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일상 日常


Andreas Feininger, Photojournalist
1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블로그 대문 하나 만들지 않았군요.
개인적으로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셨던 분들도 마땅히 글을 달 곳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은 방명록을 겸합니다. 그것이 아니어도 자유로운 메모장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링크와 트랙백은 자유롭게 하셔도 됩니다.

2

이 블로그는 주인장의 개인적인 취향으로 카테고리가 만들어져 있으며 각 카테고리의 연관성 같은 건 없습니다. 
저는 스포츠, 철학, 독서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최근에는 복싱과 독서에 주로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복싱은 최근 복싱 뉴스를 평하는 것이나 예전 경기 리뷰, 혹은 복싱 팁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리뷰할 만한 열정을 불러일으킬 경기를 다시 찾아보기가 귀찮아 지고 있습니다. 짚고 넘어갈 만한 매치가 있다면 리뷰를 부탁하셔도 됩니다.  

3

저는 로그인이 자신의 블로그를 걸고 하는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비로그인보다 더 용기있다고 보지만 블로그를 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많고 그런 분들의 의견도 마찬가지로 소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비로그인 댓글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광고글만을 지우고 있습니다.

4

이 블로그에 들어온 모든 분들을 환영합니다.



오늘의 글귀(V) 글귀 引用



마지막으로 중요한 항목이 하나 있다. 외부이 당신의 조직원에게 이의를 제기했을 경우에, <그가 누구건> 상관없이 <당신의> 조직에 속한 자가 <늘> 옳다. 외부인이 아니라 당신의 졸개한테 잘못이 있을지라도, 당신의 졸개가 옳다. 나중에 가서 당신과 졸개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잘잘못을 따지면 된다. 그리고 당신은 조직의 보스로서, 당신의 조직원들 앞에서 당신이 늘 옳다. 외부인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이건, 또는 당신 조직 내의 젊은 말썽꾸러기나 늙은 무용지물 (종종 말썽꾸러기가 자라서 무용지물이 되는 일이 벌어진다)이 의문을 던졌을 경우이건 상관없이. 


-V, 마피아 경영학, 황금가지,1996.


최근 이 문구가 떠오르는 경우가 많은 건 무슨 연유일까. 



메이웨더-코토 단평 복싱 拳鬪


메이웨더-코토 이틀 전에 올린  의 댓글의 답변에서,

오늘 아침에 이런 을 달았다.


경기 양상이 이것에서 크게 벗어난 것 같지는 않다.

초반은 왼손의 전쟁이라고 할 만 했는데 메이웨더가 코토를 압도했다.

중거리에서 코토가 메이웨더에게 전혀 힘을 쓰지 못했고, 코토는 인사이드에서 계속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메이웨더가 자기가 불리한 공간을 내 주지 않았고 결국 메이웨더에게 데미지를 전달하는 데 실패했다. 

메이웨더가 경기 막바지에 발을 쓰며 경기를 이끌자 코토에게 인사이드로 들어갈 방법이 없었다. 10라운드 즈음하여 코토가 밀어붙였다면 분위기가 어떻게 되었을 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메이웨더가 중거리를 원한다면 언제든지 그렇게 할 수 있었다는 것.

117-111 정도가 코토에게 관대한 판정이 아닌가 싶고, 118-110이 나은 채점이 아닌가 싶다.



D-2 메이웨더-코토, 무엇이 일어나려는가. 복싱 拳鬪






Cinco De Mayo, 라티노들의 축제에 푸에르토 리칸과 아프로-아메리칸이 서는 것이 올바르냐고 묻는 사람이 있겠지만, 실제로 기간을 따져보면 Cinco De Mayo 이전에 메이웨더-코토가 있었다. 

메이웨더-코토는 언제부터 진지하게 다루어지기 시작했었는가. 코토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아마추어 캐리어를 뒤로 하고 무패 행진을 쌓아가며 마침내 주다와 모슬리를 연달아 무너트렸을 때였다. 코토가 모슬리를 잡은 것과 한 달의 차이를 두고 메이웨더가 리키 해튼을 넉아웃시키며 델 라 호야-리키 해튼의 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상종가를 치고 있었다. 코토가 모슬리를 잽으로 괴롭히고 나자 HBO 커멘테이터 둘은 또다시 언쟁을 벌였다. 메이웨더가 지금 웰터급 킹입니다. 인정하세요, 하고 켈러맨이 말하자 스튜어드가 답하길, 아니 코토와 붙기 전까진 메이웨더를 인정할 수 없어.

그게 몇 개월 전 델 라 호야-메이웨더, The World Awaits에서 붙었던 스튜어드-켈러맨 논쟁과 연관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아직도 복싱 갤러리의 분위기를 기억하는데, 메이웨더가 코토를 피하고 있다는 식의 글들이 있었다. 어쨌든 그 순간 웰터급 리니얼 벨트 도전자로서 가장 legit한 복서는 누가 뭐라 해도 미겔 앙헬 코토였다. 이미 코토 자신은 해튼-메이웨더가 성사되기 전에도 메이웨더의 상대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었다. 

파퀴아오는 그 때 자신을 뒤쫓아 온 마르케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었고, 누구도 라이트급 이상에서 파퀴아오를 진지하게 인식하지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다.

메이웨더가 델 라 호야와의 2차전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은퇴를 선언하는 사이, 코토는 마가리토를 만나 첫 검은 별을 달게 되었다. 패배의 쓴 맛은 코토에게 컸다. 마이클 제닝스를 잡으며 공백이었던 WBO 챔프 자리를 차지했지만, 이후 클로티-파퀴아오 연전에서 백스텝을 밟으며 연달아 레코드 상의 오점을 남겼다. 자신감을 간직하고 있었던 코토였다면 더 나았을까? 마가리토 전에서의 문제가 컨디셔닝이 아니었다면 파퀴아오와 만나서도 다른 결과를 내진 못했을 게다.

그렇게 코토는 잊혀졌다. 




다시금 메이웨더-코토가 진지하게 다루어진 시점은 2011년의 코토-마가리토 II가 복싱 인더스트리가 바라는 수순대로(나 자신은 마가리토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서도) 마무리되면서, 코토가 그 자신을 지난 3년 간 내리막길을 걷는 복서로 비치게 했던 마가리토와의 구원舊怨을 스스로 청산했을 때일 것이다. 경기를 앞두고 댄 라파엘은 복싱 팬들간의 대화에서 이런 식의 말을 했다. 알 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번 경기는 코토가 탑 랭크 소속으로 치루는 마지막 경기라고. 만일 이번 경기에서 코토가 이긴다면, 코토가 탑 랭크를 떠나 플로이드와 만나지 않으리라 누가 장담하겠어? 그리고 세상에, 그 말대로 되었다.

메이웨더가 코토를 선택하기 전 파퀴아오와의 대전이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 코토를 잠재적 파트너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메이웨더는 말했다. 내가 이제와서 코토를 고른다면 사람들은 말하겠지. 메이웨더는 파퀴아오의 찌꺼기를 주워 먹는다고. 난 그걸 원하지 않아. 나는 강력한 상대를 원해. 나는 파퀴아오를 원해.

하지만 파퀴아오는 물러섰고, 메이웨더는 코토를 집었다. 

이제 와 메이웨더-코토를 바라보는 내 생각은 단순하다; 파퀴아오-브래들리는 예측하기 힘든 변수들이 강력한 작용을 하고 있다. 반면, 메이웨더-코토는 4년 전 매치업이 대두되었을 때와 달라진 것이 별반 없다. 메이웨더는 여전히 하드 워커이고 코토는 진중하다. 24/7에서도 코토는 오르티즈처럼 내가 플로이드를 꺾고 캐쉬 카우가 되겠다는 야망을 밝히기보다는 평소처럼 묵직한 목소리로 자신의 몸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한다. 믿을 만 하지만, 업셋의 냄새가 나지는 않는다. 

나는 코토가 12라운드를 온전히 뛸 몸을 만들어 오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메이웨더를 무너트릴 변수를 갖고 오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번 매치는 나에게 특이 사항이 없는 경기이다. 코토는 지난 3년간 많은 걸 배웠다. 메이웨더와의 계약서는 3년 간의 깨우침의 대가일 것이다. 하지만 그 아웃박스, 그 잽, 그 스피드가 메이웨더에게 얼마나 어려움을 줄 수 있을까. 그 해답은 4년 전에 만나지 못했던 매치업에 그대로 남아 있다. 

코토는 앞손을 통해서 경기를 풀어나가려 들 테지만 결국 플로이드를 잡기 위해선 뒷손을 얼마나 잘 쓰느냐에 달려 있다. 테디 아틀라스는 코토가 메이웨더를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전법으로  

  1. 플로이드가 늘 하던 대로 덕 할 때 들어가 플로이드의 왼쪽 바디에 라이트 바디훅.
  2. 플로이드가 보폭을 넓히고 공격을 넓게 통제하고자 할 때 뒤로 스텝 아웃 이어서 라이트 카운터.

를 고르던데 나는 2번의 공격을 코토가 성공시킬 정도로 빠른 복서라고 믿진 않는다. 코토는 플러리를 꺼내들어 메이웨더를 잡아두려 할 테지만 메이웨더의 잽과 스트레이트, 숄더 무브먼트가 그걸 허용할 것 같지 않다. 코토는 바디 무브먼트에서 해법을 찾는 편이 나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코토를 S급 파이터로 놓는 데 주저한다는 것을 알지만, 나는 그의 어퍼 바디 무브먼트는 수준급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로우 블로로 수준급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메이웨더-코토 파이널 컨퍼런스에서

메이웨더가 말하길,

나는 코토를 결코 얕보지 않아. 만일 내가 내 상대를 얕보았다면 나는 지난 42번의 경기 동안 무패를 지속시키지 못했을 거야. (......) 내 승리의 열쇠는 언제나처럼 상대를 컨트롤 하에 두는 거야. 내 평정을 유지하면서 언제나처럼 내 캐릭터를 유지해 나가는 거지. 나는 내가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마도 나는 많이 움직이진 않겠지. 그 날엔 더 많은 토루토 액션을 보게 될 거야. 
The key to me winning is being in control like always, keeping my composure like always and never going out of character. I don’t think I have changed, maybe I don’t move as much. I’m going much more toe-to-toe these days.

 
코토는 언제나처럼, 

이 시합을 잡을 수 있게 해준 모두에게 감사해. 나는 올랜도에서 최고의 트레이닝 캠프를 보냈고 내 컨디션은 매우 좋아. 나는 내 트레이너, 페드로 디아즈를 믿고 내 팀을 믿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자신을 믿지. 세계는 위대한 시합을 5월 5일에 보게 될 거야.
Thanks to everyone who made this event possible,” stated the pride of Puerto Rico. I had a tremendous training camp in Orlando and I feel pretty good. I trust my trainer, Pedro Diaz, my team and more importantly I trust myself. The world will see a great fight on May 5th.
  

무엇을 기대하든, 116-112 이하로 좁혀지진 않으리라 믿는다. 메이웨더 UD.

코토의 두 패배 레코드가 모두 KO로 끝났음을 주목하는 복싱 팬 분들이라면, 후반 라운드 넉아웃에 기대를 걸어도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판단이 된다. 



 
Trivia

Floyd Mayweather Jr.

“I haven’t taken any abuse in the sport of boxing. I think I’m done before 38.”






여적餘滴 복싱 拳鬪



餘滴 





1


HBO 카메라 테이프는 돌아가고 있었다. 경기는 예상대로 홉킨스가 링 바깥을 점하며 그 영리한 풋워크로 틈을 노리고 있었고, 그런 홉킨스를 도슨이 밀어붙였다. 로프의 탄성을 이용해 홉킨스는 링을 훨씬 넓게 쓰고 있었다. 링줄에 몰린 상황에서, 홉킨스가 왼쪽으로 슬며시 미끌어진 다음 기민한 라이트 단발을 던졌다. 하지만 그 펀치를 예상하고 있던 도슨이 상체를 기울이며 피했다. 보통 그 상황에선 심판의 브레이크 선언 때까지 홉킨스가 레프트 바디를 계속 주거나, 혹은 홉킨스가 도슨의 허리를 타고 돌아나와 링줄에서 탈출하는 것이 그 다음 수순이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도슨이 숙인 그 자세에서 왼쪽 손으로 홉킨스의 허벅지 아래 부분을 잡고 상체를 크게 앞으로 밀며 홉킨스를 밀었다. 단순한 숄더 푸싱이면 그냥 밀리고 끝났을 문제였겠지만, 홉킨스를 지탱해 줄 하체는 이미 허공에 붕 뜬 상태였다. 잠시의 부유는 곧 추락으로 이어졌다. 홉킨스의 왼쪽 팔꿈치가 캔버스에 가장 먼저 닿았다. 그 순간 홉킨스의 경기는 끝났다.

HBO 카메라는 오피셜 디시전이 내려지기 전까지 그 장면을 계속해서 되풀이했다. 리와인드, 리와인드…… 하지만 얼마든지 계속 되돌릴 수 있는 비디오와는 다르게, 시계 태엽은 되돌릴 수 없다. 이미 사고는 일어났고, 다시는 사고가 일어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2


가정법은 참 슬픈 문장이다. 그때 그곳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때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미 일어난 일들에 대해 현재가 과거에게 보내는 목소리. 하지만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그 슬픔은 거기에서부터 생겨나는지 모른다. 아차 하는 순간 운명은 어긋났고, 수없이 돌이켜보았기 때문에 다른 결론은 없다는 듯 완고한 슬픔이 그 자리를 채웠다.

작년 5월 홉킨스가 링에서 그 자신이 맛본 영광 중 최고의 것을 맛보았을 때, 나는 복싱계가 홉킨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내 착각이었다. 내가 가진 최고령 기록을 넘어서라라고 말해 주던 조지 포먼은 홉킨스가 팔을 부여잡자 어설픈 연기 그만하라는 독설을 던졌고 제임스 토니는 홉킨스가 은퇴할 때가 도래했다고 했다.

한국 시간으로 저녁이 되어서야 홉킨스의 어께가 실제로 탈구가 되었다는 의사의 진단 결과가 나왔고 델 라 호야와 리처드 셰이퍼가 경기 결과를 NC로 바꾸려는 그 시간 동안 홉킨스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이틀간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틀 뒤 캘리포니아 주 체육 위원회가 다시 벨트를 홉킨스에게 돌려 주라는 판결을 내놓았고 홉킨스는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시끄럽게 돌아왔다. 나는 이렇게 일이 돌아갈 줄 알았지. 토니 너는 그러니까 말년에 UFC같은 데서 구르는 거야.

그런데도 홉킨스의 떠듦엔 묘한 침묵이 있었다. 이후 홉킨스는 예전처럼 말하지 않았다. 배신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마흔 살을 넘어서부터 홉킨스가 걸어 온 길은 전인미답의 외길이었다. 예전에도 말한 바 있지만 슈거 레이 로빈슨이나 아치 무어도 지금 홉킨스가 도달한 곳에 오르지 못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매번 자신의 커리어 마지막임을 각오하고 오르는 길이었다. 나는 예전부터 홉킨스를 좋아했지만, 이젠 그가 어디까지 가는지 보고 싶다는 순수한 놀라움으로 그를 지켜보고 있던 차였다.

홉킨스가 억울하게 홈타운 디시전에 밀려 무승부가 된 파스칼 1차전을 넘어 재전에서 마침내 라이트헤비급 리니얼 챔피언 자리를 탈취했을 때, 그가 지금 은퇴한다 해도 향후 십 년 간 그가 걸은 길을 넘어설 복서는 나오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또다시 채드 도슨을 만나 방어전을 치룬다고 할 때, 도대체 홉킨스는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궁금했다. 그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 


3


여적이라는 말은 붓 끝에 남은 먹물 방울, 아직 못 다한 이야기를 말한다. 나는 버나드 홉킨스가 우리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더 이상 없으리라 봤다. 하지만 이제는 도슨과의 경기가 파국으로 끝나면서 그가 우리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고 생각한다. 챔피언 자리가 빼앗기자마자 그에게 보여진 냉랭한 반응을 보면서, 그가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하나 더 생겼다고.

마흔일곱 살의 나이, 그가 지기를 바라는 사람들, 탈구된 이후 완전히 회복되었을 지 불투명한 어께, 젊고 강력한 도전자. 이 모든 것들을 넘어서 자기를 증명하는 이야기 말이다. 그가 그런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것인가.

4개월 전 안드레 워드를 보며 처음으로 든 감상은 슈퍼페더급 플로이드가 저기 있군이었고 그 다음에는 왠지 버나드 홉킨스가 생각났다. 그 둘이 무척 대조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기의 가진 바를 전부 펼치지 않고도 승리를 여유있게 가져가는 복서들이 있다. 프라임 로이 존스가 대표적이다. 그는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를 손에 쥔 포커꾼처럼, 상대가 뭘 들고 나오든 자신의 패로 찍어누를 수 있었다. 

모든 걸 보여주지 않더라도 승리를 가져가는 워드나 로이와는 달리, 홉킨스는 그의 마지막 승리를 얻기 위해 모든 걸 다해야만 한다. 복서로서의 자산뿐만 아니라 극작가와 연기자의 모든 재능을 끌어 모아야만 그는 커리어에 챔피언십 파이트 1승을 더 새겨 넣을 수 있다. 버나드 홉킨스는 이미 가진 바가 모두 드러난 포커꾼이지만, 계속해서 블러핑을 하고 도발하면서 마지막 한 걸음을 위태롭게 내딛고 있다. 


4


누군가에게 복싱은 상처가 찢어지고 신장이 터져도 그 자리에 버티고 서는 마법이고, 인내이다. 홉킨스에게 복싱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었고, 그 길은 험난한 가시밭길이었다. 23살 홉킨스가 처음으로 프로 데뷔전을 치르고 패배를 경험했을 때부터 23년 동안 그는 자신의 복싱 인생을 인내로 가득 채워 왔다. 탄산 음료를 입에 대지 않고, 술과 담배를 멀리하고, 정크 푸드를 눈에 거들떠보지도 않으며 20여년을 보내었다.

선수 생활 내내 인기가 많았던 적은 극히 드물었고, 언제나 실력에 비해 적은 관심을 받았기 때문에 눈을 끌기 위해 어리석은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잘못에 대해 아주 드물게 사과했으며 그 모든 복잡다난함에도 결국 그는 현명했다.

엔트윈 에콜스, 세군도 메르카도, 저메인 테일러부터 로이 존스 주니어까지. 버나드 홉킨스의 리매치 승률은 언제나 높다. 그것은 그의 현명함에 기인한다. 2차전이 잘 팔리지 않을 것은 명약관화하지만, 2차전이 벌어진다면 나는 경기를 볼 것이다. 나는 그의 마지막 여적이 그림을 완성하는 한 방울이 되도록 신이 허락하길 바라고 있다. 


4'


물론 이 경기를 보는 또 다른 나의 시각도 존재한다. 그것은 자신의 마지막 무덤을 스스로 찾아 들어가는 코끼리처럼, 홉킨스가 스스로 자신의 커리어를 마무리짓기 위해 도슨과의 리매치에 응했다는 시선이다. 홉킨스는 스스로 경기를 거부할 수도 있었다. 커리어를 더 잇기 위해서라면 그 편이 더 나을 수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는 자신의 마지막이 어디여야만 하는지를 스스로 잘 알고 있어, 도슨과의 리매치에 군말 없이 서명했다. 

어쩌면 두 시선 모두 하나의 진실에 대한 두 측면일 수도 있다. 패배가 꼭 오점은 아니므로.




1 2 3 4 5 6 7 8 9 10 다음


메모장

메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