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일상 日常


2017 National Geographic Photography Competition Grand Prize "The Power of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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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공지입니다. 예전 공지는 [1] [2] [3] 참조.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분은 여기에다 글을 달아주시면 됩니다.
이 글은 방명록을 겸합니다. 그게 아니어도 자유로운 메모장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링크와 트랙백은 허락 없이 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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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는 주인장의 개인적인 취향으로 카테고리가 만들어져 있으며 각 카테고리의 연관성은 없습니다.
최근에는 복싱과 독서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글을 적게 쓰게 됨에 따라, 글이 아니라 댓글로 소통을 많이 하는 점 양해바랍니다.   
최근에는 리뷰할 만한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경기를 다시 찾아보기가 귀찮아 지고 있습니다. 짚고 넘어갈 매치가 있다면 리뷰를 부탁하셔도 됩니다. 
물론 리뷰가 된다고 확답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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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로그인이 자신의 블로그를 걸고 하는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비로그인보다 더 용기있다고 보지만 블로그를 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많고 그런 분들의 의견도 마찬가지로 소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비로그인 댓글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광고글만을 지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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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에 들어온 모든 분들을 환영합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여덟 가지 생각 생각 想


IV. 번외 : 북미 정상회담의 미래 

 미국이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를 천명한 것은 2009년이고, 중동에서 발을 빼 본격적으로 동북아시아의 문제에 집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이곳에서 미국을 괴롭히는 두 가지 문제, 즉 북핵이 갖고 오는 본토 타격 위협의 증가와 그로 인해 초래되는 동맹국들간의 안보 문제, 그리고 중국과의 경제 문제는 우로보로스의 뱀처럼 서로의 꼬리와 꼬리를 물고 이어져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즉, 중국과의 통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마찰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데,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이를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방치했지만 결국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으며, 북한의 점점 고도화되는 타격능력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는 일종의 교착상태(deadlock)라 할 수 있는데, 미국은 마침내 중국이 동참하는 경제제제를 이끌어 냈으며 북한은 이에 평창올림픽을 기점으로 김여정, 김영철이 방문하여 남북 정상회담을 희망한다는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했다. 이어 평창올림픽 폐막식 때는 문재인 대통령, 조명균 통일부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과 함께 "미국과 조건없는 대화를 원한다."는 메세지를 전했다. 그리고 올림픽 이후 평양에 파견된 한국의 대북 특사는 김정은이 북핵에 대해 비핵화 용의가 있으며, 북미 정상회담을 희망한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고 돌아왔다. 이에 전격적으로 4월 말 남북정상회담이, 5월 초 북미정상회담이 계획되어 있는 상태이다. 

 먼저 첫 번째로, 이는 대단한 모험이다. 원래 정상회담이라는 것은 실무자급 회담-고위급 회담이 충분히 진행되고, 매 단계마다 상부의 승인을 받으며 협상의 내용을 조율한 다음에 마지막에 정상들이 만나 도장을 찍음으로써 약속의 권위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남은 시간이 거의 없기에 정상회담 이전 충분한 실무자급 회담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없다. 그야말로 아무 것도 합의되지 않고, 어떤 내용이 오갈 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서로 내용을 주고받는 정상회담이 된 것이다. 그 동안 미국 대표는 94년도 미북핵협상(AF) 특사 로버트 갈루치, 6자회담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제임스 켈리 급의 인물이었는데, 여기서 대통령이 등장한 순간 상부와의 합의 없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이 엄청나게 커진다. 즉, 이는 불확실성의 증가다. 

 둘째로 트럼프는 오바마와 같이 일반적인 대통령이 아니다. 그는 말 그대로 예측불허(wildcard)고 행정부의 No.1.인 국무장관을 트위터로 자르는 사람이다. 내 사견으로는 그는 어차피 중요한 결정은 대통령인 자신이 내리므로, 그 주변의 참모는 바람만 잡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마이클 볼튼은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극단적이며, 오히려 그를 기용함으로써 미국이 북한에게 위협적인 분위기를 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정상회담까지 했음에도 아무 성과가 없다고 할 때, 트럼프가 미국민에게 짜잔 죄송하지만 아무 것도 타결하지 못했답니다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매우 불리한 종류의 협상을 할 수도 있다.    

 셋째로, 2018년 초 급격하게 이루어진 이 흐름에서 중국은 이상하게 배제되어 있었다. 마치 은하의 암흑물질 같았다. 분명히 있어야 하는 행위자인데, 중국의 의견 없이 이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이 관찰되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3월 말 전격 방중했고, 이는 북미 정상회담 이전 북한의 기본 스탠스가 어떻게 될 것이며, 이와 같은 의견을 말할 것이라고 미리 합의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는 북한이 제의할 수 있는 최선마저도 중국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임을 의미한다. 즉, 기대하는 것만큼 파격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을 소지가 높다. 
 
 넷째로, 북한이 진정으로 이 전장에 나섰다면 단순한 고위급 회담 접촉으로는 제제의 강도를 낮출 기미가 보이지 않자, 던질 수 있는 가장 큰 수인 정상회담으로 갔다고 볼 수 있다. 양쪽 모두 데뷔전인데, 김정은은 그간 핵협상에 임했던 이용호 같은 협상진들을 그대로 거느리고 있으며, 트럼프는 (협상에 능하다는) 미국 CEO 출신들을 거느리고 있다. 마치 서로 상대방을 발라먹을 자신이 있다고 트래쉬 토킹을 하는 복서 둘을 보는 느낌이다. 어쨌든 김정은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밀무역에도 불구하고 제제에 몇 개월을 버티지 못할 만큼 북한의 기초체력이 허약하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다섯 번째로, 이번 북한의 워딩은 새로울 것이 없다.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 "군사적 위협 소멸과 체제안전이 보장되면 비핵화할 용의가 있다"라는 표현은 이번에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닌 매번 등장했던 표현이다. 이번이 특이한 점은 바로 정상회담으로 이어진다는 것 자체이지 그 워딩은 아니다.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란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한국과 일본을 방어하기 위한 핵우산을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섯 번째로 합의를 했다는 것이 해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북한과의 합의는 94년 제네바합의가 2002년 북한의 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시인으로 파기, 2005년 9.19 공동선언, 2007년 2.13 합의와 10.3합의 모두 핵시설 폐쇄-봉인-불능화-폐기 및 검증이라는 핵폐기 로드맵에 합의했으나 2006년과 2009년의 첫 번째와 두 번째의 핵실험으로 무력화된 상태이다. 현재 북핵은 완성된 상태이고, 이제는 동결이 아니라 완전한 폐기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과연 트럼프가 어떤 결과를 갖고 올까라는 것이 중요하지, 북한은 언제든 "군사적 위협 소멸과 체제안전이 보장되지 않았으므로" 다시 핵개발을 하겠다는 만능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결국 문제는 말이 아닌 행동에 달려있다. 

 일곱 번째로, 사찰 없는 동결은 무의미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선폐기-후지원이라는 리비아式 모델의 적용은 힘들고, 큰 틀을 정상이 만나 합의하고 이후 실무적인 절차가 진행되지 않겠느냐라고 하는 기사가 있는데 마찬가지 생각이다. 다만 결론이 나와 다를 뿐이다. 청와대는 큰 틀을 만나 합의하고 이후 실무적인 절차가 진행되어 [잘 될 것이다]가 전제인 반면 나는 [거기서 막힐 것이다]라고 생각할 뿐. 북한이 실제로 핵폐기를 위해서는 핵물질 생산시설을 모두 공개해야 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아들여야 한다. 신고에서 누락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각 지역으로 이동시켜 대기중의 미세한 방사능 수치를 조사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영변 외의 다른 지역에서도 핵물질이 생산되고 있는 지금, 영변만을 허용할 북한의 2008년 방식을 미국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이다. 과거 94년도 협상 이후에는 모니터링 요원이 파견되어 있었음에도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의 진행을 북한이 시인하기 전까지 아무도 몰랐다.   

 여덟 번째로, 북한과 같이 1인 독재체제에서 지도자의 권위는 매우 중요하다. 만약 김정은이 그동안의 방향을 바꾼다면, 이는 그동안 "우리 공화국이 핵을 포기할 것을 기대하느니 바닷물이 마르길 바라는 것이 빠를 것", "핵은 우리 공화국을 지키는 보검"등으로 포장해 왔던 방향을 다시 인민들에게 납득시켜야 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지도자 권위의 하락을 불러온다. 한국과 같은 민주주의 체제에서야 박근혜의 친중정책을 비난하고 다시 돌아갈 수 있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 그런 의미로 볼 때, 북한이 이번에 북미 정상회담에서 기대하는 것은 회담 테이블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정상과 북한 정상이 "동등한" 핵보유국으로서 협상한다는 것. 그걸 체제 선전에 이용하고, 덤으로 협상을 지연시킴으로써 제제의 틈을 찾아 활로를 찾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상의 여덟 가지 참고사항을 종합하면, 결론적으로 김정은이 파격적인 제안을 들고 트럼프를 만날 가능성은 적으며, 이로 인해 트럼프가 정치적으로 곤경에 몰리거나 아니면 화를 낼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다고 볼 수 있다. 그 이후 이 협상을 주선한 한국에 대해 여파가 올 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중갈등의 미래와 한국의 선택 생각 想



※ 이 글은 이춘근 박사의 <미중 패권 경쟁과 한국의 전략>(김앤김북스, 2017)을 읽고 적당히 사견을 넣어서 쓴 글입니다. 양이 좀 깁니다.


I. 미중관계 前史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세계의 양대 슈퍼파워로 떠올랐으며, 소련의 해체와 함께 냉전이 미국의 승리로 끝날 것이 확실해지자 세계의 유일 패권국으로 발돋움했다. 소련의 몰락 후 1990년대 미국은 특별한 대전략 없이 경제성장의 황금빛 전망이 넘실거리는 역사의 휴일을 보낸다. 이 기간 동안 미국의 GDP대비 군사비는 3퍼센트 대로 크게 떨어졌으며, 주요 뉴스 중 국제뉴스가 차지하던 비중 역시 1/3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기간 동안 미국이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빠른 속도로 국제구조가 변하고 있었다. 하나는 중동에서의 미국의 패권을 증오하는 이슬람 원리주의의 확산이었고, 두 번째는 중국의 급격한 경제력 성장이었다. 2001년 9월 11일,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했고, 미국 본토에서 미국 시민들이 그렇게 많이 죽은 날은 건국 이후 한 번도 없었다. 미국이 즐기던 역사의 휴일은 그렇게 끝났다.

 미국은 1개월 이내에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여 알 카에다의 배후 세력인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켰고, 2003년 3월 20일에는 후세인 통치 하의 이라크를 공격하여 대테러 전쟁을 국민국가간의 정규전으로 확대시켰다. 하지만 그것은 전통적인 방식의 대결이 아니었다.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을 찾아내지 못했고, 아프간과 이라크를 안정화시키지 못했으며, 찾지 못한 대량살상무기(WMD)의 증거와 반대로 속속들이 들어나는 포로 학대의 증거들은 미국을 당혹시켰다. 

 한편 미국이 대테러 전쟁에 발목이 묶여 있는 동안 중국의 성장은 괄목할 만한 것이었다. 물론 이것이 전적으로 90년대에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1970년대 중소갈등이 격화되자 닉슨과 키신저는 이를 공산 세계의 분열을 일으킬 기회라는 것을 인식했고, 죽의 장막을 열어 미중수교를 성사시켰다.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에게도 커다란 이득이었다. 중국은 건국 이후 가장 안정된 대외환경을 갖게 된 것이다. 이어 덩샤오핑은 천안문 사태를 거치며 5년마다 교체되고, 7상8하의 원칙과 격대지정의 원칙을 골자로 하는 집단지도체제를 정착시켰다. 

 또한 덩샤오핑은 남순강화를 통해 당내 보수파를 제압하고, 개방의 길을 열었으며 그 열린 길을 따라 13억의 인구를 가진 거인은 경제성장을 위해 잠재된 에너지를 폭발시키기 시작했다. 기술혁신 역시 시의적절했다. 2000년대 IT혁명은 공급사슬(supply chain)을 세계 단위로 확장시켰고, 미국의 관리자가 중국의 공장을 관리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중국의 저임금과 고정환율제는 수출주도형 성장을 가능케 했다. 그 결과, 중국은 미국의 신경제(New Economy) 현상으로부터 다국적 기업들을 흡수하며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했다. 그 결과 1978년 149.5B의 GDP를 기록했던 중국은 20년간 9.5%의 경제성장률을 지속했고, 2010년에는 6.101T의 GDP로 일본의 GDP를 넘어서며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중국의 성장은 가시적이었지만, 2000년대 초 미국은 중국의 성장을 억제하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첫 번째 이유는 일본과는 달리 미중 경제는 경쟁적인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으며, 둘째는 물론 미국이 중동에 계속해서 발이 묶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011년 5월 2일 미군 특수부대가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이후, 미국은 중동 및 테러와의 전쟁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 오바마는 2011년 12월 18일, 이라크에서 미군을 완전 철수시켰고, 2017년 초까지 아프가니스탄 주둔군을 5,500명 수준으로 감축했다. 동시에 2015년 셰일가스 혁명으로 알려진 셰일가스의 채산성 강화는 미국에게 중동의 중요성을 대폭 낮춰주었다. 이후 미국은 아시아로의 회귀를 천명하며 본격적으로 중국의 도전이라는 전통적이고 중요한 문제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II. 미중 관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

 그렇다면 중국은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막강한 강대국이 될 것인가? 궁극적으로 미국을 대체하는 패권국이 될 것인가? 이 주제에 대해 수많은 연구결과들이 쏟아져 나와 상상 가능한 답변을 쏟아놓았다. 이를 유형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중국 국력의 지속적 성장 여부

a) 중국의 국력은 지속적으로 증강될 것이다.
b) 중국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궁극적으로 미국을 앞서지는 못할 것이다.
c) 중국은 성장하기는커녕 오늘 일본이 겪고 있는 경제 침체에 당면할 수 있다.
d) 중국은 (구소련처럼) 붕괴되거나 분열할 수도 있다.

2. 중국 국력이 성장한 후 미중 관계의 유형

a) 미국과 중국은 심각한 패권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b) 미중 패권 경쟁은 없을 것이다. 중국의 성장은 미국이 만들어 놓은 자유주의 경제 질서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패권 질서에 도전할 이유가 없다.

3. 미중 패권 경쟁이 야기될 경우 최종적 승자는 누구일 것인가
 
a) 중국이 승리하여 중국은 21세기 세계의 패권국이 될 것이다.
b) 미국은 21세기에도 세계 패권국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마지막 질문은 결국 앞의 두 질문에 어떤 답을 하느냐에 따라 구해지는 답이므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앞의 두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지난 수십년간의 경제 성장을 계속해서 이뤄낼 것이라는 견해를 대입론자(Extrapolationist)라고 하고, 중국 경제가 앞으로 곤두박질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을 거품론자(Bubbler)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것인가를 놓고, 충돌할 것이라고 보는 자들은 중국을 용(Dragon)이라고 보지만, 중국과 미국을 하나의 융합된 경제체제로 보고 중국의 경제발전이 미중갈등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은 중국을 판다곰(Panda Bear)으로 본다. 대입론자-용, 대입론자-판다곰, 거품론자-용, 거품론자-판다곰 모두가 가능한 조합이다.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인가?

2-1. 중국 국력의 지속적 성장 여부 

 국제정치 연구는 결국 힘(Power)에 대한 분석이다. 미중 양국의 국력 변화를 분석하고, 이 같은 국력 변화가 미래에는 어떻게 지속될지, 그리고 변화하는 힘의 상관관계 속에서 양국의 관계는 어떻게 될 지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한국과 같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여 있는 경우에 그러한 분석은 필수적이다.


  a) 중국의 국력은 지속적으로 증강될 것이다.

 중국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쪽, 즉 1978년 개혁 개방을 이룩한 이후부터 2008년까지의 경제성장률(약9.5%)이 지속될 거라고 주장하는 쪽은 여섯 가지를 이야기한다. 

1) 중국인의 교육 수준이 향상되고 있다. 대학교육 이상을 받은 중국인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으며, 노동생산성 역시 대폭 향상될 것이다.
2) 농촌의 비숙련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유입됨으로써 저임금 인력이 넘치고 있으며, 이 현상은 앞으로 수십년간 지속할 것이다.
2) 중국의 경제발전이 향후 농촌 지역에서도 이루어질 것이다.
3)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과 반대로, 중국의 경제성장 통계는 과장된 것이 아니라 과소평가되어 있다.
4) 중국의 정치제도는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지탱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5) 중국인들은 오랫동안 소비를 자제해 왔지만, 앞으로 중국인의 소비 수준이 높아질 것이다. 


 b) 중국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궁극적으로 미국을 앞서지는 못할 것이다.    

 반면 중국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은 다음과 같다.

1) 중국이 지난 30년 간 급속한 경제성장을 했다는 사실은 중국의 지속적인 고속성장을 보장하지 못한다. 오히려 경제성장률 10%로 지속한 사례가 있다는 것이 더 신기한 일이다. 또한 2010년을 기점으로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지표들이 드러나고 있다.
2) 그 동안 중국은 GDP 성장률 8%를 경제성장의 마지노선으로 간주해 왔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은 8%미만으로 내려가기 시작했고, 2015년 이후에는 7%미만으로 내려갔다(2015년 6.9%) 
3) 중국은 고도성장이 멈추면 정치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중국은 정치발전이 따라오지 않는 공산당 일당독재체제를 고도성장을 통해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며 공산당 정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제발전은 궁극적으로 정치가 아닌 시장에 달려 있다.
4) 중국은 지금 중진국의 함정에 빠졌다. 후진국은 요소투입(자본, 노동)만으로 더 높은 생산성을 달성할 수 있지만 중진국은 그렇지 않다.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이 필요하고 중국은 아직 부족하다. 
5) 특히 중국이 발표하는 GDP수치는 과장되어 있으며,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미 중앙정보국(CIA)가 발표하는 자료들 사이에서는 120%까지 오차가 발생한다. 중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조지 프리드먼은 중국 내에서 6억명 이상이 하루 3달러 미만의 벌이로 살고 있으며, 연간 2만 달러를 버는 사람들은 중국 전체의 5% 미만이라고 주장한다. 전체 인구의 5%만이 발전하는 국가가 8%의 경제성장률을 어떻게 기록하는가? 


   c) 중국은 성장하기는커녕 오늘 일본이 겪고 있는 경기 침체에 당면할 수도 있다. 

 이 주장은 b)와 비슷하나 좀 더 비관적인 견해에 가깝다. 

1) 중국 경제는 버블이다. 버블이란 자산가격이 커지는 속도가 실물경제가 커지는 속도 이상으로 커지므로 인해 자산가격이 소비자의 구매력을 크게 웃돌을 경우, 자산공급량이 실수요를 크게 상회하고 이에 따라 자산가격이 하락하면서 부실채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버블기에 급등한 자산가치를 바탕으로 상환 불가능한 대출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버블이 붕괴하며 자산가격이 하락한다면, 남은 부채상환의 조정으로 투자의 침체가 초래된다. 
 특히 부동산에서의 거품은 심각한 수준이며, 이는 중국의 정부 관리들이 경제성장률 제고에 급급한 나머지 사회 간접자본 건설에만 돈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주택 건설에 투입된 돈은 전체 GDP의 10%정도로, 이는 미국의 주택 버블이 터졌을 당시의 4%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2) 인구통계학적 견해로 보면 중국은 급격히 노령화되고 있다. 니콜라스 에버슈타트는 현재 중국의 출산율이 1.7명이며, 이와 같은 저출산 기조가 지속될 경우 중국의 각 세대의 인구는 앞의 세대보다 약 20%씩 줄어든다고 전망했다. 1980년의 중국인들의 연령 중앙값은 22세, 2005년은 32세, 현재와 같은 추세에 따르면 2030년에는 41세가 된다. 무엇보다 일본이나 한국과 달리, 아직 모든 인구가 부유해지지 않은(즉, 노년기까지 자산이 없는) 중국은 노령화의 충격이 더 클 것이다.
3) 일자리를 찾아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해 온 2억 명이 넘는 농민공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농민공이란 도농간의 소득 양극차가 커짐에 따라 농촌에서 도시로 와 저임금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높은 부동산 가격 때문에 집에 들어가 살기는커녕 도시 빈민으로 살고 있으며, 도시에서 제공하는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어렵다.  
4) 중국의 급속한 공업화로 인해 최악의 환경오염과 공해 문제가 상존한다.


 d) 중국은 (구소련처럼) 붕괴되거나 분열할 수도 있다.

 이 주장은 중국의 미래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로 경제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정치, 종교, 인종적인 문제이다. 

1) 티베트는 60년 간의 통치에도 불구하고 망명정부를 갖고 있으며, 티베트의 독립을 탄원하는 승려들의 분신자살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위구르족 역시 한족과 종교적, 인종적으로 크게 다르며 보도가 잘 되지 않을 뿐 전 세계에서 가장 격렬히 시위가 일어나는 곳이다. 위구르 자치구는 인구가 830만명밖에 되지 않지만 중국 석유와 석탄의 30%이상이 매장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3) 한편 경제학자 제럴드 시걸은 경제성장의 혜택을 입은 지역(대표적으로 광동성)처럼 부유한 지역에서도 중국으로부터 탈퇴하고자 하는 여론이 있다고 주장했다. 광동성은 가장 처음 개방된 곳으로써, 그 선택의 이유는 중앙 정부로부터 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타 지방에 영향을 덜 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지리적 이유가 이제는 중앙 정부의 힘이 닿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내 의견은 b), c) 사이에 가깝다. d)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1) 내부에서 독립을 하기 위해서는 마키아밸리가 말한 것처럼 무장한 예언자가 필요하다. 즉 확실한 이념과 무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들이 상대해야 할 정규군은 압도적이고 이슬람 극단주의, 티베트의 망명정부를 제외하고는 독립파를 결집시킬 이념이 없다. 후한말은 고통에 허덕이는 인민들이 많았지만 창천기사 황천당립(蒼天己死 黃天當立)이라는 구호가 있기 전까지는 조직화되지 못했다. 
2) 일제 강점기 하 한반도처럼 외부의 강대국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중국과 대놓고 척을 지면서 독립정부에게 불확실한 도박을 걸 나라는 없을 것이다.  

물론 d)가 일어난다면, b)-c)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 속에 중앙정부의 통제가 느슨해질 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2-2. 중국 국력이 성장한 후 미중관계의 유형 

 그렇다면 미중의 힘의 상관관계(correlation of power)가 변함에 따라 양국의 관계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중국은 평화롭게 부상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국제정치학의 주류 이론인 현실주의는 미중관계가 더 진전된 갈등 및 경쟁관계로 발전할 것임을 예측한다. 현실주의는 국제정치를 국가를 초월한 법이 존재하지 않는 자구 시스템(self-help system)으로 파악하며, 국가의 제1목표는 생존, 그리고 국가는 생존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임을 가정한다. 그런 현실주의의 시각에서 가장 안정적인 생존 방법은 패권을 차지하는 것이고, 모든 국가들은 잠재적인 패권 경쟁국이다. (현실주의의 대부인 케네스 월츠는 국가의 목표가 패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패권을 저지하는 것이라고 봤고, 이를 위해 국가가 세력균형을 택한다고 보았다. 이 이론에 따르면 중국 주변 국가는 중국에게 협력하여 미국과 대립각을 세워야 하나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제외하였다)
 
 지금까지 패권을 차지했던 국가가 부상하는 국가에게 무력충돌 없이 패권을 내주었다고 인정받는 경우는 하나(대영제국→미합중국)이며, 그마저도 인종적이고 문화적인 면에서 동질적인 특수한 상황이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 가능하다. 부상하는 국가가 있을 때 어떤 식으로 충돌이 일어나는가는 폴 케네디가 <강대국의 흥망>에서 말한 상황과 비슷하다. 케네디는 제국의 유지비용이 제국이 추가적으로 획득한 영토에서 얻는 이득을 넘어설 때 붕괴가 일어난다고 보았다. 마찬가지로 오건스키의 힘의 전이 이론은 1위의 강대국은 세계질서를 지키기 위해 다른 강대국보다 더 많은 경제비를 지출하게 되고, 그 결과 경제발전 속도가 뒤쳐지는 반면, 도전국들은 패권국이 제시한 국제질서에 순응하면서 더 빠른 속도의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시점에 이르면 패권국의 지위를 넘보게 된다고 설명한다. 

 미어셰이머의 공격적 현실주의 역시 한 번 세계적 패권을 달성한 국가는 다른 지역에서 지역적 패권국이 등장하는 것을 막으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한다. 미국은 현상유지를 지향하지만, 도전국은 현상의 타파를 도모한다. 즉 미국은 이미 세계 패권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무언가를 성취하려 드는 것이 아니라, 타국이 무엇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이 미국 대전략의 현상유지적 성격은 대서양과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유럽 및 아시아와 멀리 떨어져 있다는 지정학적 특징에서도 도출된다. 

 지역적 패권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은 전통적인 세력균형 전략이었다. 유럽, 또는 아시아에서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국가 혹은 국가군이 상호 균형과 견제를 이루게 하는 것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시에는 독일에 대항해 영국과 소련을 지원했지만, 소련이 유럽의 압도적인 강자로 등장하자 패전국 독일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였다. 2차 세계대전 때는 일본이 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본과 싸우는 소련과 중국을 지원했지만, 반대로 전후에는 소련과 중국에 대항할 파트너로서 일본을 부흥시킨 것이다. 

 1970년대 중소분쟁이 격화되자 미국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끌어들였고, 이를 위해 대만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서 축출하는 일을 단행했다. 이후에는 중국과 사실상의 전략동맹 관계로 들어가 중국과 함께 소련을 붕괴시키는 작업을 도모하였으며 반대로 이번에 중국이 부상하자, 일본과 러시아, 인도를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세계 패권을 장악한 이후 유럽과 아시아에서의 힘의 균형 관계를 관망하고 있다가 패권을 장악할 수 있는 세력이 나타나면 약한 편과 연합해 대항했다. 미국의 대 유럽, 대 아시아 전략에서 고려되었던 것은 적나라한 힘의 계산이었지 도덕적인 고려는 아니었다.  

 역사적으로는 유럽의 강대국이 더 막강한 도전자로 인식되었지만,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부상한 20세기 초반 이후 아시아에서도 패권 도전국이 나올 수 있으리라고 예측되었다. 예컨대 80년대 일본은 급속한 성장을 이뤘지만, 당시 미국은 일본을 패권 도전자로 상정하고 일본 경제력의 예봉을 꺾어버리기 위해 플라자 합의를 강요함으로써 억지로 일본 엔화를 절상시켜 버렸고, 이후 일본은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을 맞이하였다. 그리고 현재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 취하고 있는 강경한 태도는 이러한 역사의 재판에 다름 아니다. 한국은 저번 FTA 재협상과 환율 문제에서 미국이 강경하게 나올 것을 걱정했지만, 현재까지 결과는 아직 한국은 그런 대우를 받을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국제정치학의 다른 학파인 자유주의는 국가간의 협력과 제도, 국제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나 현실주의에 비하면 설명력이 떨어진다. 혹자는 미중 사이에서는 경제적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경쟁이 심하지 않다고 하였지만, 높은 상호 경제 의존도가 전쟁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이미 1차 세계대전에서 입증된 사실이다. 또한, 미국이라는 국가는 단일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미중 경제는, 높은 기술력의 미국과 낮은 인건비의 중국이라는 세계적 분업현상으로 설명되는데, 이러한 자유시장경제는 국가 전체의 소득을 늘렸을지는 몰라도, 자국 국민의 후생을 극대화하지는 못했고, 트럼프는 가장 큰 피해를 받은 미국의 생산 노동자들의 지지를 업고 미중 사이의 무역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공격적 현실주의는 미국은 패권 유지를, 중국은 패권 추구를 목적으로 하며 지속적인 갈등이 벌어질 것이라고 본다. 현실주의는 어떤 나라는 좋은 나라, 어떤 나라는 나쁜 나라라는 감정적 태도를 지양한다. 현실주의적 관점에 의하면 국가들이란 무정부상태의 험난한 국제정치 상황에서 자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노력을 경주하는 정치적 단위일 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가이익을 확보하는 가장 확실하고 궁극적인 수단은 스스로 보유한 힘 뿐이며, 결국 국제정치란 국가간의 힘이 충돌하는 힘의 정치, 혹은 권력정치(power politics)의 영역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3. 미중 패권 경쟁이 야기된 경우 최종적 승자는 누구일 것인가

 미중 패권 경쟁이 현실주의의 예측처럼 벌어진다고 했을 때 승자는 누구일 것인가를 진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마도 미국일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1) 경제적 이유 : 중국의 성장률은 둔화되고 있고, 미국은 도리어 상승하고 있다.   

 대부분의 근거는 위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고, 미국은 규모에 맞지 않게 다시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2018년 1Q GDP성장률 5%) 간단하게 숫자로 말하면, 지금부터 중국이 매년 7%, 미국은 매년 2% 경제성장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중국의 GDP가 미국의 GDP와 같아지기 위해서는 28년(2046년)이 걸리고, 개인 소득이 같아지기 위해서는 62년(2070년)이 걸린다. 하지만 이 가정도 중국이 1979년부터 2046년까지 67년 동안 7~10%의 경제성장을 할 것이라고 가정해야 가능한 수치이다. 하지만 현재 관측되는 데이터는 중국의 지속적인 고도성장은 불가능해 보이며, 미국의 경제성장은 예상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2) 군사적 이유 : 중국은 급격한 군비증강과 함께 그 수치를 과소발표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군에 도달하기엔 격차가 크다.   

 중국은 자신들의 군비지출을 줄여서 발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늘 중국 정부가 발표한 수치가 아닌 따로 추정한 값을 사용하는데, 중국 정부가 발표한 숫자를 기준으로 삼아도 중국 국방비는 지난 20여년 동안 매년 연평균 16%정도 상승했다. 그 기간 동안의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9~10%로 보는데 군사비의 성장률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경제력의 증가에만 그치지 않고 군사 강국을 지향하고 있으며 그런 지향은 군사력에 대한 중국의 투자에서 잘 나타난다. 

 스톡홀름 평화연구소(SIPRI)에서 추정한 바에 의하면 1990년에 미국의 군방비는 510B이었고 중국은 18B이었다. 미국의 국방비는 1995년과 2000년에는 399B, 382B수준으로 낮아졌다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을 기점으로 상승하여 현재는 750B대의 군사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1990년 17B에서 출발하여 2000년 33B, 2010년 120B, 현재는 112B수준의 지출을 보인다. 중국의 군비증강은 물론 인상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수치가 보여주는 것은 미군과 인민해방군 사이의 격차는 아직도 크다는 것이다. 중국의 국방비 증가율은 미국의 국방비 증가율보다 크며, 동시에 미 국방비에 대한 중국 국방비의 상대적 비율 역시 줄어들고 있지만, 절대적인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여전히 미국의 군사 패권은 너무나도 압도적이며, 중국은 아직 미국의 패권에 정면으로 도전할 만한 위치가 아니다. 

 또한 중국 인민해방군은 도련선 개념을 골자로 하여 1도련선까지 작전 가능한 해군, 2도련선까지 힘을 투사할 수 있는 해군을 목표로 하고, 반접근 지역적 거부 전략(Anti access Strategy, Area-denial strategy or Access denial strategy, A2/AD)을 펼치고 있지만 남지나해를 둘러싼 군사분쟁은 아직까지 중국의 우위로 끝나지 않았으며 미국은 이러한 전략에 대해 자유 항행 작전(freedom of navigation operation)을 통해 거부하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또한 10개의 항모전단을 운용하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이제 항모 2개를 간신히 취역했을 뿐이다. 공군력에 이르러서는 설명이 불필요한 수준이다. 이 차이는 너무 커서,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추월한 이후라도 미국이 군사적인 우위를 상당 기간 동안 지속할 만한 수준이다. 
 
   3) 지정학적 이유 : 중국은 지정학적으로 섬과 같은 나라이지만, 미국은 위협받지 않을 뿐더러, 중국 주변의 동맹국들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지정학적으로 섬과 같아, 세계로 뻗어나기가 어렵다. 미중 양국 영토의 넓이는 미국이 980만제곱 킬로미터, 중국이 960만제곱 킬로미터로써 비슷한 수준이지만, 국경선의 길이는 중국이 22,000km, 미국은 12,000km로써 중국이 미국보다 약 1.84배 더 길다. 즉, 방위에 투자할 비용이 크다. 국경의 길이뿐만 아니라 미국은 북으로 캐나다, 남으로 멕시코라는 사실상의 안보를 걱정할 수준이 아닌 나라와 마주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14개국과 육지로 연결되어 있고 바다를 사이에 둔 경우까지 고려하면 19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인도, 일본, 러시아는 그 자체로 중국과 맞먹을 수 있는 강대국이며, 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도 중국이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국가가 아니다. 

 한편 중국의 대부분의 교역은 남지나해의 말라카 해협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는 미국이 맘만 먹는다면 압도적인 해군력을 통한 봉쇄가 가능한 곳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소위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추구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지는 않다. 또한 미국은 일본, 한국, 필리핀, 호주와 군사적 동맹을, 베트남과 인도와는 안보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종합하면 미군은 안정된 안보환경으로 인해대부분의 전력을 해외에 투사할 수 있으며, 세계해군의 대양작전능력, 확보된 동맹국의 군사기지를 통해 중국의 군사행동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III.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제까지 한국은 "미국과는 동맹, 중국과는 전략적 동반자"라는 편리한 수사를 갖고 미중 양국의 국제관계 속에 안주할 수 있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 동안 미중 관계가 협력적이어서 양국간의 경쟁관계가 노골적으로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국의 충돌이 노골적으로 나타날 때, 한국은 더 이상 한가하게 미국과는 동맹, 중국과는 전략적 동반자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게 될 것이다. 미중관계가 양호할 때, 한국은 중국과는 경제, 미국과는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지만 미중관계가 심각한 갈등 상황으로 빠져들 경우 한국은 심각한 전략적 선택에 당면할 수밖에 없다. 많은 한국 국민들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지정학적으로 불가능하며 국제정치 구조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충돌할 때, 한반도는 중립국이므로 피해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강대국은 없었다. 

 한국은 그동안 이런 양자택일의 문제에 직면하지 않았지만, 2016년 1월, 한국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중국의 미적지근한 태도에 실망하여 사드 미사일 배치를 추진하자, 중국은 한국정부를 위협하고 공군기들을 사전통보 없이 동해바다로 진입시킨 조치에 이어 무역보복을 실시했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좋고 나쁜 나라란 없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는 현실이었다. 우리는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부터 한국이 가서는 안 되었던 두 가지 방향을 알 수 있다. 

   1) 노무현의 동북아 균형자론 
 
 참여정부는 외교방침으로 한국이 동북아의 균형을 이뤄낸다는 동북아 균형자론을 내세웠다. 북방 3각(중국, 러시아, 북한)-남방 3각(미국, 일본, 남한)이 대립하는 기존의 동북아 구도에서 한국이 자주성을 갖고 나머지 5국과 원만한 파트너십을 통해서 역내 구도를 주도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이 관점은 두 가지 면에서 비현실적이었다. 첫째, 균형자 역할을 하려는 나라는 나머지 어떤 나라와도 동맹관계에 있으면 안 된다. 둘째, 균형자 역할을 하려는 나라는 다투는 두 나라 사이에서 힘의 균형을 바꾸어 놓을 만큼의 국력을 보유하고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한국이 균형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종료해야 했지만 하지 않았고, 결정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바꾸어 놓을 만한 국력을 보유하지도 않았다. 이러한 구상은 미국 정부에게 깔끔하게 무시당하며, "한미동맹과 동북아 균형자는 양립 불가능하다. 동맹 종료를 원한다면 통보해라." 라는 차가운 답변만 받았을 뿐이었다.

   2) 박근혜의 등거리 외교(=친중외교) 

 한국에게 있어 사실 핵심적인 이익은 북한에 달려 있었다. 보통 이명박과 박근혜의 대북정책은 매파적 정책으로 묶여서 평가받지만 사실 그 둘은 대북정책에 있어 크게 다르다. 매파/비둘기파 뿐만 아니라 적극적/소극적 정책으로도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같은 경우에는 선 핵포기/후 경제지원이라는 사실상 자신의 임기 내에는 절대 해결될 일 없는 구상을 제시했으며 북한 문제에 대해 소극적으로 비난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먼저 중국과 가까워지고 이를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할 동인을 얻는다는 적극적인 정책에 나섰다. 박근혜는 자유진영의 국가원수로서는 유일하게, 더욱이 미국과 동맹국인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참여했는데, 이는 한미동맹을 일정 부분 훼손하더라도 한국의 사활적 이익인 북한 핵 폐기를 중국에게 호소하려는 의도 아래 이루어진 일이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중국이 우리가 원하는 바를 이뤄줄 생각이 없다는 사실은 2016년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2016년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결정적으로 드러났다. 중국은 4차 핵실험을 말로나마 규탄하는 입장에 동참하지 않았으며,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중국은 처음 한미일 동맹의 약한 고리로서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늘리는 데 적극적이었으나, 결국 완충지대로서의 북한이 없어져서는 안 된다는 필요를 보였고, 한국이 방어책으로 사드 미사일 배치를 논의하자 외교적으로 할 수 없는 막말을 하며 한국을 협박했다. 

 중국은 비군사적으로 북핵을 제거할 능력이 있는가? 대체로 그런 것 같다. 중국은 그럴 의지가 있는가? 대체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핵을 폐기시키기 위해서는 북한이 붕괴될 수 있는 수준으로 압박을 가해야 하는데, 북핵이 자신을 위협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정학적 안전핀인 북한의 붕괴라는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이 지난 5년간 보인 어정쩡한 태도가 미국의 신뢰를 일정 부분 잃게 만들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자체로는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없다. 문제는 친중 정책으로 인해 얻은 이익이, 미국을 서운하게 함으로써 잃은 손실을 상쇄하고도 남는가의 여부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고, 득보다 실이 많다고 할 수 있다. 1950년 중국은 백만 대군을 파견하여 북한의 붕괴를 막고 한반도의 통일도 막았다. 중국에게 있어 북한의 붕괴는 핵을 보유한 북한이 말썽부리는 것보다 훨씬 못한 일이다. 중국은 절대 북한의 붕괴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은 분단된 한반도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을 선호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실패 케이스를 고려해 볼 때 한국의 안정적인 대외정책을 위해서는 몇 가지 기본 원칙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우리는 승자의 편에 서야 한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는 생존이다. 우리나라처럼 국제정치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는 나라는, 주변 국제정치 구조의 변화에 대한 탁월한 적응능력을 가져야 한다. 만약 미중 경쟁이 미국의 확실한 패배로 끝난다면, 주저할 것 없이 중국과 동맹을 맺어야 한다. 물론 반대의 경우가 유력하겠지만 말이다. 

-통상을 다각화해야 한다. 

 미중 패권경쟁에서 중국 경제가 크게 침체될 경우, 안보적인 측면에서는 다행일 수 있으나 통상에서는 재앙이 벌어질 것이다. 사실 미중 무역마찰에 대해 다루며, 한국은 철강관세에서 빠졌다며 안도하는 반응만이 있지만, 보다 직관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후의 미국의 행로를 예측해야 한다. 미국이 러스트벨트를 의식한 고립주의로 나아가든 중국에 대항하는 반중국 관세동맹으로 나아가든 중국 경제는 타격을 입을 것이고, 그 다음 타격은 대중무역규모가 전체에서 가장 큰 한국이다. 그런 사태를 대비하여, 중국에만 무역수지를 의존하는 것이 아닌, 다른 국가로도 버틸 수 있도록 수출 경로를 다각화해야 한다. 예컨대 문재인이 방문한 베트남이 그러한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동남아시아는 한국의 소프트파워(한류)가 힘을 발휘하는 곳이면서, 많은 인구를 갖고 있는 시장이며, 무엇보다 안보적으로 이해관계가 겹치지 않는다. 

-미국과의 안보동맹/핵우산이 사라질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반대로 미중 패권경쟁의 결과 미국의 쇠퇴가 일어나는 경우, 혹은 중국이 너무 심하게 몰락해버려 미국이 (중동에서처럼)동북아에서 철수하는 경우, 통상에서는 약간의 타격을 입을 수 있으나 안보적으로는 재앙이 일어날 것이다. 카터 행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전략적 비전>에서 미국이 쇠퇴했을 때 지정학적 위험에 빠질 나라로 한국을 지목했다. 이 경우 한국은 중국의 지역적 패권을 받아들여 국가안보를 중국에 의존해서 사는 방안과, 역사적 반감에도 불구하고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한일 협력은 미국에 가장 덜 위협적이기 때문에 미국은 이를 지지할 것이며, 동북아의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양국 사이의 역사적 감정의 골은 위안부 협상이 제대로 풀리지도 않는 바람에 더욱 깊어져 버렸으며, 또한 한국인들의 중국의 부상만큼이나(혹은 더) 경계하는 일본의 우경화를 봤을 때, 양국이 제대로 된 협력과 화해를 해 나갈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사실 중국의 부상과 일본의 우경화는 동전의 양면처럼 같이 따라오는 길인데 말이다. 이 경우 마지막 방안으로 한국은 스스로의 힘만으로 생존할 수단을 찾아, 냉전 이후 북한이 핵개발에 모든 걸 쏟아부은 것처럼, 전 국력을 국방에 쏟아부어 자체핵무장을 하는 수밖에는 없다. 


소결 : 한국을 둘러싼 국제적 환경은 19세기와 단 하나가 다를 뿐이다

 물론 미중관계가 급격하게 격화된다고 해서 20세기와 같은 세계대전 규모의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특히 핵으로 인한 상호확증파괴(MAD)의 등장 이후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비록 직접적인 충돌은 아닐지라도, 군사력을 동원한 모든 긴장상태, 군사적 충돌사태를 다 피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이 세계적 차원의 패권국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아시아의 패권국이 되려는 생각조차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 그들은 이미 지역적 패권국이 되기 위한 계획들을 수집하고, 추진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은 아니더라도, 중국은 주변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강압적 정책을 전개할 가능성이 있으며, 긴장과 분쟁이 발발할 소지가 충분히 있다. 이미 2010년대 들어오면서 동아시아 전 지역, 특히 동지나해와 남지나해 수역은 일방을 중국으로 하고, 다른 편은 중국 주변의 작은 나라들로 하는 영토분쟁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중국과 필리핀, 중국과 베트남, 중국과 말레이시아,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이 동지나해, 남지나해의 군도들을 놓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으며, 일본과 중국, 대만이 센가쿠 섬을 둘러싼 영토분쟁을,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이어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영토분쟁이 무력충돌로 이어질 경우 중국 주변의 아시아 국가들, 예컨대 한국, 인도, 베트남, 러시아, 일본 등이 중국에 대항하는 균형 연합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한국이 동북아시아에서 차지하는 힘의 서열은 19세기와 변하지 않았다(북한을 논외로 한다면). 과거 1900년대 초반 일본의 부상에서, 조선은 일본과 함께 싸울 적당한 강대국 파트너를 찾지 못했기에 합방당했다. 19세기 말 조선과 21세기 초 한국은 단 하나가 다를 뿐이다. 세계 최강 미국과 한국이 동맹을 맺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미국이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100년 전과 지금이 유일하게 다른 점이다. 여기서 한미동맹과 우리가 중국 밑에 들어갈 동맹의 결정적인 차이가 나온다. 지정학적으로 미국은 한국과 떨어져 있어 전략적 이익에 따라 한국에게 지원하거나 지원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반면, 중국은 한국과 영토적 이익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은 매력적인 반면, 중국에게는 매력적이지 않고, 한미 사이에서는 안보 위협이 없는 반면, 한중 사이에서는 안보 위협이 존재한다. 이로부터 원교근공(遠交近攻)의 원칙과 같은 동맹은 먼 곳에 있는 강대국과 맺어야 안전하다는 지정학적 철칙이 나온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다만 영원한 국가이익만이 있을 뿐이다.   
   



17. 09. 16. 게나디 골로프킨 vs. 사울 카넬로 알바레즈 복싱 拳鬪



1. Controversial Boxing Classic




 올해 벌어진 매치 중 최고였던, 그리고 기대만큼의 흥분과 재미, 또 여파를 남긴 경기가 끝났다. 17년 9월 16일(한국시간으로 17일) 게나디 골로프킨-사울 카넬로 알바레즈의 경기는 12라운드 끝에 논란의 드로우로 마무리되었다. 경기에 쏠렸던 주목의 크기만큼 그 경기의 판정 결과가 낳은 후폭풍도 컸다. 하지만 판정은 복서가 시장에서 어떻게 움직일지 말해줄 뿐, 실제 경기의 내용과 절대적인 연관성은 없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판정이 너무 논란에 휩싸인 나머지 실제 게임의 내용이 어떠했는지가 상대적으로 가려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둘이 리매치로 향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지금, 실제로 중요한 것은 그들이 경기에서 각자에 대해 어떤 모습을 보였고, 어떤 것을 느꼈는가이다. 경기를 다시 보면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지점들이 떠올랐다.  그 느낌을 공유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2. Round by Round

 다시 경기를 복기하기 전, 경기를 보면서 판정과 동시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많아 글이 난삽하게 섞여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따라서 라운드별 승패와 라운드에서 생각해야 할 점들을 Note로 따로 분리하였다.




 1라운드. 골로프킨이 링 중앙을 점유하고, 알바레즈가 링 가장자리를 돌면서 게임이 시작된다. 약간 먼 거리에서 잽 싸움으로 탐색전이 열린다. 골로프킨이 날카로운 잽을 던져 보지만 알바레즈는 각을 주지 않으려고 계속해서 분주하게 움직인다. 골로프킨이 첫 번째 스트레이트를 던지지만 알바레즈가 서클링으로 회피하는데 반응속도가 예리하다.
 골로프킨이 1분 15초 경 알바레즈를 차단하기 위해 오른손을 휘두르지만 알바레즈는 바로 피하고 바디 카운터를 적중시킨다. 1분 경 골로프킨이 원투를 한 차례 맞추지만 알바레즈는 좋은 카운터 어퍼를 비롯한 몇 개의 펀치를 적중시킨다. 이런 라운드에서 우열은 몇 개의 유효타로 결정된다. 1라운드 알바레즈. 10-9 알바레즈.

 -1라운드 Note : 이런 양상의 게임에서 링 중앙의 추적자는 상대방의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앞발을 이용할 수 있다. 예전 나는 예전 게나디 골로프킨-매튜 맥클린 전을 다룬 글에서, 골로프킨의 특이한 점으로, 앞발만 먼저 움직여서 상대방의 탈출로를 차단할 때는 때때로 불리한 스탠스가 생기는 단점이 있는 반면 골로프킨의 링 커팅은 뒷발에서 시작하고, 그럼으로써 항상 스트레이트를 강한 힘으로 전달되는 스탠스를 유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1라운드를 게나디 골로프킨-매튜 맥클린 전 1, 2라운드와 비교해 보라.
 
 하지만 지금 골로프킨의 오른 다리는 예전처럼 항상 안정적인 스탠스로 상대를 차단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의 스트레이트는 오른발을 돌리는(rotational) 게 아니라 오른발을 차면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 펀치의 타이밍은 알바레즈에게 읽히고 있다.

 2라운드. 카넬로가 계속해서 링을 도는 것을 포기하고, 중앙으로 나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선에서 앞으로 공세를 취하려고 든다. 카넬로에게 중요한 과제는 큰 펀치를 맞지 않으면서 연타를 치는 것이고, 콤비네이션을 끝냈을 때 상대가 펀치를 칠 각을 내주지 않는 것이다.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넬로는 발을 대단히 넓게 잡고 연타에 좋은 상체 움직임을 결합하고 있다. 골로프킨이 공격해 보지만, 카넬로는 슬립과 스웨이를 이용해 골로프킨의 잽을 비롯한 공세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카넬로는 확실한 주도권을 잡지는 못하지만 콤비네이션의 마지막을 바디샷으로 가져가면서 유효타 측면에서 더 효과적인 모습을 보인다. 반면 골로프킨은 오른손 타이밍이 읽히면서, 적당히 유지되는 공세의 리듬 속에서 큰 이득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깨끗한 바디샷과 상대 스트레이트에 대한 카운터 어퍼와 함께 2라운드 알바레즈. 20-18 알바레즈.



 3라운드. 초반 2라운드 동안 골로프킨은 알바레즈의 리듬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골로프킨은 이런 흐름을 역행하기 위해 숏 훅과 잽을 갖고 기존 리듬을 깨트리며 알바레즈를 당황하게 만든다. 예컨대 거리를 빠르게 좁힌 다음 더블 잽을 잽-레프트 훅으로 변형해서 치는 등으로 리드 레프트 훅을 이용해 타격을 주거나, 오른손 타이밍이 읽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중을 싣지 않은 샷으로 즉, 왼발에 체중이 있을 때 오른손을 던지며 펀치를 적중시키는 등의 방법이다. 카넬로가 메이웨더가 하듯이 머리를 고의적으로 앞에 두며 골로프킨의 거리 감각을 시험하지만[distance deception] 골로프킨은 천천히 압박해 카넬로를 링줄에 몰아넣는 데 성공한다. 카넬로는 받아치는 데 집중하다 어느 새 링줄에 몰린 자신을 발견한다. 아직 라운드가 1분여 남아 있는 와중에, 카넬로가 클린치를 통해 극복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카넬로는 바디샷과 어퍼를 제외하고는 골로프킨에게 큰 타격을 주지 못하고 라운드의 전반적인 공세를 골로프킨이 주도한다. 골로프킨은 레프트훅을 비롯 몇 개의 좋은 펀치를 적중시키며 처음으로 라운드를 가져온다. 3라운드 골로프킨. 29-28 알바레즈.

 -3라운드 Note : 3라운드는 경기의 전체적인 양상을 잘 요약한다. 잽 싸움에서 앞서지만 체중을 싣지 않은 변칙적인 펀치를 제외하고는 상대방에게 큰 타격을 주지 못하는 골로프킨. 좋은 방어를 보여줌과 동시에 선제공격으로 콤비네이션을 치지만 결정적인 타격은 바디샷과 어퍼를 제외하고는 없는 카넬로. 이 라운드가 판정하기 어렵다면 당신이 각자 큰 타격을 주지 못하는 선에서 전체적인 주도권을 누가 가져갔는지를 판정하기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4라운드가 되자 카넬로의 리듬에 적응한 골로프킨이 카넬로를 압박하며 펀치를 교환한다. 카넬로가 날카로운 카운터를 몇 번 던지지만 골로프킨은 스텝을 통해 쉽게 무력화시킨다. 골로프킨이 한결 수월하게 카넬로의 리듬을 통제하며 압박하는데, 그가 성공적인 압박을 가져갈 수 있는 이유는 펀치를 통해 거리를 좁히는 것이 아니라 펀치 없이 상체 움직임만으로 카넬로에게 가까이 접근한 다음 정교한 연타를 노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1분 30여 초가 남은 상황에서 카넬로와 골로프킨이 링줄에서 대치하고 골로프킨은 링 줄에 몰린 카넬로에게 침착하게 셋업 펀치들을 날리지만 카넬로가 링줄에서 사이드 스텝을 통해 그럭저럭 대치한다. 카넬로는 결정적인 위기에 빠지진 않았지만 함부로 공세로 나갈 수 없다. 골로프킨의 효율적인 압박이 돋보이며 4라운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4라운드 골로프킨. 38-38 even.
 
 -4라운드 Note : 이전 글에서 말했듯이 카넬로의 약점은 안전 지대의 부재이다. 카넬로는 자신은 안전하면서 상대방에게 일방적인 공세를 강요할 거리에 묶어놓을 힘이 없다. 즉, 카넬로는 골로프킨을 멈춰세우지 못하고 있다.
 동시에 골로프킨에게선 오른손 펀치의 힘이 떨어진 것이 눈에 띈다. 나중으로 갈수록 더욱 결정적으로 드러나겠지만 골로프킨의 오른손 펀치는 크게 파워를 잃었다. 30초 경 좋은 라이트 핸드 카운터를 맞고도 카넬로는 끄덕도 없었다. 타이밍 상으로 완벽한 카운터였는데 말이다. 이는 나중 알바레즈의 방어를 바꾸는데 영향을 준다.  



 5라운드. 카넬로의 코너는 원투를 치고 빠져나갈 것, 블록하고 카운터를 칠 것을 주문하나 골로프킨은 이미 알바레즈의 아웃박스에 대한 효과적인 프레싱 방법을 찾은 것 같다. 골로프킨은 좋은 상체 움직임으로 펀치가 살짝 닿을 거리에서 카넬로를 몰아붙인다. 라운드가 시작된 지 30초도 되기 전 카넬로가 링줄에 몰리고 골로프킨이 좋은 콤비네이션으로 카넬로에게 타격을 준다. 카넬로는 선제공격을 통해 골로프킨의 압박을 없애 보려 하나 골로프킨의 공세를 좌절시키지 못한다. 1분여가 남은 때, 또다시 링줄에 몰린 상태에서 카넬로가 들어오는 골로프킨에게  레프트훅 카운터를 걸려다가 도리어 골로프킨의 회심의 스윙성 라이트 훅을 크게 얻어맞는다. 카넬로가 타격을 입지 않았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어 보지만 공세는 계속된다. 둘 다 눈이 좋고 뛰어난 상체 무브먼트를 갖고 있기 때문에 큰 펀치를 맞추는 데는 양쪽 모두 실패하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골로프킨의 우세이다. 링줄에 몰려서도 알바레즈는 골로프킨의 오른손 타이밍에 반응하나 왼손만으로도 라운드를 가져가는 데는 충분하다. 5라운드 골로프킨. 38-37 골로프킨.

 6라운드. 판정하기 까다로운 라운드이다. 나는 라운드의 승패를 저울의 이미지를 이용해 판정한다. 파워 펀치나 큰 타격이 있을 때마다 한쪽에 추를 올려놓는 식이다. 둘이 동등하거나 비슷한 종류의 타격을 주고받았을 때 라운드의 리듬을 누가 주도했는지에 따라 조그마한 추를 얹는다. 라운드 초반 골로프킨이 연타를 통해 알바레즈에게 좋은 펀치를 맞추지만 알바레즈가 다시 반격하며 방심한 골로프킨에게 레프트훅을 비롯한 많은 펀치를 맞춘다. 2분 30초까지 골로프킨에게 기울었던 저울을 다시 원래대로 기울였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신 쪽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1분 30초가 남은 시점에서 알바레즈의 다리는 다시 한계를 드러내고 곧 링줄에 몰려 펀치를 얻어맞는다. 다시 마지막 1분 30초에서 골로프킨이 알바레즈를 링줄에 몰아넣은 후 좋은 펀치를 맞추면서 주도권을 다시 가져온다. 각자의 순간을 나눠 가졌지만 마지막 1분 30초를 골로프킨이 근소하게 앞섰음이 명백하다. 6라운드 골로프킨. 58-56 골로프킨.

 -6라운드 Note : 라운드의 승패와는 별개로 알바레즈가 골로프킨에게 우세를 점한 순간을 되돌려보면 골로프킨이 확실한 공격 없이 공격의지만 갖고 거리를 좁혔을 때 알바레즈의 펀치를 불필요하게 허용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래서 이 장면은 후반 라운드의 예고편 격이다.

 7라운드. 이 경기를 다시 돌려 보는 것이 재밌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저번 라운드를 이렇게 하다가 내줬으니 이번에는 저렇게 한다는 식으로, 계속해서 이전 라운드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생각하고 나온다는 점이 있다. 알바레즈는 지난 라운드의 열세를 감지했는지 일방적으로 물러나지 않고 초반 적극적인 공세로 나온다. 하지만 곧 골로프킨의 프레셔에 의해 그런 공격의도는 사라지고 다시 추적자를 피해 앵글을 내주지 않는 도망자가 된다. 카넬로는 의미있는 아웃박스를 하고 있지 못하다. 카운터를 통해 저지선을 구축하고 싶지만 그의 카운터는 큰 위력이 없다. 반면 골로프킨은 링줄에 몰아 넣고 정신없이 펀치를 적중시키며 리듬과 실리 모두를 챙긴다. 판정하기 쉬운 라운드이다. 7라운드 골로프킨. 68-65 골로프킨.

 -7라운드 Note : 별개로 골로프킨의 오른손 파워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 계속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 다리가 오른손의 펀치력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7라운드의 한 번의 오른손 단발을 제외하고는 적중률도 낮으며 골로프킨의 탈-체급 펀칭 파워를 갖고 있었던 라이트훅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오른손으로 공격할 때마다 오른다리가 살짝 뜨기 때문에 다시 다리를 원래대로 돌리는 과정에서 연타를 지속하는 것이 어렵다.



 8라운드. 카넬로는 콤비네이션을 하라는 주문을 받지만 시작하자마자 리듬을 파악한 골로프킨이 카넬로를 정신없이 몰아붙인다. 카넬로의 다리는 풀린 모습으로, 계속해서 제 기능을 못하고 있고 안전 지대를 구축하지 못해, 골로프킨은 인사이드에서 정교하고 깔끔한 콤비네이션으로 알바레즈에게 타격을 입힌다. 하지만 2분 30초 경 보여주는 라이트 핸드는 지금 그의 오른손 펀칭 파워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님을 시사한다.
 라운드의 반전은 2분 20초 경 일어난다. 골로프킨은 늘 상대에게 불필요한 펀치를 허용한다는 단점을 갖고 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골로프킨이 상대에게 타격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고도 특별한 공격 없이 머무르다가 라운드를 뒤집어놓는 커다란 라이트 훅을 맞는다. 경기 전체에서 가장 큰 펀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샷이다. 하지만 더 놀라운 점은 그의 맷집이다. 해설이 놀랄 정도로 누구나 골이 뒤흔들릴 만한 그런 펀치를 맞고서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 모습은 과연 미들급 최고의 턱이라 할 만 하다.
 하지만 문제는 카넬로에게 숨을 돌릴 시간과 라운드를 자기 것으로 만들 만한 자신감을 줬다는 것이다. 알바레즈가 다시 자신 쪽으로 흐름이 돌아온다고 느꼈는지 링줄에 몰리지 않겠다는 용기를 갖고 링 중앙에서 골로프킨에게 펀치를 쏟아내며 버틴다. 다시 1분여가 남은 상황에서 링줄에 몰리지만 카넬로는 들어온 골로프킨에게 오히려 더 좋은 카운터 어퍼를 맞춘다. 골로프킨은 계속해서 카넬로를 추적하지만 확실한 이득을 취하지는 못한다.
 8라운드는 경기를 통틀어 가장 판정하기 어려운 라운드이다. 알바레즈는 라운드에서 가장 좋은 두 개의 펀치를 맞췄지만 골로프킨은 라운드 전체의 공세를 주도하고 잽을 비롯한 많은 펀치를 맞추었다. 판정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골로프킨의 초월적인 맷집이다. 두 개의 강한 펀치를 맞고서도 큰 타격을 입지 않으니 얼마나 피해를 입혔는지 애매한 셈이다. 입은 피해를 기준으로는 10-9 골로프킨이지만 맞춘 걸로 따지면 10-9 알바레즈이다. 나는 10-9 골로프킨으로 주었지만, 10-9 알바레즈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판정의 분산을 고려하여 10-10을 주겠다(어느 한쪽에 기울어지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양쪽 저지가 다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78-75 골로프킨.
 



 9라운드는 카넬로가 초반에 링 중앙에서 버티면서 게임을 이끌고자 하는데 30초만에 한계를 드러내고 골로프킨이 다시 몰아붙이는 양상이 반복된다. 카넬로의 콤비네이션에도 골로프킨은 큰 타격 없이 전방위적인 공세를 취한다. 카넬로가 또다시 골로프킨을 크게 치지만 하체는 물론이요 턱조차 끄떡없다. 라운드를 골로프킨이 주도한다. 10-9 골로프킨. 88-84 골로프킨.

 -9라운드 Note : 골로프킨이 라운드를 가져가지만 라이트 핸드가 위력적이지 않다는 점은 계속해서 눈에 띈다. 카넬로가 라이트 핸드를 세 개 이상 허용하지만 큰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 라운드 종료까지 약 50초 경. 골로프킨이 콤비네이션의 마지막을 오른손으로 가져갈 때 콤비네이션의 리듬이 끊기고 다시 스탠스를 재정비한 뒤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 보인다. 또한 알바레즈의 앞발이 서서히 저지선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10라운드에 들어서자 기존 흐름을 알바레즈가 뒤엎는다. 카넬로는 이 순간을 기다렸던 것일까? 카넬로가 시작하자마자 적극적인 공세로 밀어붙이며 강점인 어퍼 바디 무브먼트로 골로프킨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준다. 그러나 골로프킨 역시 뒤로 물러날 생각이 없다. 경기가 시작된 이후 한 번도 링 줄에 몰려 본 적 없는 강인한 인파이터의 강인한 기백이 스크린을 뚫고 새어 나온다. 하지만 이전 글에서 말했듯이 골로프킨은 클린치 게임에 익숙하지 않고 상대가 클린치를 할 때 대처가 미숙하다. 알바레즈는 초반에 얻은 우세를 큰 타격을 입지 않으며 끝까지 잘 간직한다. 10라운드 알바레즈. 97-94 골로프킨.

 11라운드에 들어서자 카넬로가 본격적인 아웃박스를 가동한다. 라이트 핸드를 비롯한 카운터가 눈에 띈다. 반면 골로프킨은 급하다. 결정적인 차이는 골로프킨은 위험 지대에 대책 없이 스스로 들어가고 알바레즈는 원거리의 스텝, 중거리의 카운터, 초근접전에서는 클린치를 통해 희미한 저지선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골로프킨이 라운드 막바지에 좋은 펀치를 몇 개 맞추긴 하나 알바레즈가 전반적인 라운드를 주도했음이 명백하다. 10-9 카넬로. 106-104 알바레즈.

 12라운드. 예전 알바레즈가 참고해야 할 경기로 오스카 델 라 호야-아이크 쿼테이를 말한 바 있는데 그 경기 12라운드를 보는 것 같다. 알바레즈가 다리가 풀린 와중에도 콤비네이션과 카운터, 클린치를 결합해 초반에 공격을 쏟아내 우세를 잡고 나머지는 그 우세를 지켜낸다. 골로프킨이 여전히 위험 지대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카넬로가 콤비네이션을 적중시킨다. 골로프킨이 결정적인 타격을 주지 못하며 카넬로가 게임 마무리를 가져간다. 12라운드 10-9 알바레즈. 경기 스코어115-114 골로프킨.




3. 판정과 리매치

 내 스코어 카드는 그래서 8라운드의 판정 결과에 따라 115-113 골로프킨에서 114-114 무승부를 오가며, 이는 삼심 중 둘과 일치한다. 하지만 이건 골로프킨이 8라운드를 이겼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도리어 골로프킨이 쉽사리 펀치를 허용해 라운드를 날려 버린 후반 라운드를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10, 11, 12라운드 중 한 라운드만 확실히 가져갔으면 118-110 알바레즈를 준 애덜레이드 버드를 묻어버리고 골로프킨이 스플릿 디시전으로 승리했을 것이다. 충분히 좋은 경기를 펼치고도 몇몇 라운드에서 골로프킨의 집중력은 떨어졌고 그 순간, 알바레즈의 공세는 적시에 힘을 발휘했다.


 매치를 3분 12라운드가 아니라 36분짜리 1라운드라고 보면 골로프킨이 전반적인 게임을 우세 속에 가져갔다는 것이 확실하다. 알바레즈는 경기 중반 다리가 풀린 반면 골로프킨은 더 큰 펀치를 맞고도 꿈쩍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라운드별 채점 시스템이고, 그런 관점에서 경기는 근소해진다.

 실제로 게임을 유효타 관점에서 보면 알바레즈는 잽을 제외하곤 크게 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삼심 역시 근소한 스코어 카드를 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디어는 117-111 골로프킨에서 115-113 골로프킨까지 확실한 골로프킨의 승리로 컨센서스를 형성했다. 그것은 어째서일까.
 
 내가 보기에 그건 알바레즈가 기존의 스타일에서 벗어나 아웃박스를 시도하는 모습이 겉보기에 골로프킨의 게임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만일 메이웨더가 링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니며 카운터와 유효타 위주의 게임을 가져갔다면 아웃박스했다고 판단할 라운드가 정석적인 펀처였던 카넬로가 같은 게임 플랜을 가동할 때는 골로프킨의 힘에 밀려 뒷걸음질 친 것으로 보인 셈이다. 하지만 리매치가 벌어졌을 때, 애널리스트들은 카넬로의 이런 게임 방식에 대해 적응할 것이다. 이런 컨센서스는 곧 사라진다.

 나는 이 경기를 예측하면서 게임의 핵심은 카넬로가 공격에 쓸 에너지와 방어에 쓸 에너지를 잘 분배하면서 큰 대미지를 입지 않는 선에서 후반에 들어갈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썼다. 그것은 알바레즈의 상체 움직임을 높게 평가하고, 인사이드에서 골로프킨이 클린치 게임을 잘 하지 못한다는 관찰에 기반한 것이었다. 결국 골로프킨은 경기 중반, 알바레즈에게 커다란 타격을 주는 데 실패했으며 알바레즈가 후반 라운드 우세 속에 경기를 끝마치게 놔둘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게임의 방식은 리매치 때도 여전히 변함없을 것이다. 알바레즈는 자신이 골로프킨의 오른손 타이밍을 포착하고 있음을 증명했고 큰 타격을 입지 않는 선에서 경기를 끌고나갈 수 있음을 말해 줬다. 하지만 이 경기가 말하는 것은 그것만은 아니다.

 알바레즈의 공격력은 골로프킨에게 큰 타격을 주지 못하며 골로프킨은 알바레즈의 어떤 펀치를 맞던 간에 하체가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경기를 이끌 수 있다. 그러므로 리매치의 주제는 각자 어떻게 공격을 성공시킬지에 대한 것이 된다. 알바레즈는 계속된 프레셔의 흐름에서 어떻게 골로프킨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가에 답해야 하며 골로프킨은 왼손에 의존하는 펀치로 어떻게 알바레즈를 그로기에 빠트릴지를 고민해야 한다.

 변수가 있다면 골로프킨의 오른손이다. 골로프킨은 정확한 타이밍에 오른손을 맞췄음에도 알바레즈를 주춤하게 하지 못했다. 물론 골로프킨의 펀치력이 약해진 것도 맞고 알바레즈가 뛰어난 내구력을 보여준 것도 맞다. 분명한 것은 현재 골로프킨은 대다수의 체중을 왼발에 두고 있고 그가 오른손 펀치의 컨디션을 회복하지 않는 한 이 게임은 여전히 치열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4 : Ashes of Time

 나는 게임을 리뷰할 때마다 누가 나의 글을 다 이해할 수 있을 지 생각한다. 내가 쓴 언어는 단지 언어일 뿐이다. “골로프킨은 넉아웃 펀칭 파워를 가진 하드펀처이다”라는 서술은 그 자체로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않는다. ‘파워’란 무엇인지, ‘펀처’란 무엇인지 안다 해서 “골로프킨은 넉아웃 펀칭 파워를 가진 하드펀처”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리가 없다. 관찰에서부터 사실이 나오고, 사실을 모여 논리가 되고 글을 만든다.

 관찰이 사실을 만드는 것을 이해한다면, 골로프킨의 동작을 유심히 관찰하지 않은 사람이 내가 어떤 말을 했다고 해서 그걸 온전히 이해하리라 보지 않는다. 나는 모든 의견을 의견으로서 존중하지만 그곳에 관찰이 없다면 크레딧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하게 느끼고 싶다면 한 번 복기한 글과 함께 경기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만약 거기서 나와 다른 관찰을 한다면, 얼마든지 그 부분에 대해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전 글에서 확인되지 않은 신체적 이슈를 언급한 것은 내 실수이지만 여전히 내 관찰을 수정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본 골로프킨의 하체의 안정감은 크게 줄어 있었다. 오랜만에 돌려 본 예전 경기들을 보자 그 빈자리는 더욱 크게 느껴졌다.
 
 나는 과거 2013년 게나디 골로프킨-매튜 맥클린 전을 리뷰하며 골로프킨이 기술적으로 완벽하다라고 썼다. 다시 돌려 본 예전 게임들은 그때의 내 관찰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 알려줬다. 스텝의 부드러움, 하체의 포지션, 넉아웃 펀칭 파워, 턱의 맷집까지. 골로프킨에게 부족해 보이는 건 하나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모든 복서는 결국 시간의 흐름을 맞이하기 마련이고, 그 도전 앞에 결국 언젠가 무릎을 꿇게 된다. 지금 내 눈에는 강한 맷집과 정교한 단발, 그리고 계속된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심폐지구력과 강한 기백을 가진 펀처가 있지만, 그는 이전처럼 무결점의 하드펀처는 아니다.

 2년여의 기다림 끝에 그는 빅매치를 잡았지만, 사울 카넬로 알바레즈라는 또 다른 뛰어난 도전자를 맞아서 판정의 공교로움을 떠안았다. 만약 재경기 끝에 골로프킨이 패하게 된다면 어떤 평가를 갖게 될 지 생각한다. 쉬운 상대들만 만났던 과대평가된 복서인지, 아니면 동시대의 모든 강자들이 피했던 복서인지. 전자와 후자 어딘가에서, 나는 지금 그때의 복서를 추억한다. 나는 그의 많은 강점들이 시간의 풍화 속에 사라졌다고 보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은 월드클래스 복서이며, 네가 봤던 내 모습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 바람을 기대하며 나는 내년 5월의 경기를 벌써부터 기다리게 됐다.








타이거! 타이거! 복싱 拳鬪


-게나디 골로프킨-사울 카넬로 알바레즈에 부쳐.




1. Judgement Day


 복싱을 수련한 지도 십 년이 되어가고 경기를 본 건 더 오래 되었지만 언제나 빅매치는 가슴을 떨리게 한다. 단순히 경기가 재밌을 것 같아서만은 아니다. 복싱 경기를 볼 때의 쾌감을 피와 땀이 오가는 맹렬한 난타전에서 찾거나 혹은 뛰어난 복서 사이에서 벌어지는 하이-스피드 체스에서 찾는다면 그런 경기는 수도 없이 추천해 줄 수 있다. 난타전을 보고 싶은가? 마빈 해글러-타미 헌즈를 보라. 최상급 복서 사이에서 이뤄지는 체스매치를 보고 싶다면? 슈거 레이 레너드-윌프레도 베니테즈가 제격이다.

 이건 단순히 난타전이나 체스매치의 문제가 아니다. 빅매치가 진정으로 내 심장을 쥐어짜며 마른 침을 삼키게 하는 이유는 내가 그들에 대해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는지 심판받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링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대부분의 승패는 결정되어 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내가 결정되었다고 믿는 승패는 지금 이 순간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삶과 죽음 양쪽의 상태에서 공존한다. 그 때마다 나는, 과연 내가 이해한 그는 어디까지 실제의 복서와 부합하는 사람이며, 내가 이해한 복싱은 어디까지 실제 승패와 밀접할까 궁금할 따름이다.

 그리고 나는 마침내 이 빅매치를 마주하게 됐고, 또다시 내가 이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 시험받게 됐다.




 2017년 9월 16일(한국시간으로 17일), 게나디 골로프킨-사울 카넬로 알바레즈 전이 벌어진다. 그 동안 두 복서 모두 내가 애정깊게 지켜보는 복서들이었다. 알바레즈는 2011년 알폰소 고메즈를 잡았을 때부터, 골로프킨은 2013년 매튜 맥클린을 넉아웃시켰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내 시선 안으로 들어왔고 그 순간부터 한 번도 내 시야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 파퀴아오, 메이웨더, 버나드 홉킨스만큼이나 꾸준히 내가 복싱을 보는 즐거움을 제공하던 복서 둘이 붙는다.

 둘의 매치는 어떻게 성사되었는가, 알바레즈는 더커이고 골로프킨은 체리피커인가는 프로모션과 매니저, 복싱 기구와 프리미엄 케이블 네트워크가 모두 얽혀서 길게 떠들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래, 선택권과 명분을 가진 알바레즈가 골로프킨에게 기회를 줬고, 이 경기는 만들어지기까지 2년이 걸렸다. 하지만 그게 더 이상 중요한 문제인가? 전혀.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이 매치는 올해 벌어진 경기 중 가장 최상급 티어에 있는 두 복서 사이의 대결이며, -160lbs 디비전에서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매치이고, 파퀴아오-코토 이후로 가장 뛰어난 펀처들끼리의 대결이다.




 하나는 인종적 기반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 스타일을 갖고 당당히 상대방을 병탄해 나가는 젊은 사자요. 나머지 하나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하드코어 팬들의 지지를 결집해 마침내 메인 무대로 올라선 늙은 호랑이다. 영 라이언과 올드 타이거. 황금빛 갈기를 기른 당당한 메히칸 펀처와 동토에서 온 호목虎目의 카자흐스탄 인파이터가 만날 때 대중은 무슨 엄청난 일이 벌어질 지 침을 삼키며 기꺼이 이 매치에 돈을 던진다.

 누구를 고를 것인가?



2. Tamerlane the Great

 알바레즈와 골로프킨이 상대한다고 했을 때 그 둘이 각자 어떤 방식으로 승리를 가져가는지, 그리고 최근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아는 것은 진정으로 중요하다. 그것은 그들이 상대를 만났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게나디 골로프킨은 침착한 살인마가 연상되는 뛰어난 펀처이다. 그는 공격과 방어 양쪽에서 돋보인다. 골로프킨의 경기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잽에서 시작되는 중거리에서의 우월한 교환비를 가져가며, 상대방에게 타격을 준 다음 상대방이 지속적으로 펀치를 내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그는 곧 상대방이 잽으로 의미 있는 저지선을 만들지 못한다 싶으면 바로 인사이드 파이트로 전환하여 상대방에게 조금 맞아주는 한이 있더라도 강한 훅과 어퍼로 상대방에게 충분한 타격을 입히는 데 집중한다. 그의 공격은 빠르게 가드의 틈을 뚫는 연타보다는 완성도 높은 단발로 구성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상대방이 호흡과 리듬을 회복할 틈을 주지 않고 링을 커팅하는 강한 압박이 특징이다.

 이 방식의 단점이라면 알바레즈와 비교해 보면 쉽다. 알바레즈는 잽을 통해 서서히 방어선을 무너트린 다음 연타를 통해서 상대방에 대한 우세권을 어필한다. 골로프킨은 중거리에서 첫타부터 맞추기 위해 던지지만 알바레즈는 마지막 펀치를 맞추기 위해 연타를 쏟아낸다. 골로프킨의 방식은 펀치를 경제적으로 낸다는 점에 있어서 장점을 가지지만, 상대방의 방어 시스템을 충분히 무력화시키지 못한 채 반격의 여지를 남겨둔 상태로 상대방의 공간에 들어선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골로프킨이 이런 방식으로 계속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첫째, 그의 중거리에서의 펀치 단발 완성도가 대단히 높으며, 둘째, 그의 맷집이 미들급 내에서 가장 강력하기 때문이다. 골로프킨은 웬만한 펀치로는 비틀거리지 않으며, 상대방이라면 뒤로 물러났을 펀치를 정통으로 얻어맞고서도 살짝 찡그린 후 바로 압박한다. 하지만 동시에 맞아주지 않아도 될 펀치들까지 허용하며, 특히나 상대방이 골로프킨과의 펀치 교환에서도 겁먹지 않고 계속해서 펀치를 낼 경우 라운드를 쉽게 상대방에게 내주는 일이 많다.

 이런 단점들이 잘 드러난 경기가 최근의 다니엘 제이콥스 전이라 할 수 있겠는데 골로프킨은 초반 제이콥스와의 잽 싸움 이후 중거리, 인사이드로 점차 거리를 가깝게 가져갔음에도 불구하고 제이콥스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도리어 상대와의 거리를 가깝게 머무른 나머지 제이콥스의 펀치를 불필요하게 허용하여 경기의 종료 공이 울릴 때까지 링의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하는 데 실패하였다. 골로프킨은 제이콥스와의 경기에서 만장일치 판정승을 가져갔지만 4라운드에 뺏은 넉다운이 아니었더라면 뒷말이 나오지 않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며 자칫하다간 알바레즈와의 경기를 잡기도 전 리매치로 끌려갔을 수도 있었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분들이라면 골로프킨이 쉬운 길을 택할 수 있는데도 어려운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넉아웃 몬스터라는 기믹을 위해 의도된 것인지 아니면 그의 타고난 공격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는 다소간 피해를 입더라도 들어가려 하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가? 어차피 중거리에서의 압도적 우위가 보장된다면, 상대방이 펀치 다발을 내며 앞으로 전진하면 살짝 뒤로 물러나 받아 주고 다시 중거리에서의 효율적인 교환비를 가져가면 될 터다. 하지만 골로프킨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못한다는 게 옳은 표현이겠다.

 이것이 내가 최근 골로프킨의 경기를 바라보며 느낀 두 번째 감상이다. 나는 최근 골로프킨의 무릎에는 문제가 있다라고 생각한다. 특히 왼쪽 무릎이 문제라고 보여지는데, 2년 전의 데이빗 르뮤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골로프킨은 중거리에서 압도적인 잽 싸움을 통해 르뮤의 머리를 헤드헌팅했고, 좌절감에 휩싸인 르뮤가 마지막 선택으로 황소처럼 돌진했으나 부드러운 스텝 아웃으로 빠져나갔다. 중거리에서의 교환비만으로 르뮤는 좌절을 겪어야 했고 6라운드를 채 버틸 수 없었다.

 하지만 다니엘 제이콥스 전에서 노출된 골로프킨의 모습은 상대가 콤비네이션을 칠 때 제자리에 가드를 붙이고 대주는 것 외에는 어쩔 도리가 없는 펀처의 모습이었다. 왼무릎이 예전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자 미끄러지듯이 흐르듯 움직이던 그의 움직임은 사라졌고, 그는 발이 붙은flat-footed 볼륨펀처가 되어버렸다. 물론 여전히 그는 강력하다. 그의 턱은 아직 한 번도 무너진 적 없는 단단함을 과시하며 그의 레프트는 왼발과 상관없이 파괴력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예전의 골로프킨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펀처였다. 하지만 이제 그는 절름발이 티무르 대제다.


3. Mexican Grindhouse




 이젠 알바레즈의 경기 운영 방식과 최근의 변화를 짚어 보자. 알바레즈는 기본적으로 공세적 카운터+콤비네이션 펀처이다. 그는 주로 잽을, 간간히 리드 레프트훅을 섞어서 중거리 우세권을 잡아 나가고, 천천히 상대방과의 거리를 좁힌다. 인사이드 파이트에서는 훅과 어퍼, 그리고 바디까지 섞은 어퍼 바디 무브먼트를 통해 타격을 준다. 거리가 벌어지면 힘을 실은 콤비네이션을 스텝 인 하면서 쏟아낸다.

 상대 공격에 대한 방어는 주로 공세를 통해 극복한다. 카넬로는 좋은 상체 무브먼트와 그에 곁들이는 카운터를 갖고 있다. 상대방이 뻔히 보이는 펀치로 타격을 주려고 들면 곧장 카운터로 응수한다. 당장 상대방을 넉아웃시키는 펀치들은 아니지만 대미지를 입히기엔 충분하다. 상대방이 뒤로 물러나면 다시 처음부터 반복한다.  

 최근 알바레즈가 눈에 띄게 발전한 부분은 들어가는 스텝이다. 과거 발을 붙이고 콤비네이션을 쏟아냈던 카넬로는 이제 스텝 인 하면서도 밸런스가 흔들리지 않으면서 연타를 쏟아낼 수 있게 되었고, 상대의 우반면으로 돌아 들어가며 리드 레프트훅을 휘두를 줄 아는 복서가 되었다. 중거리에서 콤비네이션을 통해 반격의 틈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공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며 상대가 뒤로 물러나지 못한다면 그대로 4연타를 적중시킨다.

 이런 발전은 카운터 측면에서도 돋보인다. 카넬로가 플로이드를 상대로 한 해법으로 카운터링을 들고 나왔을 때 그것은 아직 완성도 낮은 대책에 불과했다. 하지만 알폰소 고메즈 전에서 보여줬던 결정적인 타격에서 언뜻 드러났듯이 원래부터 카넬로 안에 내재되어 있던 카운터에 관한 타고난 감각은 잘 갈고 닦아져 이제 인사이드 파이트에서 슬리핑과 어퍼를 조합해 상대의 고개를 곧잘 뒤로 젖히곤 한다. 그 방식으로 커클랜드를 끝장냈고, 차베스 주니어도 같은 방식으로 보냈다.

 동시에 양질의 도전자들을 상대로 점점 좋은 모습들을 보인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이다. 2015년부터 카넬로의 상대는 커클랜드, 코토, 칸, 스미스, 차베스 주니어로 이들은 같은 기간 동안 골로프킨의 상대인 머레이, 먼로 주니어, 르뮤, 웨이드, 브룩, 제이콥스에 비해 질적으로 우수하다. 그런 상대들을 맞이해서, 집중력 부족으로 메이웨더에게 절망감에 가까운 펀치를 쏟아냈던 어린 알바레즈는 12라운드 경험을 수없이 쌓으며 매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다. 좋은 콤비네이션 속도와 스텝 인 타이밍, 상체 무브먼트와 카운터는 공격과 방어 양면에서 카넬로의 발전을 잘 보여주는 요소이다.

 그렇다고 카넬로 알바레즈가 무결점의 펀처는 아니다. 알바레즈는 방어할 때 저지선을 만드는 능력이 크게 떨어지고 약한 상대에게도 자신의 위험 지대를 쉽사리 허용하는 단점이 있다. 이는 인사이드에서 정면으로 맞상대한다는 자신의 담대함을 보여주기에 좋을지는 몰라도, 골로프킨 같은 탈-체급 펀칭 파워를 가진 펀처에게는 만용에 불과하다. 좋은 스텝 인은 서클링이나 피벗 같은 좋은 스텝 아웃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링줄에 몰려서는 상체를 기울여서 맞받아칠 뿐 발을 활용해 빠져나가는 능력이 부족하다.

 지금까지 골로프킨과 알바레즈를 가볍게 대조해 보았다. 둘은 조화로운 밸런스를 바탕으로 아웃복서/인파이터를 대처하는 밸런스 좋은 펀처이지만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골로프킨은 당장 자신의 공세를 지속하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좀 얻어맞는다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당장 실제적인 타격을 주려고 든다. 반면 알바레즈는 상대방에게 실질적인 타격을 주지 못하더라도 연타와 카운터를 통해 공세를 지속하려 한다. 이런 둘의 차이는 실제 경기에서 어떤 차이를 만들어 낼 것인가?


4. Slaughterhouse-Five


 이제 경기가 벌어지고 생겨나는 몇 가지 양상들에서 어떤 복서가 유리할지에 대해 말해 보자. 이런 가상의 시나리오를 그려보는 것은 어느 순간에 뭘 해야 승리를 가져갈 수 있는지 명료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원거리에서의 잽 싸움

 잽이 닿을락말락한 거리에서 스텝 한발짝을 집어넣고 빼는 잽 교환 상황에서 어떤 복서가 우세를 점할 것인가? 나는 골로프킨의 약우세라고 생각한다. 알바레즈의 잽은 뛰어난 편이지만 본질적으로 밑에서 시작해 위쪽으로 쳐올린다는 약점이 있다. 메이웨더 같은 선수를 잽으로 때리기 위해서는 위에서 시작해 아래로 내리찍는(Drop Jab)이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고 결국 그날 알바레즈의 잽은 메이웨더에게 위협이 되지 못했다. 골로프킨이 메이웨더는 아니지만 알바레즈의 잽은 그보다 덩치 큰 상대에게 걸리거나, 충분히 앞손을 내민 상대에게 타격을 주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다.

 반면 골로프킨 역시 알바레즈를 때리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알바레즈는 좋은 눈을 가졌고, 부드러운 스웨이/슬립을 통해 상대의 잽을 무력화시킨다. 여기서 골로프킨에게 약우세를 준 것은 서로 맞을 각오를 하고 잽을 교환했을 때 알바레즈의 타격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이다.  

-원거리에서의 연타 싸움

 잽이 닿을 거리에서 잽이 아니라 잽으로 시작하는 콤비네이션을 서로 쏟아붇는 원거리 상황에서 어떤 복서가 우세를 점할까? 알바레즈가 골로프킨을 압도할 것이다. 골로프킨의 공격에 대해 알바레즈는 잘 빠져나가려 들 것이고 골로프킨은 반면 빠지기보다는 제자리에서 펀치를 받아내려 들 것으로 예측한다. 하지만 이런 장면들은 저지들이 알바레즈 쪽으로 기우는 요인이 된다. 알바레즈가 들어가다가 커다란 카운터를 맞지 않는 이상, 이런 대치는 알바레즈에게만 유리할 뿐이다.
 
-중거리에서 훅 싸움

 레프트훅과 라이트훅이 서로 닿을 만한 거리에서 어떤 복서가 우위를 점할까? 골로프킨이 알바레즈에 비해 강한 우세를 점한다. 모든 복싱 선수들의 쉐도우를 가상의 선으로 그려 보면 허공의 z축을 향해 모여든다. 레프트훅, 라이트훅, 레프트 바디, 스트레이트 모두 내 몸에서 나와 그 축으로 회귀한다. 이 z축을 나의 중심으로부터 멀게 할수록 중심은 흐트러지고 휘청거리게 된다.

 골로프킨의 쉐도우를 볼 때마다 중거리 훅의 안정적인 밸런스에 늘 놀란다. 카넬로의 쉐도우도 기본기에 충실한 편이지만 골로프킨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카넬로가 훅을 던지기 위해선 대단히 가까이 가야 할 필요가 있지만 골로프킨은 스트레이트보다 약간 짧은 거리에서도 사정없이 훅을 전달한다. 겉으로 보기에 같은 훅이지만 골로프킨의 롱훅은 훨씬 난이도가 높고 정교하다. 데이빗 르뮤 전에서의 4라운드 종료 1분 17전을 보라. 골로프킨은 롱 훅을 실패하고서도 어떤 밸런스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카넬로는 골로프킨만 때릴 수 있고 자신은 때릴 수 없는 거리에서 빨리 빠져나와 골로프킨을 밀쳐내든지 아니면 아예 안쪽으로 들어서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인사이드에서 훅과 어퍼컷 싸움

 거의 동등하지만 카넬로에게 크레딧을 주겠다. 맷집이라는 측면에서 골로프킨이 우위에 있지만 결정적으로 골로프킨은 클린치 상황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다는 단점이 있다. 카넬로는 훅이 아니라 어퍼를 통해 계속해서 골로프킨의 머리를 사냥하려 들 것이고, 실패 후 타격을 입으면 바로 클린치로 전환할 것이다. 골로프킨 역시 카운터를 치려 들겠지만 인사이드에서 카넬로의 연타스피드가 더 빠르기에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인사이드에서 양쪽 모두 상대방을 타격할 수 있는 충분한 파워와 스피드가 있다.

-후반 라운드 상황

 카넬로에게 전적인 크레딧을 준다. 카넬로는 젊고 12라운드까지 많은 펀치다발로 공세를 지속하는 능력을 계속해서 입증해 보였다. 반면 골로프킨은 대부분을 넉아웃으로 끝내 긴 라운드에 돌입한 적이 적고, 나이가 들었으며 후반 라운드로 돌입할수록 집중력을 잃고 많은 펀치를 허용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노출했다. 다니엘 제이콥스 전에서도 후반 라운드에 괜히 들어가다가 더 큰 손해를 본 적이 있었다. 챔피언십 라운드에서 카넬로가 골로프킨을 몰아붙인다면 모든 저지들은 홀린 듯이 알바레즈 10-9 골로프킨을 써낼 것이다.


5. Exogenous Variable

 각자 승리의 시나리오를 적기 전에 두 개의 외생변수를 짚고 가야 한다. 지금까지 내 예상은 모두 이 두 가지 외생변수가 각자 특정한 값이라는 가정에 기초해 있다. 만약 이 변수가 내 예상과 빗나간다면 앞으로의 예상은 통째로 휴지조각이 될 위험성이 상존한다.

 첫 번째 가정은 골로프킨의 무릎이 어느 정도는 회복했을 지 모르지만 절대 과거의 컨디션은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그가 과거와 같이 부드러운 움직임을 통해 상대방의 펀치를 숄더 무브먼트와 합쳐서 부드럽게 흡수한다면, 알바레즈의 모든 공세는 무력화되고 골로프킨이 압도적으로 모든 공방에서 알바레즈를 제압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공이 울렸을 때, 우리는 퉁퉁 부은 알바레즈의 눈커풀에 대해 엔스웰과 아이스백으로 붓기를 빼내려 애쓰는 컷맨을 매 라운드마다 구경할지도 모른다.

 두 번째 가정은 알바레즈의 증량이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을 거라는 점이다. 성공적 증량과 증량실패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알바레즈가 만약 증량에 실패한 채로 나타난다면, 우리는 탄수화물 없이 움직이는 산송장을 구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둘은 어느 정도 예측되는 부분이다.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고, 알바레즈는 이미 2014년의 오스틴 트라웃 전부터 rehydration 후 170lbs의 무게로 링에 들어섰다. 이번 골로프킨과의 힘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174lbs정도의 무게를 갖고 들어가리라 예측되며, 골로프킨의 다리와 알바레즈의 증량은, 물론 경기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수이지만,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6. Key to Victory
 

 내가 쇼타임 복싱의 커멘테이터 알 번스타인이나 스티브 파루드는 아니지만, 위의 상황을 조합해 알바레즈와 골로프킨의 승리를 위한 시나리오를 내심 그려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알바레즈의 승리를 위한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1. 인사이드에서 클린치 힘싸움을 통해 골로프킨의 체력을 저하시키고, 2. 중거리에서 넉다운이나 그에 준하는 결정적인 펀치를 허용하지 않는다. 3. 기회를 잡을 때마다 좋은 상체 움직임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펀치 세례와 연타를 퍼부어 라운드의 주도권을 자신이 쥔다.

 반면 골로프킨은 1. 발을 적당히 살려 알바레즈의 연타를 일방적으로 대주지 않으면서, 2. 중거리에서 넉다운이나 그에 준하는 결정적인 타격으로 경기 후반부 그로기 상태를 만든다. 3. 그러면서 인사이드에서 카운터 어퍼 같은 눈에 박히는 펀치를 맞지 않는다. 가 되겠다.

 이 두 시나리오는 각각 전범이 되는 선례가 있다. 그것은 각각 아이크 쿼테이-오스카 델 라 호야, 버나드 홉킨스-오스카 델 라 호야 경기이다.

 

 쿼테이 전에서 델 라 호야는 발이 죽은 쿼테이의 날카로운 펀치를 스텝으로 피해가며 마지막 30초 경 빠른 콤비네이션을 통해 주도권을 쥐었다. 다운을 당했지만 또 두 번의 다운을 뺏어내며 경기를 그의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반면, 버나드 홉킨스-오스카 델 라 호야에서는 능구렁이 버나드 홉킨스가 미들급에 올라온 델 라 호야를 상대로 9라운드 동안 큰 펀치 없이 주도권을 잡다가 간장 펀치liver shot를 통해 델 라 호야를 넉아웃 시켜버렸다.

 이 두 경기 중 내일 벌어질 경기는 어떤 양상으로 진행될 것인가.

 내일 초반 라운드는 알바레즈와 골로프킨이 서로 간을 보는 가운데 알바레즈가 콤비네이션으로 우세권을 가져가며, 중반은 골로프킨이 들어가서 서로 공격하는 가운데 골로프킨이 인사이드에서 우위를 점하고, 후반에는 체력이 떨어진 골로프킨을 알바레즈가 다시 몰아세우는 구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게임의 핵심은 카넬로가 공격에 쓸 에너지와 방어에 쓸 에너지를 잘 분배하면서, 큰 대미지를 입지 않는 선에서 후반에 들어설 수 있는가이며 바꿔 말하면 게임 중반부에 골로프킨이 얼마나 궤멸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즉, 중거리에서의 펀치교환 이후 중반에서의 인사이드 파이트에서, 누가 얼마나 강한 펀치를 얻어맞는지에 따라 쿼테이-dlh전이 될 것인가, 홉킨스-dlh전이 될 것인지가 판가름난다.

 인사이드에서 몇 개의 중요한 펀치가 엄정한 집중력과 그 틈을 파고드는 판단미스 속에서 터져나오며 전체 흐름이 쥐락펴락 되는 걸 정확히 시뮬레이션 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필요한 것이야말로 직관일 것이다.
 
 그러므로 내 예상은 다음과 같다. 115-113 골로프킨 MD. 골로프킨이 초반 라운드에서는 3-1 정도로 밀리지만 중반 라운드에서 다운을 포함해 많은 펀치를 적중시킬 것이며, 알바레즈의 스타일이 부심 친화적이기 때문에 충분히 후반부의 많은 라운드를 가져갈 것이라 생각한다. 골로프킨의 다리가 적당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거라는 전제하에 말이다.




7. Superemacy


 때때로 어떤 복서에 대한 애정은 나를 사무치게 만들어 도무지 알 수 없었던 것까지 내게 말해준다. 예전 메이웨더-알바레즈 전을 앞두고 알바레즈가 기존의 170lbs가 아닌 165lbs로 리게인 할 것이라는 것이나 카운터링에 기대를 걸고 메이웨더 전을 임하리라는 건 그만큼 카넬로의 입장에서 메이웨더를 깊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둘 다 옳았지만 역시 내가 생각했던 대로 카넬로는 메이웨더를 상대로 효과적인 공격을 해내지 못했다.

 보다 더 드물게 복서들은 내 애정을 넘어선 존경심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버나드 홉킨스를 정말 잘 알고 있으면서도 코발레프에게서 12라운드를 버티질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홉킨스는 뛰어난 복서지만 코발레프는 도저히 반백의 나이로 싸울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경기 종료를 알리는 공 소리가 울리고 홉킨스가 두 발로 서 있을 때 나는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불가해한 감정을 느꼈다. 그건 거장의 스완송이었고, 링에서 한 인간이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외치는 거대한 목소리였다.  

 분명 나는 알바레즈와 골로프킨 모두를 좋아하고 이 둘을 지금까지 쭉 지켜봐 왔지만 이번엔 메이웨더-알바레즈 전에서의 알바레즈일지, 아니면 홉킨스-코발레프에서의 홉킨스일지 도무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분명 골로프킨의 승리를 예측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직관은 알바레즈가 뒤엎을 거라고 말한다.

하체의 밸런스와 브레이크를 거는 능력, 가드 사이의 빈틈을 뚫고 계속해서 충격을 주는 능력, 상대방에게 계속된 카바를 강요하는 능력, 움직이는 물체를 맞추는 능력 모두가 뒤섞여 하나의 결과만이 나타난다.

 그걸 보고 이게 내 이해의 범주인지 아닌지,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무용한 일이다. 결국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건 그래서 누가 더 강한 복서인가라는 질문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골로프킨을 택한다.

 누군가는 리니얼 타이틀이야말로 진정한 최강자라 말하겠지만 이미 예전부터 미들급 최강자는 골로프킨이었다. 나는 2013년 매튜 맥클린 전을 다룬 글에서, 골로프킨은 향후 3년 안 어떻게든 미들급 리니얼 타이틀을 얻을 것이라고 썼고 결국 생각보다 약간 늦었지만 돌고 돌아 마침내 타이틀 기회를 얻게 되었다. 아마 그가 받을 수 있었던 최고의 도전자와 함께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은 4년 전 썼던 글의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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