 

 배심원 여러분, 제가 죄라고 말하는 것은, 그녀의 행동에 동기를 부여해준 것이 죄이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아무런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온 우리 사회의 엄격한 규범을 깨뜨렸을 따름입니다. 그 규범은 너무 엄격하여 누구든지 그것을 깨뜨리면 우리와 함께 살기에 부적합한 인물로 추방당합니다. 그녀는 무서운 가난과 무지의 희생자이지만 저는 그녀를 동정할 수가 없습니다. 그녀는 백인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죄가 얼마나 큰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만 그녀의 욕망이 그녀가 깨뜨리고 있는 규범보다 더 강하여 그것을 깨뜨리기를 고집한 겁니다. 그녀는 그렇게 고집했고, 그에 따른 그녀의 반응은 우리 모두가 이런저런 때 알고 있는 어떤 것입니다. 그녀는 모든 어린아이들이 하는 어떤 행동을 했습니다 -그녀는 죄의 증거를 자신에게서 없애려고 했지요. 하지만 이 사건에서 그녀는 남에게 훔친 물건을 숨기는 그런 어린아이는 아닙니다. 그녀는 자신의 희생자에게 일격을 가했습니다 -반드시 그녀는 그를 자신으로부터 떨어지게 해야 했지요 -그는 그녀의 존재에서, 이 세계에서 제거되어야만 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죄의 증거를 말살시켜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그 죄의 증거란 무엇일까요? 톰 로빈슨, 한 인간입니다. 그녀는 톰 로빈슨을 자신으로부터 제거해야 합니다. 톰 로빈슨은 그녀가 저지른 행동을 매일 상기시켜주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녀는 무슨 행동을 저질렀나요? 그녀는 한 흑인을 유혹했던 겁니다. 

 그녀는 백인이었고, 한 흑인을 유혹했습니다. 그녀는 우리 사회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행동을 한 겁니다. 흑인에게 키스를 했습니다. 나이 많은 삼촌에게 키스를 한 게 아니라, 건장하고 젊은 흑인에게 키스를 한 겁니다. 그녀가 그 규범을 깨뜨리기 전에는 아무런 규범도 그녀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 그 규범은 화산처럼 쏟아져 내렸던 겁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것을 보았고, 피고는 그의 말을 증언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어떻게 행동했나요? 우리는 잘 알 수 없지만 메이옐라 이웰이 거의 언제나 왼손잡이로 생활하는 그 누군가에 의해 심하게 구타당한 것을 보여주는 정황 증거가 있습니다. 이웰 씨가 그랬다는 것을 우리는 부분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는 그런 상황에서  하나님을 경외하고 인내심 있으며 존경할 만한 백인이라면 누구나 할 그런 행동을 했습니다 -소환장을 제출하고, 거기에 왼손으로 서명을 했습니다. 그리고 톰 로빈슨은 그가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손으로 -그의 오른손이지요- 선서를 하고 지금 여러분 앞에 앉아 있습니다. 

 그리고 백인 여자를 '불쌍하다고 생각할' 만큼 아주 용기 있는, 그렇게도 조용하고 겸손하며 존경받을 만한 한 흑인이 백인 두 사람의 증언에 반대 증언을 해야 했습니다. 증인석에서의 그들의 모습과 행동을 배심원 여러분에게 다시 상기시킬 필요성을 느끼지 않습니다. -배심원 여러분이 직접 눈으로 보셨으니까요. 메이콤 군의 보안관을 제외하고는 검사 측 증인들은 자신들의 증언이 추호의 의심도 받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갖고 여러분들에게, 이 법정에 출두했습니다. 배심원 여러분들이 그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흑인은 거짓말을 한다는 가정 -물론 그건 잘못된 가정이지요- 모든 흑인은 기본적으로 부도덕한 인간이라는 가정, 모든 흑인은 우리 여자들 주위에 믿고 내버려둘 수 없다는 가정, 우리가 그들의 정신과 관련짓는 그런 가정을 따르리라는 확신을 갖고 말입니다. 

 배심원 여러분, 그것은 우리가 알다시피 (톰 로빈슨의 피부처럼) 새카만 거짓말입니다. 여러분에게 지적할 필요조차 없는 거짓말이지요. 배심원 여러분은 진실을 알고 계십니다. 그 진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흑인은 거짓말을 하고, 또 어떤 흑인은 부도덕하며, 또 어떤 흑인은 여자를 -백인이건 흑인이건 말이지요- 옆에 맡겨 둘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인류 전체에 해당하는 진리이지 어느 특정한 종족에만 적용되는 진리는 아닙니다. 이 법정 안에는 한번이라도 거짓말을 해보지 않고, 부도덕한 짓을 한 번도 해보지 않고, 여자를 쳐다보며 한 번도 엉큼한 생각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겁니다."

 아빠는 잠시 말을 멈추시고는 손수건을 꺼내셨다. 그러고 나서 안경을 벗어 닦으셨다. 지금 우리는 전에는 보지 못한 또 한 가지 아빠의 모습을 봤다. 지금껏 아빠가 땀을 흘리시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아빠는 얼굴에 결코 땀을 흘리지 않는 그런 사람 중의 한 분이었지만 지금은 땀으로 얼굴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배심원 여러분, 마치기 전에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토머스 제퍼슨은 언젠가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북부 사람들과 워싱턴에 있는 행정부 사람들이 우리에게 던지기 좋아하는 말이지요. 서력 기원 후 1935년 지금 어떤 사람들은 문맥에서 어긋나게 이 말을 사용하고 모든 조건에 적용시키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해낼 수 있는 가장 우스꽝스러운 예는, 공교육을 시행하는 사람들이 근면한 학생들을 어리석고 게으른 학생들과 같이 진급시키는 겁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고 하여 교육자들은 뒤에 처진 아이들이 무서운 열등 의식에 시달리고 있다고 심각하게 말합니다. 몇몇 사람들이 우리를 밑게 하는 그런 의미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창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 똑똑하고, 또 어떤 사람은 날 때부터 다른 사람보다 기회가 더 많으며, 또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돈을 더 잘 벌며, 또 어떤 부인들은 다른 사람보다 케이크를 잘 만들며 -또 어떤 사람은 대부분 사람들의 정상적인 범위를 뛰어넘는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나라에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도록 창조된 한 가지가 있습니다 -거지도 록펠러와 동등하고, 어리석은 바보도 아인슈타인과 동등하며, 무식한 사람도 어떤 대학 총장과 동등한 하나의 인간 제도가 있지요. 배심원 여러분, 그 제도가 바로 사법 제도입니다. 그것은 미국의 대법원일 수도 있고, 이 앨라배마 주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J.P.법원일 수 있고, 아니면 배심원 여러분이 지금 수고하고 계시는 이 법정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 법원은 인간의 다른 제도가 그러하듯이 결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우리의 법원은 모든 것을 평등하게 만들어버리는 위대한 제도입니다. 우리의 법원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어 있습니다. 

 저는 우리의 법원과 사법 제도에 확신을 갖고 있는 그런 이상주의자는 아닙니다 -저에게 그것은 이상이 아니라 살아서 꿈틀거리는 현실이지요. 배심원 여러분, 법정은 제 앞 배심원석에 앉아 계신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건전해야만 건전할 수 있습니다. 법정은 오직 배심원이 건전한 만큼 건전하고, 배심원은 그 구성원이 건전한 만큼 건전합니다. 배심원 여러분이 지금까지 들으신 증거를 감정의 동요 없이 검토하여 판단을 내려 이 피고를 그의 가족에게 돌려보내시리라 확신합니다. 배심원 여러분께서 맡은 바 의무를 다해주시기를 하나님의 이름으로 비는 바입니다." 

 -하퍼 리Harper Lee,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 1960




복싱 스타일 용어 정리 복싱 拳鬪





복싱 스타일 용어 정리(Boxing Style Terminology)


 복싱에서 두 복서의 스타일이 완전히 일치하는 경우는 없다. 복서의 스타일은 복서가 자신이 배운 것을 실전에 적용하고 그에게 맞는 방법으로 행하면서 형성된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복싱 스타일의 숫자는 이 세상의 복서의 숫자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용어들이 복서의 스타일을 일컫는 데 있어 사용된다. 하지만 복서는 꼭 한 가지 스타일로 정의되지는 않는다. 복서는 인파이터와 아웃복서 둘 다에 속할 수도 있다. 버나드 홉킨스(Bernard Hopkins)를 예로 들 수 있고 사실상 근대의 대부분의 복서들이 복합적인 스타일을 취하고 있다. 




 대분류


-복서/아웃복서/아웃파이터(Boxer/Out-boxer/Out-fighter)

고전적인 복서는 그와 그 상대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고, 더 빠르고, 더 긴 펀치로 상대방에게 점차적으로 대미지를 줘서 눕히는 스타일이다. 장거리 잽 견제처럼 상대적으로 약한 펀치에 의지해야 하기 때문에, 아웃복서는 넉아웃(knockout)보다는 판정(point decisions)에 의해 이기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아웃복서라고 해서 KO승률이 모두 낮은 것은 아니며 아웃복서 중에서도 KO율이 높은 복서들이 존재한다. 아웃복서는 위험을 덜 감수하며 페이스를 조절하고, 상대방을 리드하며, 상대방의 체력을 깎아내는 방법으로 때로는 최고의 복싱 전술로 여겨진다. 아웃복서들은 일반적으로 브로울러(Brawler)에 비해 높은 기술과 체력을 보여준다. 아웃복서는 긴 리치와 빠른 핸드 스피드, 좋은 반응 속도와 풋워크를 필요로 한다. 


 아웃복서는 이 한 문장으로 정리될 수 있다. "to hit and not get hit"  


 ex) 윌리 펩, 무하마드 알리, 윌프레도 베니테즈, 슈거 레이 레너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 


-아웃복서 무하마드 알리




 -복서-펀처(Boxer-Puncher)
 
 복서-펀처는 잘 다듬어진 균형잡힌 복서로서, 기술과 힘의 조화로 근거리 복싱을 해내는 스타일이다. 이 스타일은 종종 컴비네이션이나 단발 펀치로 상대방을 넉아웃 시킨다. 그들의 움직임이나 전략은 기본적으로 아웃복서와 비슷하나, 풋워크를 덜 활용하는 면이 있고 판정으로 이기기보다는 상대편을 쓰러트리는 경향이 있다. 복서-펀처는 뛰어난 콤비네이션과 좋은 가드, 그리고 밸런스를 필요로 한다. 

 ex) 슈거 레이 로빈슨, 로베르토 두란, 오스카 델 라 호야, 리카르도 로페즈, 후안 마뉴엘 마르케즈, 매니 파퀴아오, 게나디 골로프킨

-펀처 vs. 펀처, 매니 파퀴아오-미구엘 앙헬 코토




 브로울러/슬러거(Brawler/Slugger)
 
 브로울러는 부족한 풋워크와 체력을 순수한 펀치의 힘으로 보완하는 스타일이다. 많은 하드펀처들이 이동성이 떨어지며 그에 따라 뛰어난 풋워크를 가진 복서들을 상대로 어려움을 표출한다. 또한 브로울러는 복서-펀처에 비해 콤비네이션보다는 훅과 어퍼컷 같은 단발성의 강펀치를 통해 상대를 눕히는 것을 선호한다. 그들의 느리고 예측 가능한 펀치 때문에 종종 카운터를 얻어맞는 경우가 많으므로, 뛰어난 슬러거형 선수는 대미지를 흡수하고 견디는 능력도 뛰어나야만 한다. 이 스타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강한 펀치력과 견고한 턱이다.  

 ex) 소니 리스턴, 조지 포먼, 안토니오 마가리토

-슬러거 스타일의 조지 포먼



 -인파이터/파이터(Swarmer/In-figher/Pressure Fighter)

 인파이터는 상대방을 때리기 위해 상대방의 거리로 끊임없이 들어가 상대방을 압박하는 스타일이다. 인파이터들을 짧은 리치나 신장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들어가 강도 높은 플러리(flurries; 빠른 좌우 연타)와 훅, 어퍼 등을 사용한다. 인파이터들은 그들이 원하는 거리까지 접근하기 위해 수많은 잽들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고 그렇기 때문에 성공적이긴 인파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강한 턱을 필요로 한다. 

 또한 인파이터들의 장점이라면 그들의 낮은 신장과 짧은 리치의 반대급부로 얻을 수 있는 강력한 펀치력과 짧은 거리에서의 더 좋은 각을 가진 다양한 펀치들이다. 인파이터들은 위빙이나 더킹, 슬리핑을 통해 끊임없는 압박을 상대에게 가하며 상대방의 밸런스를 무너트려 상대방의 내지른 펀치를 따라 빠르게 앞으로 파고들어가곤 한다. 인파이터는 공격성, 지구력, 강한 턱, 좋은 위빙 등을 필요로 한다. 

 ex) 조 프레이저, 훌리오 세자르 차베스, 마이크 타이슨, 리키 해튼 


-인파이터 마이크 타이슨




 세부 분류

:아웃복서, 펀처, 인파이터 등은 많은 선수들의 대략적인 특성을 규정짓는 데 용이하지만 때로는 어떤 개성이 너무 강하여 단지 대분류로는 그 선수의 진정한 특징들을 올바르게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밑에서는 대분류 속에서 자주 발견되는 특이한 변종들에 대하여 소개한다. 


 -카운터 펀처(Counter Puncher)
 
 하나의 카테고리라기보다는 부가적인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는 카운터 펀처는 그들의 방어를 사용해 상대방의 펀치를 피해 내고 자신의 펀치를 돌려주는 스타일이다. 그들은 좋은 헤드 무브먼트와 슬리핑 같은 천부적인 타이밍 감각을 필요로 한다. 카운터 펀처는 대체로 가까운 거리에서 싸우지만 몇몇 카운터 펀처들은 아웃복서 스타일의 거리를 유지한다. 아웃복서 스타일이 만일 좋은 카운터 펀처일 겅우 그 선수는 대단히 공격적인 아웃복싱이 된다. 성공적인 카운터 펀처가 되기 위해서는 뛰어난 헤드 무브먼트와 반사신경, 민첩함(quickness)이 요구된다. 

 ex) 제임스 토니,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 노니토 도나이레 


-카운터펀처 노니토 도나이레




 -무버(Mover) 

 처음 무버를 보면 복서-펀처의 유형으로 분류하거나, 아웃복서로 분류하기 쉽다. 하지만 무버는 그 양 쪽 모두의 특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양 쪽 모두의 특성을 갖고 있지 않다. 무버는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상대에게 펀치를 전달한다는 점에 있어서 마치 아웃복서 같지만 그들이 의존하는 펀치는 잽보다는 펀처와 같은 파워 펀치이다. 무버는 잽으로 공간을 만들기보다는 발과 상체 움직임으로 공간을 만들며 잽의 견제용 기능을 슬리핑이나 스웨이와 같은 상체 무브먼트로 대신하며 잽을 생략하고 파워 펀치로 경기를 이끌어 간다. 성공적인 무버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운동량과 뛰어난 반사신경, 그리고 유연한 몸이 요구된다. 

 ex) 로이 존스 주니어, 서지오 마르티네스, 장 파스칼, 키스 서먼 


-무버 서지오 마르티네스



 -볼륨 펀처(Volume Puncher)   

 어떤 선수를 볼륨 펀처로 일컬을 때 그건 대체로 인파이터 중 상대의 펀치를 위빙이나 슬리핑으로 피하지 않고 자신의 몸으로 받아내면서 상대에게 더 큰 피해를 강요하는 복서들을 가리킬 때 사용된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하기 위해, 볼륨펀처는 대체로 매우 강한 맷집을 필요로 하며 느리지만 뒤로 물러나지 않는 강한 정신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또한 계속해서 자신을 피해 움직이는 복서를 잡기 위해 좋은 어퍼 바디 무브먼트(upper body movement)역시 필요로 한다. 하지만 볼륨 펀처가 펀처를 만났을 때 그것은 때로 더 강한 펀치력을 가진 상대에게 때리기 쉬운 각을 만들어 주는 일이 되기도 한다. 

 ex) 안토니오 마가리토, 지오반니 세구라, 브랜던 리오스


볼륨펀처 vs. 펀처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안토니오 마가리토-미구엘 앙헬 코토 전



 
 -슬릭 파이터/복서/무버(Slick Fighter/Slick Boxer/Slick Mover)

 슬릭 파이터는 일반적인 복서가 상대가 들어올 때 풋워크나 잽을 통해서 상대의 공격을 극복하는 것과 달리 숄더 무브먼트나 숄더-롤 등의 상체 무브먼트로 상대의 공격을 극복하는 선수들을 말한다. 그렇다고 슬릭 파이터들이 모두 풋워크가 좋지 않은 것은 아니며, 풋워크를 경제적으로 사용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 슬릭 파이터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상대의 공간에 머무르는 것은 노쇠로 인해 체력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고 상대에게 카운터를 전달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그래서 많은 슬릭 파이터들이 카운터펀처의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슬릭 파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앵글에 대한 뛰어난 이해가 필요하며 상대의 지대와 자신의 지대 사이의 관계를 꿰뚫는 직관이 필요하다. 

 ex) 제임스 토니, 버나드 홉킨스, 퍼넬 위태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


-미끌미끌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




 스타일 매치, 상성(Style Matchups)

 일반적으로 복싱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이 격언처럼 받아들여진다. "스타일이 경기를 만든다(Styles make a fight)" 

 복서의 스타일은 경기의 양상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다. 일반적으로 과거의 전적에 따라 받아들여진, 대략적으로 어떤 스타일이 어떤 스타일에 강한가 하는 법칙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인파이터는 아웃복서에 대해, 아웃복서는 펀처에 대해, 펀처는 인파이터에 대해 강한 성향을 보여 왔다. 이 상성은 마치 가위바위보처럼 어느 한 스타일이 다른 스타일에 비해 독보적으로 강한 스타일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펀처는 인파이터에게 우위를 점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인파이터가 펀처에게 다가가려고 할 때, 인파이터가 어쩔 수 없이 자신보다 강한 주먹이 장전되어 있는 펀처에게 앞으로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인파이터의 턱이 굉장히 강하거나 펀처의 스태미너가 형편없지 않은 이상 하드펀처의 높은 파워가 인파이터를 눕힐 확률이 높아 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조지 포먼이 조 프레이저를 눕힌 것을 이 상성의 대표적인 사례로 생각한다. 

 반대로 인파이터는 아웃복서에게 유리함을 가지는데 거리를 두고 천천히 진행하는 복싱을 선호하는 아웃복서에게 인파이터는 끊임없이 그 거리를 줄이고 복서에게 자신의 압박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이 상성의 지지자들은 무하마드 알리가 조 프레이저와의 1차전에서 패배한 것을 두고 알리가 너무 복서 스타일로만 경기를 임했던 것이 커다란 패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아웃복서는 펀처에게 유리하다고 여겨지는데 하드펀처들이 일반적으로 풋워크의 부재나 느린 스피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아웃복서들은 자신들의 단점을 노출시키지 않으면서도 펀처에게 끊임없는 대미지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마찬가지로 이 상성의 지지자들은 무하마드 알리가 발이 굳은 슬러거 타입에 대해 강력한 모습을 보인 것을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상성이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며 그 밖의 많은 요소들, 선수의 스킬 셋과 선수들의 절대적 수준은 경기의 승패에 스타일만큼이나 커다란 영향을 미치곤 한다. 또한 두 복서 모두가 복서 스타일이었다고 해서 그 둘이 붙었을 때 양쪽 다 복서 스타일로 경기에 임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 둘 중에서 더 안정적인 공격을 가진 쪽이 복서가 되고 그 상대는 인파이터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예전 나는 "복서는 규칙을 만들고 인파이터는 규칙을 부수기 위해 투쟁한다" 라고 한 바 있는데 이는 그들 중 더 안정적인 경기의 양상, 즉 규칙을 만드는 쪽이 복서에 가깝다는 생각에 기인한다. 

 그리고 이 상성에 의해 어떤 전체적인 경향성을 추정할 수는 있어도 어떤 특정한 매치를 예측하는 데 이 상성을 이용한다는 것은 대단히 무리한 시도이며 경기를 결정하는 것은 그 외에도 다른 많은 요소들이 존재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수정일자 15. 01. 12.
-1차 출처는 알지 못하며 2차 출처는 디시인사이드 복싱 갤러리 공지이다. 
-예전 글의 어색한 표현들을 윤문하였고 예시에 있어서 적절하지 못한 복서들을 수정하였다. 또한 스타일 간 상성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고 세부 스타일 중 무버, 볼륨펀처, 슬릭 파이터에 대한 설명을 추가하였다. 



메이웨더-파퀴아오 단평 복싱 拳鬪




Win in Ring But Defeat Outside It - SportsIllustrated Headline




 다른 일 하느라 평이 좀 늦었다. 

 메이웨더-파퀴아오는 영상을 다시 한 번 봐야 할 것 같지만, 일단 간단하게 기억나는 것들부터 쓰자면, 

 일단 나는 파퀴아오가 펀쳐 스타일과 복서 스타일 중 하나를 고르라면, 복서 스타일을 고를 줄 알았는데, 왜냐하면 메이웨더의 원거리 공격이 위협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팩은 메이웨더의 원거리 저격 능력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고 느꼈는지, 발을 붙인 채로 링을 잘라낸 다음 메이웨더를 코너에 몰아넣고 때린다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나쁜 전략은 아니겠으나, 그 전략으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확실히 링을 잘라냈을 때 상대에게 확실한 타격을 주어야만 한다. 하지만 프리뷰에서도 말했듯이, 메이웨더는 인사이드 상황에서 클린치로 걸어잠그려 들 테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이트 뿐만 아니라 어퍼를 준비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고 가까운 거리에서 많은 타격을 주지 못했다. 

 그렇다면, 최대한 계속해서 가까운 거리로 접근하며 타격을 주고 끊임없이 메이웨더에게 펀치 다발을 퍼부으면서 경기를 주도한다는 인상을 남겼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오늘 내가 파퀴아오에게 갖는 최대의 아쉬움은 펀치 횟수가 너무 적었다는 것이다. 적은 펀치여도, 스텝으로 인 앤 아웃을 하면서 상대의 공격을 단숨에 가로지르던가 아니라면 발을 붙이고 많은 펀치를 내던가 둘 중 하나를 했어야 했는데, 스텝으로 인 앤 아웃을 하면서 레인지를 교란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펀치를 많이 내면서 상대를 압박한 것도 아니었다. 
 
 경기는 초반 간을 보다가 플로이드의 라이트 핸드 카운터와 리드 라이트 핸드, 파퀴아오의 카운터와 들어가서의 연타 대결로 흘러갔는데, 양쪽 모두 방어가 좋아서 정타 허용이 적고 서로 카운터를 이끌어내기 위해 페인트를 너무 많이 사용했다. 실제로는 상당히 수준높은 경기라고 생각하는데, 스텝으로 페인트를 주고 들어가려고 간을 보는 팩에게 번개같은 잽을 주고 바로 뒤로 빠져버리는 메이웨더의 방어 모두 눈을 떼기 힘든 경기였다. 

 개인적으로 최근 메이웨더의 상대 중 가장 정타를 맞지 않은 상대가 팩인 것 같고, 팩의 패인은 방어 측면보다, 초반 라운드에서 적극적인 공세를 통하여 라운드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실제로 후반 라운드로 흘러가면 흘러갈수록 메이웨더보다는 팩이 경기를 많이 자기 것으로 만들었었기 때문이다. 

 라운드마다 각자가 던졌던 Finest Shot들을 적어 두었는데, 한 라운드에서 쌍방 모두에게 그런 샷들이 터져 나오면 판정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당히 판정하기 까다로운 경기가 되어버린다. 나는 2라운드는 10-10을 줬고, 4, 6, 8, 10라운드를 팩에게 줬는데 가장 치열했던 라운드는 4, 5라운드가 아니었을까.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는 대결이 펼쳐지던 라운드였다. 

 라운드별 채점에서 각자 자신이 가장 인상깊게 본 샷들만 기억하게 되면 한 쪽에 쏠리기 쉬울 것 같아 일단은 라운드별로 서술하는 것은 자제하도록 하겠다. 

 경기는 초반 메이웨더의 잽이 정타로 터지지는 않았지만 우세권을 주장하기엔 충분했고, 4라운드 쯤에 팩이 연타를 통해서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5라운드에서 메이웨더가 다시 강하게 반격했다. 4-8라운드의 중반 라운드에서는 반반 나눠먹으면서 팽팽한 기운을 연출했는데 후반부 메이웨더에게 이렇다 할 정타를 집어넣지 못해 패했다. 메이웨더는 후반부까지 안정적으로 경기의 흐름을 통제하는 모습을 보이진 못했으나, 파퀴아오의 돌진을 효과적으로 무력화 시킨 것이 승리의 가장 큰 요인이 아니었나 싶다. 118-110, 116-112, 116-112 메이웨더 UD





 예전 코토 전 때의 팩이라면 메이웨더에게 이길 수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지는 모르겠는데, 여전히 변함없다. 코토 전 때의 팩은 12라운드까지 700발 이상의 펀치를 던지는 선수였다. 링을 계속 헤집으면서 끊임없이 펀치를 내고 인 앤 아웃을 하면 라운드의 몇 번의 정타가 누구한테 나왔는지 따위가 중요해 질 것 같은가? 당연히 팩이 이길 수 있다. 오늘 팩은 700발 이상의 펀치를 던졌어야만 했고, 그렇지 못해 패했다. 

 그리고 SBS 해설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데, 경기가 단지 재미없었다고 말하는 것 때문에 해설진에게 비난을 돌리고 싶지는 않다. 해설진의 역할은 스포츠에 대해 잘 모르는 대중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고, 감정을 북돋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만약 지루함이 그 감정이라면, 지루하다고 말해라. 그것은 상관없다. 

 하지만 틀린 이야기를 하는 것은 해설진으로서 자격이 없는 일이다. 도대체 그 "전문가" 라는 게 어떤 기준인지는 모르겠는데, 코너에 몰려서 몸을 슬립하고 스웨이하는 메이웨더에게 숄더-롤을 사용하지 않는데도 숄더-롤을 쓰고 있다고 하지를 않나 머리를 앞으로 기울이면서 체중을 앞에 두고 있는 메이웨더에게 계속 체중을 뒷발에 두고 있다고 말하지를 않나 계속 파퀴아오에게 이상한 전략을 주문하지 않나 도저히 "전문가"라고는 믿을 수 없는 해설과 발언들이었다. 

 해설이라면, 그 순간 어떤 기술을 사용하고 현재 어떤 방식으로 상대를 무력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것을 노리고 있는지를 말해야지, 묘사 따위를 사용해서 방어에 천재적인 선수거든요. 등의 말로 어물쩡 넘어가고 취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해 경험이 거의 없는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그 지적 태만에 나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예상한 바와 약간 다른 기술들이 사용되었지만 양상 자체는 예상과 같았고, 애초에 그렇게까지 대중을 만족시킬 만한 매치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대중들의 분노가 이해가 된다. 나도 놀랄 정도로 홍보를 많이 했으니까. 하지만 경기는 사실 이미 이런 방식으로 흘러갈 것으로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고, 원래 대부분의 일들은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메이웨더-파퀴아오: Pride and Glory 복싱 拳鬪



-매니 파퀴아오-플로이드 메이웨더 에 부쳐, 





1. May 2, 2015 


 마침내 그날이 왔다. 
 
 복싱에 빠져 사는 어떤 역사가가 있다면 다음과 같이 말했을 것이다. 우주는 결국 메이웨더-파퀴아오라는 거대한 이슈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라고. 물론 이는 과장이지만, 2009년 12월 이후의 웰터급을 둘러싼 모든 이슈는 결국 메이웨더-파퀴아오라는 이슈에 종속되어 있었다. 

 뛰어난 신예가 두각을 드러내면, 차기 상대로 메이웨더를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어떤 챔피언이 방어전을 성공하면, 차기 상대로 파퀴아오를 원한다. 파퀴아오 나와. 
 
 메이웨더, 혹은 파퀴아오 경기가 끝나면, 기사 헤드라인: 차기 상대로 그 둘은 서로를 원할 것인가.
 
 둘은 페이-퍼-뷰 스타였고, 둘 중 하나와 경기한다는 것은 곧 자신의 선수 인생에서 가장 큰 돈을 벌게 됨을 의미했다. 프로 복서에게 그것보다 좋은 일은 없다. 하지만 그것보다 복싱 시장을 둘러싼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일은 바로 그 둘이 경기하는 것이었다. 

 무패 챔피언과 8체급 제패의 피플스 챔피언이.

 예전에 이 매치는 너무나도 많은 돈이 걸려 있어 결국 일어날 거라는 말을 한 기억이 난다. 파퀴아오는 2012년 의기소침한 해를 보냈지만 조금씩 반등했고, 메이웨더는 2013년 정점을 찍고 계속 올라갈 것 같았으나 신통치 못한 퍼포먼스에 애를 먹던 차였다. 양쪽 모두에게 서로를 제외하고 매력적인 상대는 점점 사라져갔고, 마침내 지금까지 없었던 계약에 합의했다.  

 2015년 5월 2일(한국시간으로는 5월 3일), 메이웨더-파퀴아오 전이 벌어진다. 둘 모두 현 복싱 시장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선수이고 양쪽 모두 파운드 포 파운드 랭킹, 수집한 벨트 숫자에서 1, 2위를 다투는 복서들이다. 대전료 역시 역대 최다로, 양쪽을 합쳐 2억 달러가 넘어가며, 파퀴아오와 메이웨더 모두에게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큰 경기이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복서가 모든 영광과 업적을 가져간다. 

 누구를 고를 것인가?



2. Safety Zone Criteria 



 지금부터 나는 이번 경기를 내가 안전 지대safety zone 라고 부르는 것에 기반해서 예상할 것이다.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상관없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어떤 지점에서 동의하지 않는지 명확해지리라 본다. 

 안전 지대safety zone라는 것은 특정한 시점과 특정한 공간에서 상대에게 타격을 입지 않는 공간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상대가 왼손 잽을 내는 그 시점에서 상대의 왼손 바깥쪽에 서 있는 복서는 안전 지대에 서 있다. 왜냐하면 왼손으로는 그를 때릴 수 없고, 오른손으로는 왼손과 경로가 겹쳐서 역시 때릴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와 거리가 충분히 떨어져 있다면 안전 지대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게다. 반면, 상대의 거리 바깥쪽에 있는 복서라도 상대의 스텝이 빨라서 그를 한 걸음 안에 잡고 때릴 수 있다면 그는 안전 지대에 서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만약 그 복서의 반응 속도가 충분히 빨라 상대의 스텝 인 타이밍을 포착할 수 있다면, 같은 거리에 서 있어도 안전 지대에 서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말하자면 안전 지대라는 것은 실제적인 지대가 아니라 결국 상대와 자신 사이의 거리, 각도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능력에도 영향을 받는 어떤 개념이다. 결과적으로 내가 상대에게 타격을 입을 가능성의 크기가 안전 지대의 유무를 결정한다.   

 나는 지금까지 복싱을 해 오면서 결국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을 해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1. 상대 공격에 대해 자신의 안전지대를 계속 가져갈 수 있는가.
  2. 상대의 안전지대를 자신의 공격으로 잠식하고 점차 줄여나갈 수 있는가.
  3. 공격하면서, 자신의 안전지대를 위험지대로 바꾸지 않을 수 있는가. 

 의 세 가지 물음에 모두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복서는 상대를 확실히 이길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경기 결과는 뒤바뀔 위험이 상존하게 된다. 

 예를 들어 나는 파퀴아오-브래들리 II 예상도 다음과 같은 안전 지대를 기반으로 썼다. 파퀴아오-브래들리 II에 대해 나는 다음과 같이 썼다. 

  • 브래들리는 상대가 자신의 거리 안쪽으로 들어오면 특유의 탄력성을 이용해서 펀치를 휘두른다. 
  • 브래들리는 상대가 자신의 거리 바깥에 있을 때는 빠른 잽을 통해 경기의 우세권을 주장해 나간다.
  • 하지만 공격에 있어 정확도accuracy가 부족하여 상대의 안전 지대를 확실히 잠식해 나가지 못한다.

 그래서 브래들리는 마르케스를 잡았다. 마르케스는 브래들리의 잽 타이밍을 읽을 수 있었지만, 그가 브래들리의 안전 지대를 잠식하는 유일한 방법(=카운터)은 브래들리 공간 안이었고 결국 들어가서도 브래들리의 휘두르는 공격에 큰 타격을 입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무패에도 불구하고, 브래들리의 다음과 같은 특징은 파퀴아오를 이기는 데 충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 브래들리의, 대미지가 아니라 단지 우세권만을 주장할 수 있는 잽은 파퀴아오가 사우스포이기 때문에 앞손이 서로 걸려 위협적인 무기가 되지 못하고,
  • 브래들리의 숏 레인지에서의 발광하는 펀치에 대해서, 파퀴아오는 콤비네이션 사이사이에 스텝을 배합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숏 레인지는 더 이상 브래들리에게 안전한 지대가 되지 못한다. 
  • 브래들리는 상대의 안전 지대에 위협을 줄 수 없고 파퀴아오는 브래들리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 지대라는 개념 하에서, 메이웨더는 이 세상의 어떤 복서보다도 안전 지대를 안정적으로 점유하는 복서이다. 메이웨더 경기를다 보면 시종일관 경기를 편안하게 이끄는데 그 원인은 바로 그의 안전 지대에 있다. 메이웨더는 시공간 모두에서 안전 지대를 구축하는데, 게레로 전에서는 공간에서의 안전 지대가, 알바레즈 전에서는 시간에서의 안전 지대가 잘 드러난다. 

 메이웨더가 구축하는 공간에서의 안전 지대는 바로 예전 플로이드 메이웨더 리포트에서 말한 것과 같이, 상대를 자신의 왼손 잽 바깥쪽에 머무르게 할 때 발생한다. 자신의 왼손 잽 바깥쪽의 공간을 A site, 안쪽의 공간을 B site라 하자. 





 메이웨더가 상대를 자신의 A공간 안에 둘 때, 상대의 왼발과 자신의 왼발은 서로 마주하게 되고, 오른손은 서로 마주보지 않는다. 이렇게 상대를 A site에 두게 되면, 공방은 주로 왼손 대 왼손에서만 일어나게 되며, 상대의 오른손 공격은 메이웨더의 어께와 등을 타고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메이웨더의 숄더-롤과 높은 신체가 힘을 발휘하는 부분. 

 예전에도 말했듯이 메이웨더의 전매특허처럼 알려져 있는 숄더-롤이란 상대의 공격을 어께로 받아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선택지를 서로 줄여 메이웨더에게 유리한 무기로만 싸우는 형태를 만들어 주기 위한 수단으로써 중요한 것이다.  



상대를 항상 A공간 안으로 두려는 플로이드 메이웨더


 상대가 B공간 안으로 들어오려고 할 때, 메이웨더는 스텝을 통해서 거리를 벌리거나, 혹은 서클링, 사이드 스텝을 이용해서 A공간 안으로 상대를 붙잡아 둔다. 여기에 그의 반응속도가 합쳐진다면 메이웨더를 속이고 B공간 안으로 안정적으로 들어가는 것은 힘들다. 들어간다 해도 메이웨더는 빠르게 클린치로 걸어잠근다. 

 사우스포가 메이웨더에게 강점을 가진다면, 그것은 사우스포가 메이웨더의 B공간에 레프트 스트레이트를 사용해서 단숨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고, B사이트로 들어간 순간에도 뒷손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데 있다. 

 하지만 메이웨더의 강점은 그것보다 더 큰 것에 있다. 




 3. Lightning Right Hand without Risk 


 

 메이웨더를 가장 공략하기 힘들게 만드는 요소는 그의 방어 스타일이 아니다. 안전 지대는 결국 상대방이 링을 잘라내고, 타이밍을 가르고 들어가면 때때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를 맞상대하는 모든 복서에게, 진짜 문제는 메이웨더의 공격이다. 메이웨더는 공격에 있어 절대로 자신의 안전함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메이웨더를 가장 공략하기 어렵고 까다로운 무패의 복서로 올려놓았다. 

 메이웨더의 공격은 공격에 있어 절대로 자신이 반격당하지 않을 지점에서 이루어진다. 메이웨더의 선제공격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정확한 잽
  2. 낮은 상체에서 나오는 바디 잽 
  3. 리드 라이트 단발
  4. 리드 라이트 바디 
  5. 체크 레프트 훅 

 단순하게 말해 왼손 단발, 오른손 단발을 머리와 얼굴에 날리는 것이 전부이다. 하지만 연타를 날리지 않기 때문에 메이웨더는 공격 시점에서 자기 자신을 위험하게 만들지 않는다. 또한 왼손 공격 이후로는 바로 원 포지션으로 돌아가고 리드 라이트 단발과 바디에 있어서는 바로 더킹을 통해 빠져나간다.

 위에서 말한 메이웨더의 시간에서의 안전 지대가 바로 메이웨더의 공격 시점에서 발현된다. 메이웨더는 공격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고 그 순간 공격하는 캐치 앤 슛Catch & Shoot의 전략을 취해 왔는데, 그것은 바로 상대가 다음 공격을 하기까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는 시점은 바로 공격을 막 끝낸 직후이기 때문이다. 상대의 공격을 방어한 그 시점에 공격함으로써 메이웨더는 안전 지대를 만들어낸다. 공격이 날아오지 않는다면 결국 어디에 머무르든 안전 지대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그의 라이트 핸드이다. 잽은 사우스포와의 대결에 있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나 라이트 핸드는 항상 오소독스가 사우스포를 만났을 때 오소독스가 먹고 사는 주 경로가 되어 왔다. 그리고 특히 메이웨더에게 있어서, 라이트 핸드는 그가 여전히 무패 커리어를 지속시킬 수 있게 도와주는 밥줄이 되어 왔다. 

 플로이드의 라이트 핸드는 크게 네 가지 용도로 쓰이는데 첫째로 아래와 같은 리드 라이트 핸드, 리드 라이트 핸드 투 바디, 그리고 상대 잽에 대해 상체를 뒤로 젖혔다가 상대의 머리를 사냥하는 풀 카운터, 마지막으로 상대 잽에 대해 안쪽으로 파고 들어가며 던지는 라이트 카운터이다. 이 중 중요한 것은 물론 첫째이다. 




리드 라이트 핸드, 리드 라이트 핸드 투 바디가 모두 관찰된다
메이웨더가 라이트 단발을 던지고 빠져나가는 경로는 게레로가 칠 수 없는 공간이다.


 메이웨더의 라이트 핸드는 정확도와 시점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메이웨더의 리드 라이트 핸드는 같은 거리에서도 상대는 맞지 않지만 자신은 맞는 기술을 보여주는데, 그것은 그의 거리 디셉션(distance deception) 때문이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마이다나가 머리의 훨씬 앞쪽에 리드 풋을 두는 것과 대조적으로, 메이웨더는 자신의 머리를 거의 리드 풋 앞에 둠으로써, 실제로는 머리를 뒤로 빼면 바로 닿지 않을 거리인데도 상대가 맞출 수 있다는 희망 하에 잽을 내도록 유도한다. 만약 이것에 혹해 잽을 낸다면 메이웨더는 바로 허리를 젖혀 라이트 핸드로 응징할 것이다. 다음처럼, 





 메이웨더는 자신의 헤드 무브먼트를 통해 상대방과 근접한 거리에서도 상대와의 거리를 속이고 다루는 데 능숙하다. 이를 통해 메이웨더는 거리를 속이고 단숨에 라이트 단발로 가로지를 거리를 천천히 줄여 나간다. 단발을 맞추든 실패하든, 그는 다시 스웨이와 더킹을 통해 안전 지대로 돌아온다. 

 그렇다면 메이웨더의 리드 라이트 핸드는 파퀴아오를 상대로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가장 빠르고 가장 풋워크에 능한 필리피노 파이터에게서도? 

 나는 그렇다라고 생각한다. 

 최근 파퀴아오의 상대들이 파퀴아오에게 했던 유의미한 공격 경로 중 하나는 전부 라이트 핸드에 의한 것이었다. 



 


 파퀴아오의 방어는 주로 클로즈드 하이가드Closed High Guard와 풋워크의 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파퀴아오의 방어가 나쁘다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파퀴아오의 방어는 물론 뛰어나다. 하지만 파퀴아오가 공격을 생각하고 있을 때, 그는 안전 지대에 있지 못하다. 그가 공격을 넘보는 그 순간, 그의 방어 역시 열리고 만다. 

 파퀴아오가 스텝으로 짓쳐들어올 때 라이트 핸드를 성공시킨 복서는 후안 마뉴엘 마르케스가 유일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브래들리와 알지에리 모두 파퀴아오와 거리를 유지하면서 단발로 공격을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브래들리는 중간 중간 매니의 고개를 젖혀지게 만들기도 했다. 나는 메이웨더가 파퀴아오에게 성공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공격은 리드 라이트 단발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풀 카운터는 파퀴아오에게는 잘 통하지 않을 것이다. (동영상은 메이웨더의 머리 위치를 참고하라는 것이지 이 공격이 잘 들어갈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잽에 대한 안쪽 카운터는, 글쎄, 개인적으로는 플로이드가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할 까 싶다.     



4. Pacquiao's High Pace Against Floyd


 메이웨더의 공격 경로는 많이 있지만 그 중 파퀴아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것은 그의 리드 라이트 핸드이다. 반면, 그가 쏠쏠히 써먹는 공격 루트인 체크 레프트 훅이나 라이트 핸드 카운터(=pull counter), 그리고 잽은 파퀴아오를 상대하기엔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이 중 잽은 공격 뿐만 아니라 방어에서도 중요한데, 플로이드의 잽은 타격 용도 뿐만 아니라 거리를 재는 데,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으로 상대의 돌진을 차단하는 데 그의 풋워크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우스포를 맞상대하는 플로이드의 잽은 주로 상대의 앞발에 대해 안쪽으로 집어 넣으면서 가드 사이를 뚫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파퀴아오는 메이웨더의 잽에 대해 그의 레프트 스트레이트 카운터를 작용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잽을 파퀴아오를 저지하는 데 사용하다간 커다란 펀치를 허용할 위험이 존재한다. 

 파퀴아오는 공격에 있어 발빠른 스텝, 풋워크, 페인트, 그리고 각도에 있어 천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파퀴아오가 메이웨더의 안전 지대를 부술 수 있다면, 그것은 메이웨더가 대처하는 일반적인 시간보다 빠르게, 그가 약한 지점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파퀴아오가 메이웨더의 안전 지대를 위험 지대로 바꾸는 방법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1. 파퀴아오의 레프트 스트레이트 단발.
  2. 레프트 스트레이트 이후에 바로 이어지는 파워 잽.
  3. 링 커팅 이후 B공간으로 들어가서 적중시키는 연타들.  

 이 중 제일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2번이며, 1번은 어떻게 될 지 지금으로선 확신할 수 없고 3번은 드물게 나올 것으로 본다. 

 팩의 레프트 스트레이트 단발 속도와 타이밍은 뛰어나다. 메이웨더의 라이트 핸드와 비교해서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속도는 거의 대등하다. 문제는 팩이 레프트를 던질 수 있는 공간은 메이웨더도 라이트 핸드를 던질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둘 다 상대의 공격과 그 카운터 중 서로를 헛손질하게 만들기 위해 많은 페인트를 쓸 것인데, 이는 누가 이길 지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파퀴아오가 자신의 앞손을 통해 메이웨더의 잽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다면, 파퀴아오의 레프트는 비로소 가동될 수 있다.  

 훨씬 더 좋은 결과가 예상되는 것은 그의 레프트 핸드에 이어지는 파워 잽이다. 소위 투-원-투라고 불리는 콤비네이션이 파퀴아오에게서 가동되는데, 그 연계 속도는 너무 빨라 와이드 백스텝으로 빠져나가지 않고서는 도저히 두 펀치 모두를 피해내는 것은 힘들다. 

 그리고 게레로가 가끔씩 해냈듯이, 파퀴아오가 링을 잘라먹고 메이웨더를 코너로 몰아넣은 다음 B site로 레프트를 치면서 들어가 그의 연타를 보여준다면 메이웨더는 반격할 수 없을 것이다. 그의 클린치가 힘을 발휘할 부분인데, 오소독스에 비해 사우스포는 클린치 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파퀴아오는 메이웨더에 비해 떨어지는 정확도를 그의 펀치 다발로 극복하려 들 게다. 메이웨더가 클린치를 할 때까지 파퀴아오는 몇 번이나 펀치를 해낼 수 있을 것이며, 레프리가 누구냐가 중요해질 것이다. 


 


 하지만 파퀴아오의 최근 복서 스타일 상, 상대를 링 줄에 몰아넣고 연타를 퍼붓는 것은 거의 나오지 않는 장면이며, 브래들리 전에서도 12라운드 동안 세 번이 전부였다. 그렇다고 파퀴아오가 펀쳐 스타일로 움직일 것인가, 하면 그것은 팩에게 재앙이다. 그렇게 된다면 팩은 속절없이 단발을 허용하며 메이웨더의 패턴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파퀴아오는 메이웨더와 같이 계속해서 링을 돌 것이다. 팩은 계속해서 메이웨더를 압박하며, 기회가 될 때마다 레프트로 공간을 가로지르려 할 것이고 메이웨더는 리드 라이트 핸드로 반격하거나, 뒤로 물러날 것이다. 잽이나 바디 잽으로 파퀴아오를 멈춰 세우는 것은 힘들겠지만, 파퀴아오가 들어올 때 메이웨더의 라이트 핸드 카운터와 풋워크만이 그를 계속해서 안전 지대에 머무르게 할 것이다. 


 
 파퀴아오의 돌진에 대한 메이웨더의 선택은 풋워크와 카운터밖에 없다.


 이기기 위하여 파퀴아오는 끊임없이 압박해야만 한다. 하이 페이스 상황에서 계속해서 포지션이 변하고 각도가 변하고 거리가 변할 때마다 적절한 순간의 해결책을 배합하여 상대의 안전 지대를 파괴해야만 한다. 파퀴아오는 1. 상대의 잽을 이끌어 내고 공격이 끝날 때 스텝과 함께 들어가거나, 2. 혹은 상대의 잽에 맞춰 레프트 스트레이트를 전달해야 한다. 경기가 빠르게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파퀴아오에게 유리하다는 신호이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상대에게 펀치를 적중시킬 때까지 인내심을 유지해야만 한다.    



5. Exogenous Variable


 여기에 끼어 들 수 있는 경기외적 변수들에 대해서 말해보자. 

 나는 메이웨더의 최근 경기에서 컨디셔닝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마이다나 2차전에서의 메이웨더는 내 눈으로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마이다나의 잽에 안면을 허용하는 메이웨더부터, 공격할 때의 안전 지대는 고사하고 자신의 방어에서도 안정감을 주지 못하였다. 만일 메이웨더가 오늘도 마이다나 2차전과 같은 모습이라면, 경기는 예측이 무의미하다. 팩이 압도적으로 게임을 가져갈 수 있다. 

 

모든 안전 지대가 사라진 메이웨더


 메이웨더가 마이다나 2차전과 마찬가지라면, 파퀴아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메이웨더를 파괴할 수 있다. 앞손 훅, 레프트 스트레이트, 풋워크, 그리고 레프트 훅까지 그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콤비네이션으로 배합하며 경기를 자신의 주도하에 놓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최근 경기에서의 메이웨더 컨디셔닝 실패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메이웨더가 당일 그렇게 나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빅매치에서 메이웨더가 보여줬던 높은 수준의 프로페셔널리즘을 믿기 때문이다. 메이웨더는 델 라 호야 전이나 알바레즈 전처럼 자신의 커리어를 좌우할 만한 경기에서 항상 순도높은 바디 쉐잎과 정신력으로 게임에 임했다. 오히려 바디 쉐잎 측면에서는 파퀴아오가 더 문제가 되어 보일 소지가 많다. 

 파퀴아오의 다리 경련 이슈나 메이웨더의 손깨짐 이슈 등은 최근에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 모양이지만, 하이 페이스 공방전에서는 항상 일어날 수 있는 변수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가정하여 예측하는 것은 무리수에 가깝다.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둘은 멀쩡히 게임에 나설 것으로 기대해야 하며, 그것이 현명하다. 




6. Too Big, Too Strong, Too Fast, Too Good, Agian




 너무나도 던질 수 있는 물음이 많은 시합이다. 메이웨더의 다리는 여전히 살아 있는가. 파퀴아오의 스텝 인 타이밍을 메이웨더가 잡아챌 수 있을 것인가. 메이웨더와 파퀴아오 중 누가 더 빠를 것인가. 누가 상대의 스피드에 적응하고 자기 템포로 이끌어나갈 것인가. 카운터펀쳐와 콤비네이션 펀쳐 사이 누가 승리할 것인가. 모든 대답은 전부 12시간 후에 달려 있다. 
 
 양쪽 모두 상대에 대해 확실한 안전지대를 점유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메이웨더가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파퀴아오가 메이웨더의 안전 지대를 부수기 위해서는 상대 잽을 이끌어낼 수 있는 미묘한 페인트와 그 순간 레프트 스트레이트를 낼 수 있는 타이밍 감각, 그리고 인사이드에서 클린치로 걸어잠그려는 메이웨더에 대항하여 빠른 연타를 내야 한다. 하지만 메이웨더는 리드 라이트 핸드 하나만으로 파퀴아오에게 대미지를 줄 수 있다. 빈도 측면에서 메이웨더는 한 라운드에 리드 라이트 핸드만 10개 넘게 적중시킬 수 있지만, 팩이 원하는 광경을 연출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둘 모두 상대를 맞출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그 빈도는 크게 다르다. 그러므로 내 예상은 다음과 같다. 116-112 메이웨더. 파퀴아오가 메이웨더를 몇 번 적중시키겠지만, 메이웨더를 이기기 위해서는 결국 안정적인 패턴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패턴을 통해 공격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결국 주심에게 인상을 주지 못하고, 주심에게 라운드를 땄다는 인상을 주는 측면에서 메이웨더는 최강이다. 


 맨 처음 복싱 블로그로서 시작했을 때, 썼던 글은 메이웨더 vs. 파퀴아오였고, 우주가 메이웨더-파퀴아오를 중심으로 돌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이 블로그만큼은 메이웨더-파퀴아오 이슈를 중심으로 돌고 있었다. 이 블로그에서 메이웨더와 파퀴아오를 다룬 글만 60개가 넘어간다. 

 메이웨더-파퀴아오를 처음 예측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 매치를 예측하는 글을 내 분석의 첫 글로 삼은 것은 꽤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복싱을 분석한 지 꽤 되었지만 여전히 팩과 플로이드 매치는 그리기 상당히 어렵다. 둘 모두 상대를 첫 발에 맞출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둘 모두 상대의 펀치를 예측했을 때 가져다 맞출 수 있는 카운터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둘 모두 최정상급 스피드가 있고 맷집이 있으며 그 상대가 서로만 아니라면, 언더독이 되지 않는 복서들이다. 

 이번 경기에서 패배한다 해도 나는 언제나 파퀴아오의 팬이며 지지자이다. 하지만 한국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메이웨더가 악역이고, 파퀴아오는 아시아인의 자존심인 선역이어서 파퀴아오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가 델 라 호야와 붙었을 때부터 그를 좋아하기로 했다. 메이웨더 역시 존중받기에 충분한 뛰어난 엘리트 복서이며 그를 파퀴아오만큼이나 오랜 시간 지켜봐 왔던 나로서는 커뮤니티 사이에 도는 메이웨더에 대한 악평은 내 마음에 차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건 그의 세일즈 전략 중 하나이므로 나로서는 그런 식으로 플로이드의 고객이 된다고 말할 수밖엔 없다. 


 12시간 후, 링에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이 시간을 즐기시라.  
 




 
*동영상을 첨부하려고 했는데, 편집에 시간이 많이 걸려 일단 초고만 공개해 둡니다. 시간이 지날 때마다 동영상을 추가하고 글을 수정하도록 하지요. 많은 부분이 동영상의 설명에 의존하고 있는데 초고만 봐서는 이유는 없고 결론만 있는 글처럼 보이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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